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이야기를 적는 공간
2월 26일 아이슬란드를 떠났습니다.
레이캬비크에서 24, 25일 이틀간 한 건 없습니다.
처음엔 블루라군이라든지 고래 보러가는 투어라도 할까 했는데
막상 하려니 돈이 너무 아까워서 못 했습죠.
특히 제가 영어가 안 되다보니 가이드를 못 알아들을 건데 그 비싼 돈 들여서 투어할 이유를 못 느꼈습니다.
밥도 항상 식빵사서 잼 발라 먹었는데,
그게 식비를 아끼는 최선이었습니다.
뒤에 영양 부족 증상인지 손톱위 살이 일어나고 그러더군요.
아무튼 26일 아침에 플라이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습니다.
공항까지 1시간 30분 걸리더군요.
먼 거리는 아닌데, 사람들 모으고 하느라 오래 걸리더군요.
처음에 9시 버스를 신청했다가 8시 버스로 고쳤는데,
9시 버스 탔으면 X될 뻔 했습니다.
여행은 언제나 여유가 필요한 거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계획대로 딱딱 되어버리면
시간이 남아서 몇시간 멍 때려야 하니 그것도 아이러니.
아무튼 런던에 다시 갔습니다.
그래봤자 3시간 머물다가 환승했지만요.
하지만 그 3시간 동안 저는 아주 중대한 실수를 해버립니다.
바로 각종 파일을 프린트한 파일을 어딘가 두고 온 거죠.
이건 나중에 거대한 사건의 방아쇠가 됩니다.
아무튼 바르셀로나에는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죠.
왜냐면 호스텔 주소를 잃어버렸으니까.
언제나 처럼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기억을 더듬어 Sant Andreu comtal역으로 갔습니다.
근처에 스타벅스나 뭐 그런거 있겠고, 거기서 와이파이 써서 찾아가면 되겠지.
음, 문제없어. 라고 생각했는데
스타벅스는 개뿔. 바 몇개 있고 와이파이 되는 곳은 없습디다.
바에 가서 도와주세요~ 와이파이 있어요~ 이 짓까지 했지만
결국 와이파이를 찾지 못했고.
시간은 벌써 밤 11시가 되어가는데,
어이쿠 이거 큰일 나겠구나 싶더군요.
할 수 없이 Barcelona sant역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거긴 큰 역이라 주위에 호텔이든 스타벅스든 뭐든 있을 거 같아서요.
가보니 역시 거기선 와이파이 되더군요.
겨우 주소를 알아내고 택시를 잡아서 도착했더니!
제가 헤메던 바로 그 코앞...
호스텔 이름이 문 위에 조그맣게 적혀있어서 호스텔인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차비에다 택시비까지 20유로에 가까운 손해를 입었죠.
주소를 몰랐다는 하나만으로.
여러분, 항상 종이같은데 하나 정도 더 적어넣고 다닙시다.
어쨌든 겨우 고단한 몸을 씻고 잠이 들었습니다.
사실 바르셀로나 호스텔은 처음으로 4베드 룸이라서 기대를 많이했는데,
4베드 룸...
어쩔 수 없이 침대를 4개밖에 못 넣는 열악한 방이니까 4베드 룸인 것이었습니다.
하긴 1박에 9000원 정도이니 불만은 없죠.
다음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피게레스로 향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제가 좋아하는 달리의 박물관을 보기 위해서였죠.
호스텔 스텝에게 물어보니 잘 모른다고 하더군요.
구글 검색해서 길 가르쳐 주던데 그대로 갔으면 X될 뻔.
기차는 기차역에 문의합시다.
아무튼 기차역에서 타니 바로 한번에 가더군요.
2시간 걸리긴 했습니다만.
그리고 그대로 가면 프랑스 국경을 넘던데, 그대로 프랑스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아무 계획없이 방랑하는 걸 좋아하는데 외국에서는 그러기 힘들지요.
