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이야기를 적는 공간
밀라노 민박의 아침.
한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묵고 있었는데
딱히 말 걸 일은 없었습니다.
같은 방을 쓰던 두명이 밤에도 말이 많고 시끄러웠는데
뭔가 수입품을 파는 업자들이었나.
한 명은 사장으로 나이에 비해서 그다지 돈을 많이 못 벌었는데 자신이 신념있다는 부류였고,
한 명은 젊은 사람으로 그 사장에게 한 수 배우고자 따라다니는 듯 했습니다.
아침에 두오모를 보기 위해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그런데 지하철 표를 끊으려는데 집시들이 집쩍 댔습니다.
이건 이렇게 하는 거라고 막 눌러주더군요.
분명 그대로 표를 뽑으면 돈 달라고 할 거 같아서 도망쳤습니다.
그러다가 저쪽 갔을 때 몰래 표를 뽑으려고 하니 또 오고...
아무튼 몇번이고 피해서 겨우 혼자 표를 뽑을 수 있었습니다.
두오모는 가보니 미리 인터넷에서 보던 그대로 였습니다.
입구에 군인들이 지키고 있어서 약간 쫄았는데 별 거 없었습니다.
흠, 아무튼 안은 웅장하고 좋았습니다.
사진 금지인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찰칵찰칵 찍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찍었습니다.
과거 성인의 유해도 보관하고 있었는데,
결국 시체를 보관하고 있는 거죠.
이게 왠 악취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아케이드 쪽을 둘러 봤습니다.
벤츠에 프라다, 루이비똥.
엄청난 브랜드들이 다 모여 있더군요.
프라다같은데 있는 명품 하나가 제 세계일주 비용보다 비싼것도 있더군요.
근데 사람들이 많이 줄 서 있는 곳은 전자제품점이었습니다.
저도 궁금해서 전자제품점에 들어갔죠.
문 열기까지 계속 줄 서 있었습니다.
안에는 책도 있고, 게임 소프트도 있고.
WiiU 체험도 해볼 수 있었는데,
저는 소심해서 잠시 만져보고 말았습니다.
생각보다 할 게 없고, 감기라서 몸도 피곤해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때 쯤 되니 두오모 주변에 이상한 거 파는 인간들이 모여들더군요.
호객행위를 하길래 휑하니 지나쳤습니다.
숙소로 돌아가니 아주머니가 여기는 있으면 안 된다고 나가라고 하더군요.
뭐 점심 때에는 숙소에 못 들어오게 하는 호스텔도 있으니 이해는 하지만
상당히 기분 나빴습니다.
어쨌든 예정보다 일찍 나와서 그냥 공항에 갔습니다.
라이언 에어는 정말이지 빡빡하더군요.
유럽연합 사람 아니면 비자 체크도 받아야 했고,
이지젯은 짐 크기만 보고 걸릴만 한 게 아니면 그냥 가라고 했는데
라이언 에어는 일단 다 체크하더군요.
버스에 타서 비행기로 이동하는데도 사람들이 많아서 빡빡.
그런데 앞은 텅텅 비어 있습니다.
왜냐면 거긴 추가 요금 낸 사람들 자리거든요.
일찍 통과시켜주거나, 버스에서 넓은 자리를 주거나
아무튼 세세하게 조금 더 서비스 받으려면 돈 내야 하는게 라이언 에어였습니다.
저가 항공이니 할 수 없죠.
공항에서 재미있게 본 건 금 판매기였습니다.
자판기처럼 되어 있는데 돈 넣으면 금이 나오고
뭐 증명서까지 나오는 시스템이더군요.
저도 '쓸데없이 금이나 사봐?' 하고 가격을 보고는...
쓸데없는 생각을 접었습니다.
밀라노에서 비행기를 타고 알프스인가 거대한 산맥을 넘어
영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영국은 진짜 싫은데 비행기표를 왜 이렇게 끊은 건지.
게다가 그리니치로 가야 하는데,
그리니치는 지하철이 아니라 뭐시더라 아무튼 지상에 있는 다른 것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처음엔 아무 생각없이 노선도를 보고 탔는데,
중간 어떤 역에서 열차가 되돌아가더니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겁니다.
패닉이었습니다. 그리니치가 바로 저긴데 갈 수가 없어! 하구요...
알고 보니 거기서 일단 내려서 갈아타야 하더군요.
어찌어찌해서 겨우 그리니치 호스텔을 갔는데...
어딘지 모르겠는 겁니다.
아니, 어딘지는 알겠는데... 거긴 주점이라서...
알고보니 주점이 1층에 있고, 2층부터 호스텔인 곳이었습니다.
상당히 저는 그게 싫었습니다.
대신 다음날 아침은 맛있었습니다.
방은 8인실로 다른 사람들도 있었지만
전 늘 하던대로 조용히 제 침대로 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누워 잤습니다.
다음날은 천문대가고 그리니치 시장 보고
그리니치 의외로 볼 게 많았습니다.
복잡하던 런던 시내에 비하면 오히려 적당히 조용해서 좋더군요.
이때 봤던 것은 사진으로 많이 찍어 뒀으니 그쪽을 참조.
어쨌든 그리니치도 보고, 커티 삭도 보고.
다음 날은 귀국하는 날.
1개 1파운드 짜리 싸구려 빵을 먹으며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탔습니다.
에어 프랑스를 탔는데, 자동화가 되어서 표는 자기가 뽑아야 하더군요.
짐 맡길 거 없으면 혼자 체크인 하면 됩니다.
아무튼 저가 항공만 타다가 에어 프랑스 타니까 너무 좋았습니다.
프랑스 요리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계속 주고.
영화도 볼 수 있고.
여기서 주먹왕 랄프랑 도둑들을 봤네요.
아무튼 10시간이 넘는 비행인데도 장거리에 익숙해져서인지
저가 항공 타다가 보통 항공타서인지 즐겁게 왔습니다.
별로 길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중간에 파리를 경유했는데,
프랑스는 구경도 못 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날면서 창 밖으로 약간 본 정도죠.
아무튼 인천으로 돌아오니까 엄청 어색했습니다.
특히 외국에서는 사소한 거에도 모두 Excuse me, Sorry했는데
한국 돌아오니 그냥 툭툭 쳐도 말 없이 지나가더군요.
입국 심사에서도 그냥 말없이 여권보고 말없이 가라고 하고.
한국의 무뚝뚝함이 이런 거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지금은 다시 한국에 적응해서 잘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데,
단순히 저는 2호선을 탄 백수일 뿐.
세계를 돌고 온 위대함을 알아주길 바라는 관심종자에게
아무도 관심을 주지않아 쓸쓸해 졌습니다.
모든 것이 허무해졌죠.
한국으로 돌아와서 제일 처음 간 곳은 집... 이 아니라
만화 총판.
지금까지 밀린 신간들을 모두 샀습니다.
러시아인 같은 모자를 쓰고 마리오네트를 단 배낭을 맨 이상한 손님이었지만
신경 안 쓰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여행은 모두 끝났습니다.
이젠 적지 않은 시작부터 남미까지 이야기를 적어봐야 겠군요.
만화가 가장 좋긴 한데, 왠지 만화 그릴 기분도 안 나고
일단 스토리를 적어두는 게 나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