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곳!
글 수 561
웹툰기획, 혹은 시나리오 기획임.
#0
신(神) '큐피트'는 인간에게 화살을 쏘아서
그에게 사랑의 감정을 심는다고 알려져있다.
그렇지만 그건 한가지 측면만을 본 것이다.
실은 큐피트에게는 두 종류의 화살이 있는데,
황금화살은 사랑의 감정을 심고
납화살은 미움의 감정을 심는다.
#1
배경은 현대의 한 국립 기숙고등학교.
여기 두 소년이 있다.
'쿠피도'와 '사탄', 둘은 같은 고아원에서 태어났으나,
서로 얼굴만 아는 사이일 뿐
지금의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엔
말을 건네본 적이 없는 사이였다.
특이한 것은 '쿠피도'는 황금화살의 운명을 받아서
타인에게 사랑의 감정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사탄'은 납의 화살의 운명을 받아
타인에게 미움의 감정을 부여할 수 있다.
#2
그들이 중학생이었을때,
쿠피도는 짝사랑하는 여자아이가
자신을 좋아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다음날 쿠피도는 그 여자와 사귈 수 있었다.
황금화살의 운명이 그를 도운 것이다.
몇 달이 지나자 쿠피도는 그녀에게 질려버렸다.
'프시케'라는 여자아이가 새로 전학왔는데,
쿠피도는 그녀에게 더욱 끌렸다.
프시케는 인형처럼 아름다웠다.
쿠피도는 프시케가 자신을 사랑하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연인은 바뀌었다.
그렇게 쿠피도가 프시케를 사귄지 한달.
지독한 사랑은 상사병이 되는법,
쿠피도에게 버림받은 여자는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사로 사망했다.
스스로부터의 죽음. 자살.
그러나 쿠피도는 알고 있었다.
사실은 그것이 자살이 아닌 살인이고,
자신이 살인범이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의 여자친구인 '프시케'와는 결코
헤어질 수 없음을.
만약 이별한다면 그녀도 상사병에
죽어버릴지 모른다.
#3
그리고 찾아온 고등학교 1학년.
언제나
운명의 신이 치는 장난이란 기괴해서,
쿠피도와 사탄, 프시케 3명은 그해 같은 반이 된다.
두 개의 화살은 하나의 나무에서 온 것일까.
쿠피도가 프시케를 사랑한것처럼,
사탄도 프시케를 보고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사탄은 사랑을 성공해본적이 없다.
그는 납화살의 소유자, 미움의 전도사였다.
사탄은 자신이 항상 불행하다고 여겼다.
어릴적에 한 친구가 싫었다.
그저 그가 미움받았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그 친구는 심한 따돌림을 당하고, 이내 전학을 갔다.
누가 누굴 미워했으면 좋겠다 싶으면-
틀림없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그녀가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싶으면-
그런건 되지 않는다.
왜일까,
누군가를 미워하게 하는것은 너무도 쉬운데.
사탄은 마음에 안드는 누군가를 '징벌'할 뿐이다.
어떤 여자가 사탄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사탄은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길' 빌었다.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면 이내 '그녀가 버림받기를' 빌었다.
이루어진다.
그녀는 따돌림을 당하거나, 병을 앓거나,
학교를 옮기거나, 오랫동안 쉬어버린다.
정신을 차려봤을땐 이미 되돌릴 수 없다.
두 개의 화살은 하나의 나무에서 온 것일까.
쿠피도와 사탄은 하나같이 프시케를 사랑했다.
그렇다면 프시케는 누구를 사랑할까?
프시케는 남자친구인 쿠피도를 여전히 사랑했다.
하지만 이제 사탄도 좋다.
그녀는 두명 모두에게 사랑에 빠졌다.
#4
쿠피도는 견딜 수 없었다.
프시케가 자신을 더 사랑하기를 기도했다.
그말대로 프시케는 쿠피도를 너무나 강렬히 사랑했다.
하지만 사탄을 향한 사랑은 여전히 공존하고 있다.
#5
그리고 사탄은,
프시케를 뺏고 싶었다.
프시케가 다시는 쿠피도를 사랑하지 않기를
빌었다. 증오하고 경멸하기를 빌었다.
프시케는 변했다.
이제 쿠피도를 쳐다보지도 말을 걸지도 않는다.
쿠피도도 기도한다.
제발 나를 다시 사랑해줘!
그렇지만 프시케는 무관심하다.
쿠피도가 원했던 사랑도 아니고,
사탄이 원했던 증오도 아니다.
프시케는 쿠피도에게 무미건조하며, 메말랐다.
아무 감정의 싹도 트지 않는다.
이제 프시케는 사탄'만'을 사랑한다.
사탄은 처음으로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해준다.
이제 프시케와 사탄이 커플이 된다.