아무튼 피게레스 도착하니 바로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고,
달리 미술관 물어보니 바로 지도 주고 가르쳐 주고,
길에는 와이파이도 되고.
진짜 잘 되어 있었습니다.
도시 자체도 달리스럽고요.
제 호스텔 주변은 완전 엉망이었던 겁니다...
사실 다음날 바르셀로나 돌아다녔지만,
바르셀로나는 왠지 약간 맘에 안 들었던 거 같습니다.
아무튼 달리 미술관 가서 원하던 달리 작품들을 보고 으헝헝 감동하고,
제가 원래 추가로 돈 내는 거 절대 안 하는데,
20유로 동전 넣는 거 다 넣어보면서 달리를 만끽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메르카도나라는 대형 매장을 갔는데
오! 아이슬란드 있다 왔더니 물가가 너무 싸!
먹고 싶은거 다 사서 공원에서 처묵처묵.
와이파이도 되니까 인터넷도 즐기고.
피게레스는 정말 좋았습니다.
5시쯤 되어서 다시 바르셀로나 돌아와서,
사온 빵과 소시지로 식사를 하고.
그렇습니다. 잼만 먹다 소시지가 추가되었습니다.
아무튼 그날은 그렇게 종료하고,
다음날 바르셀로나 돌아다닐 계획을 짰습니다.
다음날(2월 28일),
엄청나게 싸 돌아다녔는데 만족도는 별로.
일단 피카소 미술관에 갔는데,
피카소 젊은 시절 멀쩡한 작품이 많아서 별로 피카소 스럽지도 않고,
그 후에 맛간 작품을 봐도... 피카소는 역시 재미없달까.
역시 저에겐 달리가 최고인 듯 합니다.
알폰스 무하도 좋았구요.
그 다음은 미로 공원에 가봤는데,
그냥 이름만 미로라고 이름이 붙어있지.
별로 볼 거 없습니다.
참고로 미로는 헤메는 미로가 아니고, 예술가 미로입니다.
그리고 나선 다이고날인가 그 길을 걸었는데,
길은 좋았습니다.
날씨가 비가와서 엉망이었죠.
그 후 이제는 경기를 하지 않는 투우장을 보고,
싸그라다 파밀리아를 갔는데,
공사 중이길래
에이, 왜 하필 공사중이냐... 라고 생각했는데
이거 130년째 짓고 있다는 군요.
완공은 며느리도 몰러.
그야 말로 문명 원더 건설 현장이었습니다.
13.5유로나 내고 들어갔는데 별로 볼 건 없더군요.
엘레베이터도 못 타게 되어 있고.
미완성 버전을 돈내고 봤다는 사실에 빡쳤습니다.
베타 게임을 돈내고 한 기분이랄까.
그 더러운 기분으로 다음은 까사 데 밀라인가를 갔는데,
분명 거기가 까사 데 밀라같은데...
그냥 건물이더라구요.
그게 다인가...
뭐 이제 질려서 구엘 공원 찍고 돌아가야지 했는데,
구엘 공원은 쩔어줬습니다.
공원의 퀄러티가 아님.
여기가 13.5유로를 받아야 할 곳.
아무튼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정상을 향했는데,
중간부터 길이 제대로 된 길도 아니고, 이상하더니
어쨌든 정상에는 올랐습니다.
바람이 미친듯이 불더군요.
진짜 잘못하다가 날아가서 떨어질까 겁나서
서서 사진도 못 찍고 앉아서 찍다가 기어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도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거기 원래 산책로 아닌 듯...
그런데 나 말고 2명 정도 더 올라온 사람 있더군요.
참고로 입구에는 사람들 바글바글하다가
정상을 향한 이후로는 거의 혼자였음.
아무튼 구엘 공원은 만족스럽게 보고 나서
돌아와서 쉬었습니다.
