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유롭게 이야기를 적는 공간

저는 웹 서핑을 하다 우연히 한 사이트에 올려진 게임을 발견했습니다.

흔한 다운로드해서 플레이하는 게임이었고, 이름은 '인생 게임' 이었습니다.


실행하니 제 이름을 입력하라는 메세지가 떴고, 저는 제 이름을 입력하고 성별을 넣었습니다.

인생 게임이래서 인생살기 시뮬레이션 같은 걸 생각했는데, 그냥 탑 오르기 게임이었습니다.

'네모누리 타워'와 비슷한 형식이고, 올라가며 아이템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아이템은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화장실 세제로 먹으면 위의 하트가 사라지는 것이었고

또 하나인 젖병은 하트를 채우는 것으로, 하트는 모두 3개까지 채울 수 있는 그저 그런 평범한 게임이었습니다.

제 캐릭터인 아기는 위로 올라가며 게임을 진행했고 밝고 쾌활한 BGM이 흘렀습니다.

게임은 진부해 보였습니다.. 아직까지는.


정확한 기억은 아닌데, 한 7층정도 올라갔던가, 게임 안의 아이는 자란 듯 소년이 탑을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아이템도 바뀌었는데, 성적표와 회초리였습니다.

계속 이렇게 게임이 진행되면 끄려고 했는데. 뭐, 바뀌었나.. 라고 생각하고 계속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게임 안의 아이는 점점 자라나고 교복을 입은 학생이 되었습니다.

아마 14층 정도에서 교복을 입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로 봐서 층 수는 나이를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아직 지루해지지 않은 저는 계속 탑을 올라갔습니다.


게임은 그렇게 쉽지도 어렵지도 않았고, 게임이 질릴 것 같으면 캐릭터는 계속 성장했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평범한 게임에 대해 적고 있는지 다들 모르시겠지만, 이야기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한 50층 중반쯤이었을 겁니다.

갑자기 게임의 쾌활한 BGM이 점점 늘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 캐릭터는 머리가 희게 변하기 시작한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습니다.

그때까지 쾌활한 파스텔톤이던 배경도 음울한 회색으로 변했고요.


저는 잠시 섬뜩한 느낌을 받았지만 60층까지 계속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BGM은 처음의 BGM과 전혀 딴판으로 무겁고 늘어진 기괴한 분위기로 변했고

배경은 우중중한 회색에서 심란한 보라색과 어두운 자주색의 혼합으로 바뀌었습니다.

제 캐릭터는 노인으로 변했고, 지금껏 정상적인 점프의 높이는 점차 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게임의 끝에 뭐가 도사리고 있을지 긴장하며 계속 나아갔습니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게임에 버그가 있었던 것입니다.

분명 바닥이 있었음에도 저의 캐릭터는 바닥을 뚫고 떨어졌으며 하트 3칸이 채워져 있었음에도 모든 것이 한방에 끝장났습니다.


그리고 제가 본 것은 평범한 게임 오버 화면이었습니다.

검은 화면에 안티앨리어싱이 된 조그만 흰 글자, GAME OVER.


뭔가 다른 게 있을 줄 알고 무서워졌던 저는 괜히 무서워했나..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바탕 화면의 아이콘을 더블클릭했습니다.


그러나, 쾌활한 BGM과 처음의 타이틀 화면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본 것은 검은 화면과 붉은 색의 글자였습니다.

내용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인생은 다시 할 수 없다.

아무리 능력있는 인간도 결국 정점에 선 이상 내려오게 된다.

그 죽음이 행복하던, 비참하던, 정당하던, 버그나 사고와 같이 이상한 죽음이던

피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것, 그것이 죽음이다."


저는 게임을 닫았고, 다시 실행했지만 이번에는 올바른 Win32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대화 상자만 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타이틀 화면도, 섬뜩한 죽음에 관한 경구도.


저는 아마 프로그램에 자기 자신을 손상시키는 코드가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바이러스 중에도 자기 자신을 변형시켜 백신의 탐지 시그네쳐에 걸리지 않게 하는 녀석이 있다 들었습니다.

제가 능숙한 리버스 앤지니어링 기술을 가졌다면 손상된 곳을 복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쉽게도 그 후 저는 제 컴퓨터를 모종의 이유(게임과는 관련이 없습니다.)로 포맷해 버렸으니 구할 수 없습니다.

원본 사이트에 어찌어찌 기억을 더듬어 들어갔지만 그 게임이 올려진 글은 삭제된 상태였습니다.


혹시, 그런 게임을 보신 분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콘은 흰 바탕에 손으로 쓴 글씨로 '인생 게임'이라고 쓰여 있으며 exe 파일 하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정확한 파일의 용량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600KB가 좀 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게임을 보셨다면, 실행하기 전 어디엔가 복사본을 만들어 파괴되지 않게 보관한 뒤, 저에게 메일로 보내 주십시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회 수 :
376
등록일 :
2012.09.03
08:17:35 (*.209.138.172)
엮인글 :
게시글 주소 :
https://hondoom.com/zbxe/index.php?mid=free&document_srl=664483

흑곰

2012.09.04
04:31:29
(*.130.137.37)