쿠피도는 그 사랑을 막고싶다.
그런데 자신은 사랑밖에는 부여할 수 없다.
그게 너무 힘들다. 싫다.
하지만 졌다...
왜 그랬을까...?
#6
사랑하는 여자가 생긴 사탄이 행복감에 겨워
별 걱정없이 그저 프시케만을 생각하고 있을 때,
절망에 빠진 쿠피도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게 만들 수 있다.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지만
난 경험적으로 사실임을 알고 있다.
근데 사탄을 만나고부터는,
나의 이 능력이 쓸모가 없어졌다.
그래 어쩌면 사탄은.
나를 무력하게 만드는 사람일 것이다.
내가 사랑을 부여할 수 있다면,
누군가는 미움을 부여할 수 있을지 몰라.
그렇다면 그건
'나'의 반대 개념이다.
우선 나는 누구일까?...
부모님없이 고아원에서
외롭게 자라온 내가,
나에 대해 알 수 있는건,
...
오직 이름.
'쿠피도'>
#7
쿠피도는 그 길로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 책을 뽑아든다.
그리고 쉽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찾는다.
왜 여태 이런것을 찾을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에로스는 로마 신화에서
아모르(연애) 또는 쿠피도(Cupido:욕망)라고 하고,
영어로는 큐피트(Cupid)가 된다.
...(중략)... 이 꼬마 신은 대개 어깨에 날개를 달고
활과 화살을 휴대하고 있다. 그의 황금 화살을
맞는 자는 마음에 격렬한 애정이 싹트고
반대로 납으로 된 화살을 맞은 자는
혐오심에 얽매이게 된다.
이처럼 쿠피도는 신들과 인간들의 마음을
지배할 수 있었다.
쿠피도는 가끔 장난끼가 발동해 순간적인 감정으로
화살을 쏘아 비극을 가져오기도 했다>
(출처 : (주)삼양미디어, 신재석, 2007 5 15)
그랬다.
'쿠피도'의 이름은 사랑과 미움을 부여하는 신,
에로스(큐피트)에서 따온 것이었다.
그런데 쿠피도는 사랑을 부여하는 황금화살을 가졌지만,
미움을 부여할 순 없었다.
프시케는 자신이 사랑을 부여했지만
자신에게 무관심으로 응답했다.
그것은,
자기가 생각하기에,
'황금화살과 납화살을 동시에 맞은것'과 같다.
그렇다면 사탄, 그녀석이 납화살의 소유자인가?
#8
사탄에 대한 것은 알기가 힘들었다.
쿠피도는 몇날 며칠을 책을 빌려 보지만
'사탄'에 대한 정보는 끝이 없었다.
사탄 이라는 이름은 유대교, 그리스도교, 헤브라이어,
이슬람 문화권, 기독교 성경과 각종 신화를 막론하고
출현했다.
사탄에 대해 점차 지쳐갈때쯤,
쿠피도는 다시 신화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그 책은 그리스 신화와 악마에 대한 내용이었다.
<카오스(혼돈)의 아들 쿠피도는 혼돈 속에서 질서를
품는 원동력, 남성과 여성을 결합시켜 새로운 세대를 낳게한다.
따라서 태초의 쿠피도는 사랑과 잉태를 목적으로 하여
황금 화살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카오스 속 함께 태어난 '적대자' 사탄은
인간 남성의 몸에 악마의 머리를 갖고 쿠피도를 찾아왔다.
그는 쿠피도의 다리부터 시작해서 온 몸을 씹어삼켰다.
그리고 자신이 원래 가진 증오와 미움의 힘을 이용해,
황금 화살로부터 납 화살을 뽑아내 두 개로 만들고
그 스스로 쿠피도로 행세했다.
알고보면 원래의 쿠피도는 과거에 사탄에게 죽었으며,
사탄의 전신이야말로 현 우리가 알고 있는 쿠피도이다>
... 여기까지 읽은 쿠피도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운명적으로 운명적으로 사탄에게 죽는,
아니 처참하게 온몸이 '씹어삼켜질' 운명인 것이다.
또한 사탄이 자기 자신 '쿠피도'를 대체해서,
프시케와 사랑할 것이다.
도대체 누가, 무슨 자격으로
쿠피도에게 이런 운명을,
또한 이런 이름을 부여했단 말인가?
쿠피도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았다.
사탄과 쿠피도가 함께 자라났던 고아원.
그래, 그곳에 실마리가 있을것이다.
언제나
운명의 신이 치는 장난이란 기괴해서.
#1장 끝
처음은 가볍고 재미있게 읽었는데 후반부 설정이 너무 복잡해 지네요.
쿠피도가 책읽는 이야기가 이야기 반인 듯.
소재나 이야기는 나쁘지 않은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