누군가 방을 같이 쓰고 싶다고 방 바꿔 달라고 부탁하기에
호구인 저는 예스! 하고 바꿔 주고 들어갔더니
저번 방보다 춥더군요.
덕분에 오늘 좀 감기 증상이 있네요.
같이 방을 쓰던 외국은 팔이 없던데
아주 정상적으로 생활하기에 놀랐습니다.
물론 팔이 없는 만큼 불편하겠죠.
그리고 오늘(3월 1일, 한국은 2일인가)
밀라노로 왔습니다.
아, 오전에는 호스텔 근처 쇼핑 센터를 서성였죠.
일찍 갔더니 문을 안 열더군요.
10시나 되야 이 사람들 장사를 시작함.
전체적으로 바르셀로나는 야행성임.
게임샵도 있었는데 WiiU도 팔고 있어서
오오, 이게 발매되었구나! 감동했죠.
5유로로 떨이로 파는 게임도 많던데,
코드 상관없는 건 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땡기는 게 없었습니다.
거기 말고 게임 스탑도 있어서 들어가봤는데 별로 사람이 없음.
아무튼 외국에는 중년층도 게임샵에서 쇼핑하는 걸 자주 보고,
음, 역시 유럽.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까루프가 대박이었는데
지금까지 본 데중 가장 컸습니다.
1층만 해도 큰데 2층으로 되어 있음.
2층에는 책도 팔고 DVD도 팔고 전자제품도 팔고.
일단 1층에서는 0.22유로 콜라에 경악했고,
2층에는 일본 만화를 파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제가 세계여행하면서 일본 만화 파는 건 두 번째였습니다.
첫번째 브라질 살바도르에서 본 건 한권뿐이었는데,
여긴 그래도 꽤 갖춘 상태.
하지만 여기도 별로 숫자가 없었습니다.
특히 한권 한권 띄엄띄엄 놔두고 권수도 다 안 챙겨놨는데,
이거 누가 사라는 거야?
계산대가면 다른 권 주는 건가...
마블 코믹스도 있었는데 스파이더맨 관련 작품은 땡겼습니다.
물론 우리 돈으로 2만원 정도 하는 비싼 가격이라 엄두도 못 냈지만요.
아무튼 그때 스낵도 사고 콜라 사고 음료 샀는데
단돈 1.81유로! 잇힝!
하지만 기차표를 미리 끊는 뻘짓으로 3.80유로를 날렸죠.
기차표가 하루 종일 쓸 수 있는게 아니라 끊고 1~2시간 후까지만 쓸 수 있더라구요.
아무튼 현재 밀라노의 한인민박입니다.
덕분에 이렇게 장문을 적고 있죠.
밀라노는 호스텔이 거지같고 비싸서 그냥 한인민박 하루 들렸습니다.
물론 30유로나 해서 비싸지만
아침 한식 먹을 수 있고, 와보니 시설도 좋아서
하루 정도 재충전의 코스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안 그래도 감기 기운이 있어서.
9000원짜리 호스텔은 역시 그 값대로 하는 군요.
어제 너무 추웠어요.
아무튼 그럼 3월 5일 귀국하니,
이만 총총
똥똥배
- 2013.05.01
- 07:51:35
- (*.75.88.11)
바르셀로나 지하철에서 구걸을 하는 젊은이를 봤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몰랐지만 아주 슬픈 목소리로 호소하면서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땅에 대더군요.
근데 사지는 멀쩡했습니다.
우리나라같으면 사지 멀쩡한 젊은 놈이 구걸한다고 했겠죠.
멀쩡해도 장애인 코스프레 정도 해주는 게 우니나라는 예의니까요.
바르셀로나에서는 제 건망증으로 식빵을 역에 두고 오는 일이 있었습니다.
점심으로 먹을 빵들이었죠. 장갑도 놔두고 왔죠.
지하철로 2정거장 간 후에야 깨닫고 다시 돌아갔는데 아무도 안 들고 갔더군요.
다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