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신의 창작물을 자유롭게 올리는 곳

링크1 :
링크2 :
공동 작업자 :

서문에서 말했듯, 던전월드는 추상적인 룰입니다. 룰에 여백이 많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의 운신의 폭이 넓은 편입니다.

이는 플레이어들이 상상도 못한 짓들을 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면 마스터 입장에서는 참 피곤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기 때문이죠. 

억지로 상황을 원하는대로 끌고 가려고 하면 아예 RPG를 하는 의미가 없고,

그렇다고 이상한 짓들을 방치하면 사공이 많은 배가 산으로 가는 것처럼 이야기가 난잡해지고 맙니다.


플레이어들이 굳이 '루니'('미치광이'라는 뜻. 계속해서 상황에 안 어울리는 미친 짓만 하는 트롤러를 일컫는 말)들이 아닐지라도

TRPG 초짜거나, 장르 컨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어렸을 때 책을 도통 안 읽었거나, 그냥 눈치가 너무나도 없거나 해서 

아주 괴상한 짓들을 하곤 합니다. 결국 던전월드에서 이런 일들은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스터도 초보인데 플레이어들도 초보라면

이런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정신나간 상황을 적절하게 수습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 힌트를 줘라


TRPG 초보들은 자기가 뭘 할 수 있는지 조차 몰라서 아예 입을 다물고 있거나, "어떻게 하나요?" 라는 마스터의 질문에

대답을 못 떠올리고 어버버하다가 진짜 아무 짓이나 하겠다고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보들을 데리고 RPG를 한다면, 웬만하면 암시와 복선으로 가득한 장면 같은 것은 굳이 만들지 마십시오. 숙련된 플레이어들과 한다면

그런 장면들은 플레이의 흥미를 돋울 수 있는 훌륭한 장치가 되겠지만, RPG 초보들은 당황해버립니다. 


그냥 이해하기 쉽고 대응도 뻔한 이벤트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무작정 "저 멀리 들판에서 고블린들이 괴성을 지르며 뛰어옵니다" 

같은 것으로 시작하란 얘기는 아닙니다. 캐릭터를 만들고 플레이를 시작했으면 그냥 평범한 장면에서 시작해서, 플레이어들이 여행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당장 직면한 애로사항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예 감을 못 잡는다면 장면에 등장하는 NPC를 통해 

조언의 형식으로 넌지시 힌트를 주십시오. NPC가 없다면 즉석에서 만들어서 등장시키십시오. 어느 경우에라도, 

마스터가 자기 입으로 직접 말하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합니다. 답을 그대로 알려주는 것도 절대 해서는 안됩니다. 

하다못해 자기들이 생각해서 결정을 내렸다고 착각이라도 하게 만드십시오. 그래야 재미를 느끼고 노련해질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예시: (모험을 시작했을 때) 부랄리우스, 모리스, 그리고 박춘배는 시아게르타로 가고 있다. 시아게르타로 들어가려면 통행증이 필요한데,

이들은 통행증이 없다. 상단 행렬에 껴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설정을 추가하고, 상단장인 NPC 웨슬리를 출연시켜 상황을 설명해준다.


2. 애초에 많은 준비를 하지마라


룰북에도 쓰여있는 내용이지만, 준비를 너무 많이 해봤자 당신만 손해입니다. 등장할 법한 적들의 종류와 꼭 출연시켜야하는 NPC, 

중요한 지역의 지명과 특징 정도만 준비하십시오. 무대만 큼직하게 만들어놓고, 플레이어들이 완전히 길을 잃지 않을 정도로만 가이드해줄

이벤트만 설정해놓는 것이 좋습니다. 정확한 형태를 갖추지 않고 원인과 결과만 있는 이벤트를 설정해놓은 뒤 상황에 맞게 변조하여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디테일은 많을 수록 손해입니다.


3. 인간적으로 안되는 건 안된다고 해라. 아니면 그냥 포기해라


"이걸 제일 먼저 얘기했어야 되는 거 아니냐?" 라는 말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1번이 아닌 이유는, 웬만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하는 일은

없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럴거면 드래곤퀘스트를 하지, TRPG를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진짜 미치광이들은 웬만해서는 절대 안될만한 짓들을 일단 하려고 듭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부터, 저지르고 나면 

불보듯 뻔하게 이야기가 엉망이 되어버리는 짓들도 당당히 하겠다고 합니다. 지는 그게 재밌는 줄 알고 말입니다. 참 곤란한 개자식들입니다.


물리적으로 도무지 말이 안되는 것이라면 당당히 안된다고 하십시오. 방귀를 뀌어서 그 추진력으로 하늘을 날겠다고 한다던가 ......

그런 사람이 진짜 있냐고 묻겠지만, 세상은 참 넓고 광기가 드러나는 모습은 너무나도 다양해서 정말이지 별의별 미친 놈들이 다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드문 편이긴 합니다.


