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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 소재 : 피자, 호오, 써니텐 치즈아이스크림맛, 호오오, 그림 언제 그리나, 방송,  108계단, 수정펀치, 도도새, 타로카드

혼둠 친목질 카톡방에서 추첨을 통해 선정된 소재를 가지고 쓴 글입니다.






도도






1.

 

모든 점쟁이는 사기꾼이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사실이다. 점이라는 행위는 적절한 쇼맨십과 화려한 언변, 그리고 훌륭한 눈치를 통해서 상대로 하여금 행위자의 예언에 신뢰를 부여하는 것에 불과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보통 미래를 예측한다고 사람들이 믿고 싶어 하는 이 오래된 예능 직종은 그 깊은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도구를 사용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저질스러운 도구는, 단연코 타로 카드다. 타로 카드는 여러 면에서 콩이나 젓가락 같은 도구보다 장점이 많은 점술 도구인데,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사기를 치는 사람 입장에서 무척 편리한 도구라는 말이다.

 

먼저 타로 카드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매력적으로 생겼다. 타로 카드를 장식하고 있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그림들은 피해자의 시선을 묶어두는데 아주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즉 피해자가 카드에 눈이 팔려있는 동안 사기꾼은 피해자의 표정이나 버릇 따위를 관찰하는 시간을 매우 쉽게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카드를 해석하는 오랜 시간동안 계속해서 피해자의 눈길을 끌기 때문에 점을 치는 입장에서는 밥벌이가 한결 쉬워진다.

 

타로 카드에 그려진 그림들은 이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사기꾼들이 말을 지어내는 수고도 상당히 덜어준다. 추상적이지만 굉장히 풍부한 상징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로 점을 돈 내고 받아볼 정도로 시간과 금전이 넘쳐나는 한량 같은 놈들은 대부분 타로 카드 하나하나가 가진 의미를 공부하지 않았으므로, 말발에 자신이 있는 자라면 열리는 카드의 그림을 보고 대충 상대와 엮어서 얘기를 풀어놓는 것만으로도 대충 먹힌다.

 

정리하자면, 점쟁이들은 다 사기꾼이고, 점쟁이들이 써먹는 도구들 가운데 타로 카드는 그 편이성과 효과성 측면에서 가장 악질적인 도구이다. 타로 점치는 놈들이야 말로 제일 저질이다. 그리고 그 엿 같은 놈들 중에서도 제일 나쁜 놈은

 

호오.

 

카드를 들여다보면서 이렇게

 

호오오.

 

같은 군말을 내뱉으며 상대를 안달 나게 하면서도 열심히 말할 거리를 궁리해내는 나 같은 놈일 것이다.

 

이거 참. 안 좋군요. 나는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내 앞에 있는 순진한 여성에게 말했다. 그 카드가 그렇게 불길한 가요? 너무 쉬운 먹잇감이다. 완전히 걸려들었다. , 이건 탑이군요. 나는 번개를 맞아 무너지는 탑이 그려진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여자는 까딱거리는 내 손가락 끝을 따라서 눈동자를 움직였다. 불안한 모양이다. 뭐 이런 병신 같은. 그러니까

 

이 카드를 보시면, 탑이 번개를 맞아 무너지고 있잖아요. 그니까 그, 바벨탑 아시죠? 성경에 나오는, 그거 말입니다. 네에 . 바벨탑이란 게 결국 하늘에 닿아서 신보다 위대해지려는 인간의 오만, 뭐 그런 것 때문에 말입니다. 벼락을 맞아서 무너졌거든요. 지금 하신다는 사업이, 요식업이요. . 반대가 많으셨죠? 맞아요, 맞아.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예측을 무시하고 일을 추진하는 것도 좋습니다만. 이렇게. 무너진다는 거죠, 이게. 독선의 결과가 안 좋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어머나, 세상에. 여자는 놀란 눈치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쎄요, . 이런 걸 왜 나한테 묻는 건지. 사업에 관한 건 컨설턴트에게 물어봐야지. 에이. 그러니까, . 무슨 일이든 성급하게 하지 마시고, 주변 사람 의견을 좀 더 참고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머나 감사합니다. 그놈의 어머나는 무슨, 오라질년. 별 말씀을요. 사업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정말 감사해요. . 요금은 3만원이구요. , 감사합니다. 그럼

 

거슬러 드릴게요.

