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신의 창작물을 자유롭게 올리는 곳

링크1 :
링크2 :
공동 작업자 :

1

 

오랫만에 조용히 책을 읽어보자니 갑자기

탁, 탁.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리고, 곧이어 대답할 새도 없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 안방까지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리고 나의 참된 독서를 방해한 소리의 주인공이 얼굴을 비쳤다.

"안녕."

"어, 안녕."

초등학교때부터 알아온 친구로- 이름은 박신준.

거의 의미가 없다싶은 인사가 오고간뒤, 소리의 주인공은 얼굴에 철면피로 무장을 하고 나왔는지 내 앞에 편하게 앉는다.

그리고선 열심히 내 얼굴을 관찰한다.

한동안 아무 말도 없는 시간이 지나간다.

침묵에 지친 내가 항복기를 들듯이 먼저 발언했다. 

 "뭐야?"

이런 한가한 휴일에, 같은 남자를 찾아올 끈적끈적한 녀석은 이녀석밖에 없다-적어도 내 주변에는.

 "뭐가?"

 "뭐냐니!"

 "그럼 나는 이만 가볼까."

 "뭐? 왜 온거야?"

오랫만에 마음먹고 독서를 해보려는 찰나 나의 독서를 방해한 이유를 듣지 않고서는 넘어갈 수 없었다.

애초에,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고나서 아무말도 하지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그냥 가버리는 행동은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해할 수 없을것이다.

깊게 생각하는 듯 신준은 한동안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고된 수련중 깨달음을 얻은 수련생과도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어, 그러니까, 별 이유 없지. 이런 한가한 휴일에 집안에 틀어박혀 진득히 독서에 정진하는 외로운 친구에게

한번 말벗이 되어주려는거야. 나쁜 친구를 둔 인연으로 특별 서비스."

 "그런 서비스 필요 없는데."

신준은 실망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야- 너라면 좀더 유연하게 넘길줄 알았는데."

이 인간의 유연하게 넘긴다는것에 대한 기준이 대체 뭘까.

그러니까, 나는 '나쁜 친구를 둔 인연으로 끈적끈적한 서비스를 해주지!' 라고 말하면 그것을 웃어넘길만한 태연함을

가지고 있어야한다는 이야기일까?

상상만 해도 입이 벌어질정도로 끔찍하군. 농담이라도 그런 이야기 하지 말아 줬으면 싶다.

신준이 말했다.

 "좀더 내가 웃을 수 있을만큼 강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지. 상대와 대화를 나눌땐, 언제나 어떻게 해야

상대에게 일격을 먹일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야해."

 "피곤에 찌들다 못해, 결국 상대의 목을 물어 뜯을 생각을 하고 앉아있네."

 "괜찮아. 나쯤 되면 상대의 목을 물어 뜯어도 될만한 권리가 있는것과 마찬가지거든.

그저 자격증이 없을 뿐이야."

 "스스로 그게 정론이라고 생각해?"

 "아니."

 "뭐야."

스스로도 거짓이라고 생각하면서 진지하게 말하다니.

내 나름 최대한 비꼬아 그에게 말했다.

 "어이구 세상에! 세상에 이런 멍청이가 따로있을까."

신준은 갑자기 웃더니,

 "그럼 난 이만 가볼께."

라는 말을 남기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그 녀석이 다녀가니 가만히 앉아 책을 읽을 마음이 사라졌다.

이제 뭘할까- 하는 생각을 하며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I HATE YOU

 

분류 :
소설
조회 수 :
477
등록일 :
2008.11.04
07:40:01 (*.64.108.150)
엮인글 :
게시글 주소 :
https://hondoom.com/zbxe/index.php?mid=create&document_srl=256339

똥똥배

2008.11.04
07:59:04
(*.22.20.158)
장미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445 음악 옛날 음악 짜집기 [1] file 사인팽 2007-11-24 484
1444 소설 액티빌리와 황금유적 (1) [1] 혼돈 2007-02-20 484
1443 일반 [소설]슈퍼혼둠대전-4편- [3] 외계생물체 2005-02-22 484
1442 엄마 쟤 흙 먹어 대슬 2015-02-22 483
1441 만화 사립탐정 이동헌 TS 1~4화 [3] file 우켈켈박사 2015-11-02 483
1440 게임 CAVE 0.0011v [2] file 뮤턴초밥 2007-12-25 483
1439 음악 현의 눈물 file Wonder 2007-12-05 483
1438 소설 김밥 한 줄 [5] 혼돈 2007-02-02 483
1437 일반 스파이럴 1화 -아이즈의 폭탄 함정 상- [4] 2005-02-15 483
1436 만화 하이퍼 오타쿠 배틀 -3- [4] 혼돈 2007-05-25 482
1435 일반 사후[005~012] [4] 삼검류 2005-01-21 481
1434 만화 어나더 판타지 끝 [3] 허클베리핀 2005-09-01 481
1433 음악 새로운 세상앞에서 [3] 라컨 2008-01-11 480
1432 피의 기사단 혼돈의 방랑자1-1-2(방랑자의 의무-2)| 팽드로 2008-10-06 479
1431 기타 Time Gate (마치며...) [2] Plus 2005-08-29 479
1430 만화 펭돌은 패싸움왕 [5화 - 무수권 vs 무기권] [8] 장펭돌 2007-05-20 478
1429 일반 빠른비트의 드럼 - 케르메스 [4] 케르메스 2006-03-04 478
1428 기타 [독백] 왜 아무도 내 곁에 있어주지 않았지? [4] 케르메스 2006-06-07 478
» 소설 1 [1] 뮤턴초밥 2008-11-04 477
1426 이지툰 슬라임 vs 슬라임 [2] file 허클베리핀 2005-09-01 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