미치광이들도 꼴에 생각이란 건 있어서, 자기가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들 중에 마스터를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들을) 골탕 먹이기 좋은

것들만 골라서 하는 경향이 큽니다. 캐릭터들은 건전한 모험가들로 설정되어 있는데, 다짜고짜 처음 가는 마을에 가서 "사람들을 칼로 찌르고 다니겠다" 하는 식이지요. 

"진짜로 그렇게 하나요?"라고 되묻고, 다른 정상적인 PC(Player Character)들에게 저 놈 좀 말려보라는 싸인을 보내십시오. 다른 PC들이 그거 노잼이니까 하지 말라고 설득하면 보통은 풀이 죽어서 관둡니다. 파티에 정상적인 PC가 아예 없거나 하는 경우에는 그냥 포기하고 미친 살인광 파티가

방화와 살인을 일삼다가 정의의 심판을 받는 내용으로 가버리십시오. 포기하면 편합니다.


분류 :
기타
조회 수 :
96
등록일 :
2019.01.20
00:36:56 (*.141.40.101)
엮인글 :
게시글 주소 :
https://hondoom.com/zbxe/index.php?mid=create&document_srl=815496

노루발

2019.01.20
00:53:10
(*.149.251.217)
알고보니 마스터가 제일 미친놈이었습니다.
PC들은 어떻게 하나요?

장펭돌

2019.01.20
01:59:55
(*.7.58.244)
다른 마스터를 구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65 종외 탐닉 욕망의 변천사 드루크엘라이 120   2015-07-08 2015-07-08 04:16
먼 옛날 인간이 짐승으로 세상을 떠돌아 다니던 시절에 인간에게 하늘을 나는 새들과 땅에 거니는 육중한 물소 떼들은 그들에게 경외감을 주는 신령이며 하늘의 권위였을 것이다. 몇 몇 인간들은 그 경외감에 못이겨 그들과 교접을 시도하다 갈기갈기 찢기지 ...  
64 사상과 상식 [1] 드루크엘라이 117   2015-06-12 2015-12-11 01:17
얼마 전 진짜 빨갱이를 만났는데, 모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눈에 불을 키고 얘기하는 녀석을 보니 아, 공산주의는 말 그대로 종교로구나 했다. 그럼 왜 북으로 안가시오? 물으니 이 미친양반아! 북이 무슨 공산주의야! 레닌도 김일성은 개새끼라고 한다 이 ...  
63 액체는 생각보다 견고하다 드루크엘라이 114   2015-06-02 2015-06-02 04:09
여자와 싸웠다 대화를 모르는 나는 논리라는 검으로 그녀는 감정과 날카로운 직감으로 나와 맞섰다 논리로 그녀의 심장을 찌른듯 싶었으나 알고보니 내가 찌른 것은 내 머릿속 신경다발이더라 나는 분명히 질 것이다 이 싸움은 애초에 승산이 없었다  
62 흡혈귀 [1] 드루크엘라이 114   2015-05-19 2015-05-19 05:47
거울에서 시뻘건 놈이 나를 바라보네 흉측하오. 애라도 잡아 먹었소 아주 많이 먹었다 이 양반아 피를 쭉쭉 빨아다가 남은 뼈랑 힘줄이랑 연골이랑 코 끝에 골수가 튀도록 굶주린 산이리처럼 씹지도 않고 삼켜버리고 내장이랑 간이랑 뇌 설랑 코로 후릅마셨소 ...  
61 원죄 드루크엘라이 113   2015-07-16 2015-07-16 00:57
진실을 알게 해주는 과일을 따 먹었을 때 따 먹고자 마음을 먹었을 때 그 때부터 죄가 있었다 그 죄가 너무나도 사악해서 다른 것은 생각하지 못하게 하고 다른 것들에게 고통을 주고 그 고통을 보며 얻을 말초적인 자극만을 갈구하고 강간하고 죽이고 또 죽이...  
60 정작 떠도는 것은 헛소리와 의미 없는 농담 뿐 드루크엘라이 113   2015-05-19 2015-05-19 03:05
지혜로운 자들은 알고 있다. 정말 위대한 말은 삶 가운데 녹아져 들기에 말로 변명하지 말고 진심으로 사랑하며 살아가고 영리한 자들은 알고 있다. 정말 돈이 되는 말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그들에게 제공해 주는 끊임없는 자극이기에 영리한 자들은 평...  
59 아무 것도 없었다 드루크엘라이 110   2015-07-08 2015-07-08 04:17
질량은 스스로를 증명하고 있는 것일까? 아픈 두뇌가 물질에 녹아져 내려가 신이 없음을 삶이 없음을 네 인생은 결국 빈 공간에 불과함을 너의 인생, 너의 끈, 너의 원자, 너의 모든 것이 결국 아무것도 아님을 세상을 채우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말을 그 광활...  
58 절대 무 드루크엘라이 109   2015-07-08 2015-07-08 04:17
모든 것이 없어졌다 물질조차 원자 단위로 갈갈이 쪼개지고 남은 것은 허무 어둠 그리고 나태함 양자 요동 조차 사치인 듯 일어나지 않는 그 곳에서 시간이란 것이 의미가 있을까? 의문이란 것은 의미가 있을까? 그럼에도 흘러가는 시간 공간, 삶의 흐름 그 결...  
57 노계(老鷄) [1] 드루크엘라이 109   2015-05-19 2015-05-19 05:47
주인 마님이 사랑하는 닭들은 전부 늙은 닭들 뿐이네. 주인 마님을 사랑하는 닭들도 전부 늙은 닭들 뿐이네. 모이를 주시니 늙은 닭들 아이고 마나님 감사합니다 하면서 다닥 다닥 달라 붙어 기름진 몸뚱아리 속의 모이주머니까지 곡식들을 채우려고 한다. 옆...  
56 타나토스 드루크엘라이 108   2015-06-02 2015-06-02 04:09
부족함이 죽음이 아니라 풍요로움이 죽음이다 너무 많은 것들을 돼지처럼 쳐 먹었고 즐거운 실루엣들만 시신경에 지지고 살다보니 이제 나의 뇌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로 어떠한 사고와 논리를 풀어내지 못한 채 있고 제발 누군가 나를 합당하게 죽여서 ...  
55 일개미 드루크엘라이 108   2015-05-26 2015-05-26 07:03
나는 여왕을 위해 간도 내어주고 쓸개도 썰어주네 암개미들은 내가 슬플때 그녀의 눈물을 빨아주기를 바라고 내가 힘들때는 눈물 한 방울 내오지 말라며 공기 진동이 아닌 페로몬으로 요한다 어차피 나의 유전자는 여왕의 1/8, 암개미들의 1/4 참으로 합리적인...  
54 만화 노루발 운전면허 따는 만화 - 3 [3] 노루발 107   2019-05-20 2019-06-04 01:42
원래 T자 구간 들어가기 전에 앞 차가 나오는 걸 기다렸다가 들어가느라 시간이 늦어졌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연습을 몇번 더 하니 10초정도 기다려준다고 감점 안 되더라구요. 괜한 핑계 대는 내용이라 지금 생각해보니 부끄러워 안 그림.  
53 기타 던전월드 리플레이 "시아게르타의 광산" - 2화: 복수보다 급한 급똥 (1) [1] 대슬 107   2019-01-10 2019-01-10 03:20
글이 너무 길고, 소설 형식으로 쓰면 읽기에 불편할 것 같기도 하고, 플레이 하는 모습이 잘 안 드러나는 것 같아서 앞으로 아래의 양식으로 바꿉니다. 인물: 대화 /  지문 형식으로. <등장인물> 부랄리우스 (플레이어: 장펭돌), 인간 전사. 이하 ‘랄' 모리스 ...  
52 대화의 감옥 드루크엘라이 103   2015-05-26 2015-05-26 07:04
너의 감정 따위 듣고 싶지 않다 너의 지혜 따위 알고 싶지 않다 네놈의 생각은 감히 말할 시도도 하지 마라 나는 네가 얼마나 들으려고 애쓰는지 평가해 주겠다 얼마나 공감하려고 발버둥치는지 평가해 주겠다 변변찮은 모습을 보여주면 골수조차 마르도록 잘...  
51 그림 The Darkest Of The Hillside Thickets:Big Robot Dinosaur file 노루발 103   2016-12-27 2016-12-27 09:03
 