엄청 하고 싶습니다

흑곰

2012.09.04
04:40:26
(*.130.137.37)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공지 (대피소) 혼돈과 어둠의 디스코드 노루발 119   2023-09-05 2023-09-05 16:05
공지 글 작성을 위해서는 회원 가입이 필요합니다. 노루발 4683   2016-02-22 2021-07-06 09:43
13526 혼둠 상공 화면이 [2] 규라센 654   2015-12-25 2016-01-02 01:43
산뜻하네요(?). 예전 분위기 나는 것 같아요.  
13525 희한한게 [4] 익명 652   2012-11-06 2012-11-07 05:10
똥똥배 대회 출품작중엔 조회수 몇만씩 찍는것도 있는데 왜 정작 대회 개최지는 이리 썰렁한거죠 왜죠  
13524 시험기간이라 바쁘군요. 안씨 651   2009-07-02 2009-07-02 05:55
시험기간이라 너무 바쁘고 힘드네요. 전 아직 중학생인데, 앞으로 더 심해질 걸 생각하니 많이 걱정되네요. 공부는 즐겨야 힘들지 않을 것 같은데 도저히 즐길 수가 없으니 슬프군요.  
13523 2박3일 수학여행다녀왔어용~ [2] 사과 651   2008-07-17 2008-07-17 05:42
.... 의외로 변화가 적군요.. ....  
13522 아바바바바바바바바 아바바바 [1] 사과사촌 651   2008-07-13 2008-07-13 06:30
아바바바바 아바바바바바바바바 아바바바바바바 P.S 물론 저희 집 아기는 아닙니다  
13521 마작패를 샀습니다. [5] file 똥똥배 651   2008-06-06 2008-06-07 05:45
 
13520 정말 오랜만에 오네요... [5] 폭풍을 잠재우는 꽃 651   2008-06-01 2008-06-05 02:51
요즘 못들어와서 죄송합니다. 여러모로 바빠서 말이지요;; 한 3일 활동하고 접어서 양심(?)이 찔려 다시 돌아옵니다 ㅎㅎ 이젠 창의력도 거의 사라져(?)가려고 합니다...ㄷㄷ 예전 창의력을 찾을떄까지 다시 공부(?)를 해야겟네요 ㅎㅎ  
13519 남자의 [2] file 외계생물체 651   2006-05-20 2008-03-21 07:05
 
13518 혼둠님 [2] 익명 651   2013-02-28 2013-03-01 15:13
혼둠 배너 아이콘 하나 만들어주세요. 저 배너로 좀 쓰게  
13517 가장 소속감이 강한 만돌린. [3] 행방불명 651   2004-05-24 2008-03-19 09:34
그에 따라 만돌린 게시판은 아는 사람끼리의 대화만이 주로 이루어진다. 거기다 내용도 실속없는 대화형 게시물. 이래서 만돌린이 싫다니까 어흑  
13516 잇힝. [5] file 검룡 651   2004-05-22 2008-03-19 09:34
 
13515 엊그제 방학!.......... [2] 규라센 650   2011-01-10 2011-01-11 03:20
............따위 고3으로서 생각하지 말라는 담임쌤. 후앍!!! 흐하~후~앍! 담임선생님이 좀 거시기(?)한 듯..  
13514 애인이 생겼어요...*-_-* [2] file 방귀남 650   2009-03-01 2009-03-02 02:00
 
13513 요즘 도시전설에 재미를 붙여서 [1] 똥똥배 650   2009-02-24 2009-02-25 00:47
며칠간 도시전설을 백여개를 본 것 같군요. 그냥 의미없는 귀신이야기가 아니고,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든가 소문으로 떠돌지만 허구였던 뭐 그런 것들. 특히 미해결 사건이나 실종 사건은 상당히 관심이 가네요. DB쿠퍼라든지 그런 거는 만화 소재거리로도 좋...  
13512 기분이 묘하네요. 노루발 648   2016-02-19 2016-02-19 21:19
시대가 바뀐다는 것인가.  
13511 대슬님께 헬프~ [1] 똥똥배 648   2008-08-20 2008-08-20 18:35
리믹스6은 찻집 아저씨의 마력을 쓸 수 없더군요. 볼리프팅과 가라데가는 퍼펙트한 수준인데 (가라데가 퍼펙트 도전 나왔는데 마지막 연속 킥에서 실패...) 우라오모테와 락커 때문에 계속 깜바리마쇼~ 우라오모테는 일단 '아하!'를 이제 이해해서 아, 하에 맞...  
13510 결심 [2] 똥똥배 648   2011-09-19 2011-09-19 18:59
나는 문D라이브를 버리겠다!! 어제 이래저래 애써보고 느낀 거지만... 역시 혼자서는 엔진 정비 + 개발까지 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습니다. 플랫폼도 계속 늘어나고 바뀌어 가고 있는 마당에 WIN32에서만 작동하는 엔진은 경쟁력도 없고. 변화를 받아들이기로...  
13509 그럼 이제부턴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7] 케르메스 648   2004-05-16 2008-03-19 09:34
게임 기획이라는데 그건 잡통에서만 이루어지는건가? 그럼너무 재미없잖아~  
13508 '흰색과 검은색'현재 제작 상황(엑박수정) [1] file 네모누리 647   2011-01-12 2019-03-19 23:12
 
13507 오늘의 일기7 [6] 장펭돌 647   2009-04-20 2009-04-21 18:11
주말은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