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창작물을 자유롭게 올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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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우리는 떠올렸다...
끝없이 시전되는 슬리프의 공포를...
풀 수 없는 빙결의 공포를...
'130 인던', 그 이름도 악명이 자자한 '르귄가문의 저택'이다.
부푼 마음으로 130 인던에 처음 들어간 내가 느낀 것은, 상태 이상이 엄청 많이 걸린다!
상태 이상에 걸리면 풀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풀릴 때 까지 모든 공격을 무방비로 맞아야 한다!
풀 수 있는 방법은 클레릭의 '큐어', 이 마저도 범위가 좁고 쿨타임이 길어서 한 번에 2명 이상의 상태이상을 풀어주는 것은 무리다.
게다가 '큐어'를 쓸 수 있는 클레릭인 내가 얼어 버리거나 잠들어 버린다면, 파티는 전멸하는 것이다.
130 인던에는 상태 이상을 거는 몬스터들이 많이 등장하여 던전의 난이도 또한 매우 높아졌다.
50 인던은 막 50렙을 단 뉴비 셋이서도 클리어가 가능했고, 90 인던과 115 인던은 던전 입구에서 대충 헬팟을 짜서 들어가도 클리어가 가능했다.
130 인던도 클리어가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파티원들이 죽는 빈도가 그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잦아졌고, 따라서 클리어에 걸리는 시간도 대폭 증가하였다.
인성이 좋은 사람들만 만났는지, 왜 나한테 힐을 안 넣어 주냐고, 너 때문에 죽었다고 나한테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 와중, '디스펠러'라는 것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상태 이상을 1회 막아주고 소모되는 아이템으로, 이것이 있다면 나는 '빙결'이나 '수면' 등에 걸리지 않으며
내가 상태 이상에 걸리지 않으면 다른 파티원들의 상태 이상을 '큐어'로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판단을 한 나는 당시 600원에 거래되고 있던 디스펠러를 뭉탱이로 사서 들어갔다.
효과는 대만족!
다만, '빙결'과 '수면'이 가장 무서운 상태 이상인데, 디스펠러는 플레이에 별 체감이 없는 헥싱(자연 회복이 되지 않음)이나 영향이 미미한 '슬로우' 같은 가벼운 상태 이상에도 소모되어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별로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연막 안에 들어가면 걸리는 '최루'(공격 불능 상태가 됨)는 막아주는 대신, 연막 1틱에 디스펠러 하나가 소모되니...
던전이 어려운 만큼, 적응해 나가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파티원 포지션의 특징, 힐 까는 위치, 부활기 '리바이브'의 타이밍, 던전의 동선 숙지, 디스펠러의 사용 등등...
익숙해지니 130 인던은 더 이상 공포의 던전이 아니라 상당히 안정적으로 돌 수 있고, 오히려 졸리기까지 한 곳이 되어 버렸다.
아, 맞아. 130 인던은 악마/변이형, 판금 몬스터가 많아 팔라딘이 많이 활약할 수 있는 곳이었다.
스마이트의 신성 데미지와 턴 언데드에 마족들은 녹아내렸다. (물론 파이어볼과 플레임 그라운드, 스카이 라이너가 더 셌지만)
자동 매칭 보너스 대폭 상향 후, 자동 매치로 랜덤 조합을 짜서 들어갔을 때, 나름 딜링도 넣고 힐도 해주고 버프까지 걸어주니
"팔라님 만능이시네요" 라는 칭찬도 들은 적 있어서 기분이 좋기도 했다.
(친구한테 이 이야기를 하니 그거 이도 저도 아닌 놈이라는 비아냥이라고... 흑흑...)
무엇보다 120레벨 목걸이의 완성, '페타미온'의 제작서를 얻어서 기분 좋기도 했고.
재료로 들어가는 '미스릴 광석'과 '옵시디언'을 얻을 자신이 없어서 제삭서는 팔아 버렸지만.
130 인던은 실버를 많이 주는 곳으로 유명하여, 레벨업을 위해 여기를 많이 도는 중 꽤 많은 실버를 쌓았다.
나는 120제 둔기 '발리아'와 한손검 '벨니웁'을 맞추었기 때문에 무기에는 별 투자를 하지 않았고
방어구는 잡 판금세트와 솔플용 카프리선 세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역시 투자할 일이 없었다.
쌓인 실버는 악세사리인 '헬스 스톤'에 들어가는 혈석과 '헌터 뱅글'에 들어가는 미노스 뼈를 사는 데, 그리고 '스마이트'의 공격력을 강화하는 특성을 찍는 데에 대부분의 실버를 소모하였다.
수리비와 물약 값, 그리고 스킬 사용에 필요한 소모 아이템을 사는 데에도 만만찮은 돈이 들어갔지만.
지옥의 130 인던을 거치면서 나는 플레이를 점차 터득해 나갔다.
캐릭터가 아닌 플레이어가 강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