50 블랙홀 드루크엘라이 102   2015-07-16 2015-07-16 00:58
도대체 그 많은 바보들은 어떻게 해야 된다는 말인가 보통 사람이 문제는 아니다 그들은 사회의 자원으로 남김없이 태워질 운명이니 천재들은 조금 위험하다 하지만 그들의 가치는 그런 위험성을 덮어 두고도 남을 일이다 문제는 그 많은 바보, 바보들이다 바...  
49 차가움 드루크엘라이 102   2015-05-02 2015-05-02 05:02
어떤 어설프고 뚱뚱하고 못생기고 병든 몸을 봤는데 정작 내가 그로부터 느껴지는 것은 동정심이 아니라 한 없이 차가운 마음이더라 경련된 입가로 인사를 하던 순간부터 안도의 이별 인사를 건내는 순간까지 녀석과 이야기 나눈 모든 순간은 그저 짜증나고 의...  
48 그림 펭도르 채색본 [1] file 흑곰 101   2018-10-21 2018-10-21 10:54
 
47 기타 제 1회 혼둠배 대회 홍보 포스터 [1] 노루발 100   2019-04-25 2019-04-25 18:28
많이 퍼가주세요.  
46 악어와 개미 드루크엘라이 99   2015-06-12 2015-06-12 04:51
늪지를 거닐며 고기를 입에 넣기 위해 말 그대로 진흙탕 싸움을 하는 파충류들은 그 하나의 생명이 너무나도 작아 보이고 제대로 된 사냥 하나 못 할 것 같은 연약한 생물이라고 개미들을 관찰하며 무시한다. 하지만 개미를 무시하지 말지어다 악어여. 그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