 

2.

 

오늘은 벌이가 꽤 짭짤했다. 손가락을 빨아야 될 정도란 얘기다. 다들 손가락들 좀 빨아본 경험이 있으니 아는 얘기겠지만, 손가락은 대체로 짜지 않나. 나는 차비가 아까워서 터덜터덜 1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걸어서 집으로 왔다. 몸이 파김치처럼 늘어졌다. 덜덜거리는 손으로 간신히 자취방 비밀번호를 눌렀다. 삑삑삑삑. 도어락이 구슬프게 울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나는 방바닥에 장렬히 널브러졌다. 개지 않은 퀴퀴한 이불이 나를 껴안았다. 불쾌한 느낌이 엄습한다. 이불에게 성추행 당하는 것만 같다.

 

그림은 언제 그리나.

 

요즘은 배보다 배꼽이 커졌지만 내 본업은 원래 그림이었다. 팔리는 종류의 그림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애초부터 내가 그리던 것은 도무지 팔리지를 않아서, 지금처럼 중세풍 그림이 장식된 딱지 쪼가리로 밥벌어먹는 신세가 될 법한, 그런 것이었다. 그림은, 언제 그리나. 우스운 걱정이다. 작업실도 팔아버려서 그림 그릴 장소도 이제는 없다. 이런 마당에 그림은 무슨. 도대체 무슨 미련이 남았기에 나는, 그러니까 저렇게 눈에 띄는 장소에, 저 염병할 캔버스를 세워둔 것일까. 작업실을 팔면서 물감과 붓 같은 잡동사니와 함께 건져온 것 중 하나였다. 그런 것들은 이미 다 서랍장 같은 곳에 처박아 둔지 오래지만 유독

 

저 캔버스만은. 저곳에 있는 것이다. 새하얀 공백으로 나를 응시하는.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끔찍한 물건이다. 이참에, 치워버릴까. 하지만 귀찮잖아.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나는 간신히 발가락을 꿈틀거려 리모컨을 찾았다. 여기쯤, 있을, 텐데. 곧 울퉁불퉁한 플라스틱 물체가 발에 닿았다. 나는 현란하게 그것을 드리블해서

 

티비를 켰다. 시선이 자연스레 브라운관에 꽂혔다. 이제 저 구역질나는 물건을 잊어버릴 수 있겠지. 내가 옳았다. 음식 프로가 브라운관을 빛내고 있었다. 피자.

 

피자를 먹고 있었다. 평소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덧니 난 개그맨이, 지방자치제라도 시행한 것 같은 그 치아를 가지고 총알이라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은 두께의 피자를, 와구와구 먹고 있었다. 맛이라도 느끼고 있었을까. 자랑이라도 하듯 치즈를 늘어뜨려 보이고, 오오, 하는 형식적인 감탄사를 내뱉으며. 또 와구와구. 피자가 입안으로 사라진다.

 

씨발.

 

썩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시각적 테러를 경험하면서도 내 동물적인 부분에서는 솔직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위장이 요동쳤다. 피자를, 시켜볼까. 저거 반만 한 피자라도, 시켜먹을까. 부스스,

 

일어나서 지갑을 들여다보았다. 5년째 쓰고 있는 지갑의 안쪽은 깜깜했다.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이 차라리 더 유쾌했을 것 같은 광경이다. 한껏 우울해지며, 다시 이불의 품에 파고들었다. 티비 안에서는 아직도 그 남자가 피자를 씹어대고 있었다. 와구와구. 밥을 먹으면서 밥을 벌다니, 저런 육시랄 놈이 있나. 생각만 해도 위장이 역류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내 위에서 역류하고 있는 것은 피자가 아니라 위액이지만, 그러니까 한마디로, 배알이 꼴린다. 피곤 때문에 다른 무엇이라도 찾아 먹을 기분이 들지 않았다. 배고픔 속에서, 졸음이 내 정신을

 

와구와구. 씹어 먹고 있었다.


(계속)

분류 :
소설
조회 수 :
376
등록일 :
2014.07.27
02:18:32 (*.36.15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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