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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인간이 짐승으로 세상을 떠돌아 다니던 시절에
인간에게 하늘을 나는 새들과 땅에 거니는 육중한 물소 떼들은
그들에게 경외감을 주는 신령이며 하늘의 권위였을 것이다.
몇 몇 인간들은 그 경외감에 못이겨 그들과 교접을 시도하다 갈기갈기 찢기지 않았을까?
인간 종 외에 존재에 대해 탐닉하는 욕망은 종교의 본연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어쨋든 두려움을 통해 발현된 인간의 종교 인식은
점차 기술과 논리로 자연을 이해하고 해체해 나가면서 벗겨지기 시작한다.
인간이 돌과 활과 불로 물소를 잡고 불에 태우며 그 향기를 하늘 높이 퍼졌을 때,
그 때는 조로아스터와 예수 그리스도가 재림했던 때이다.
이제 위대한 예언자들 모두 땅 속에 문들어져 미이라가 되었고
그들의 삶에 대한 증언은 책과 글 속에서 세포 단위로 쪼개져 사람들에게 전해질 뿐이다.
그렇지만 물소와 교접을 하려던 인간의 사악한 본성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 인간은 이제 붉은 색, 파랑 색, 노랑 색으로 치장된 온갖 새로운 생물체들과 교접을 시도하려고 한다.
이 전에는 경외심으로 발현했던 그 성스러운 행동들은
지금에 와서는 그들의 살같을 낱낱이 햝으며 해체하고 털을 뽑는
자연의 영원한 군림자와 폭군으로서 자리잡으려고 한다.
결국 지구에 남겨진 것은 강렬한 색깔과 불쌍한 이종교배의 자식들 뿐.
모든 생명체와 섹스를 하기까지 인류의 질주는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