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유롭게 이야기를 적는 공간

목요일, 새벽 5시 30분 공항으로 콜택시 타고 감.
기사가 왜 이리 빨리 가냐고 함.
난 원래 출발 2시간전 쯤엔 공항 가는거라 생각했는데 공항이 문을 안 열었을 거라고 함.
그래도 돌아 갈 수도 없고 일단 공항 옴.
별로 멀지도 않은데 택시비 25000원 가량.
런던에 이어 후덜덜함.
아침 비행기는 예약하는 게 아님.

아무튼 공항은 문은 안 열고 앞에서 기다리는데 똥이 마려움.
다행히 6시 좀 지나자 문 열어 줌.
들어가서 즐 똥.

공항 매우 작음.
표도 그냥 바코드 찍힌 종이 쪼가리.
생각해 보니 한국 국내선도 이렇구만.
근데 규모는 비교할 게 못 됨.
시골 기차역같은 공항.
비행기도 작음.
아무튼 타고 동쪽 에일스타디르로 옴.
오는 도중 구름갇힌 하늘을 보고 대만족.

에일스타디르 공항은 더 작음.
공항에서 소똥냄새남.
시골역 수준.
어쨌든 왔는데 어떻게 가야할지 방법이 없음.
다들 차 렌트하고 있고 버스는 안 보임.
택시 타는 건 미친 짓이고.
할 수 없이 걸음.
에일스타디르까진 금방 옴.
와도 특별히 뭐가 없음.
나도 차를 몰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함.
자전거라도 있었으면.
드디어 세이디스피오르드로 사는 길목.
여기서 기나긴 길이 이어진다.
그냥 마을로 돌아가 방법을 찾아볼까 하다 그냥 걸음.
근데 상당히 힘들었음.
빙판길도 있고.
무엇보다 오르막이었음.
계속 굽이굽이 고개.
경치는 좋았고 차도 거의 안 다녀
도로를 홀로 걷는데 기분 좋음.
경치를 찍으며 걸음.

1시간뒤,
지겨워짐. 길도 한참남은 거 같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
이 세상에 나만 홀로 남겨진 기분이었음.
막 소리높여 불렀음.
그것도 1시간쯤 하니 지겨워짐.
이제 난 누군가 여긴 어딘가 생각 듬.
고국에 계신 어머니께 마음 속으로 편지도 씀.
1시간 후.
장장 3시간을 쉬지 않고 걸렀는데 오르막.
스스로에게 정상에 가서 쉬자고 다짐했기에 쉬지 않고 걸음.
걸어서 못갈건 없다고 생각 함.
하지만 해지기 전에 도착할까 걱정 됨.
게다가 위로 올라오니 바람도 불고 추워짐.

그때, 뒤에 오던 차 한대가 멈추더니
태워준다고 함.
탱큐 연발하며 타고 감.
과연 길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음.
나중에 보니 거리가 약 30km.
반 정도 걸었던 것.
하지만 그땐 거리를 알 수 없으니 심적 압박이 심했음.
게다가 오르막+눈길이었으니.

마을 도착.
경치 아주 좋음.
레이캬빅은 아무것도 아니었음.
호스텔을 찾지 못해 헤멤.
인포센터는 문 닫음.
그래도 와이파이가 되길래 점심을 먹으며 이것저것 검색.
그 후 호스텔을 찾는데 간판은 있는데 안 보임.
호스텔로 추정되는 곳을 빙빙 도는데 안에서 누가 호스텔 찾냐고 함.
그렇다고 하니까 차로 호스텔까지 데려다 줌.
호스텔 마을 구석 멀리 있음.
과연 유스 호스텔.
경치는 매우 좋음.
그리고 덕분에 호스텔에서 오로라도 쉽게 봤지만 이건 나중에 다루고.
아무튼 호스텔이라기 보다 시골 민박집.
손님이 나 뿐이라서 아무 방이나 쓰라고  함.
덕분에 더블룸을 도미값으로 씀.
사실상 호스텔에 나 하나 뿐이라서 개인룸.
아니, 개인 호스텔.

사실 여기 책자에는 4월부터 영업이라고 함.
내가 레이캬빅에서 전화해서 그냥 오라고 한 거 같음.
아무튼 주인이 별 돈 벌 생각 없는 듯 함.
그냥 방값만 받고 나머진 알아서 하슈.

자전거 빌리고 싶었지만 비수기라 못 빌린다고 함.
결국 이리저리 걸음.
내가 오로라를 보러 왔다고하니 뒷산이 좋은 장소라고 해서 올라 가봄.
근데 올라가는데 염소똥같은 게 엄청 많음.
밤에 오는 건 무리겠다 싶어 돌아 옴.

다시 호스텔 돌아와 와이파이 하고 시간 떼우다 밤에 오로라 보려고 잘려는데 잠이 안 옴.
볼 수 있을까 되게 긴장 됨.
결국 못 자고 계속 하늘을 봤는데
구름이 오기도해서 절망하기도 했으나
밤에는 맑은 하늘이 됨.

오로라를 기다리며 계속 북쪽하늘을 봤으나 아무것도 없음.
10시쯤 되서 헛것이 보임.
저게 오로라인가 하면서 허공을 계속 찍고, 오로라는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건가,
이때까지의 모험이 오로라다!
멘붕하고 있을 즘,
서쪽에서 초록빛이 피어오름.
드디어 왔구나.
저게 오로라인가
뭐 그렇구나 이걸로 만족해야지 했는데
점점 길게 뻗더니 머리 위에서 커튼처럼 펼쳐지고 커튼 끝이 빛나고
계속 형태가 바뀜.
사실 기대를 약간 접은 상태였는데 기대 이상이었음.
북극광이라 북쪽을 봐야한다는 건 엉터리, 그냥 하늘 전체를 무대로 펼쳐지는 우주쇼임.
12시쯤 되어서 이제 아무것도 없음.
만족하고 잠을 이룸.

다음날은 뒷산이나 오름.
오르다 보니 길이 없음.
눈이 안 녹음.
기어서라도 올라감.
그러다가 겁이 남.
겨울에 눈이 쌓이면 절벽같은 곳도 평지처럼 보여서 푹 빠질 수 있다는 게 떠오름.
특히 여긴 구해줄 사람 없음.
내려오기로 함.
미끄려져 내려 갈려고 했는데 잘 안 미끌림.
보드가 필요 할 듯.
길없는 곳을 올라왔더니 어디로 내려갈지 모름.
막 진창에 빠지고 여기는 왔던데가 아닌데 이러면서 내려 옴.
돌아와서 세탁과 샤워.
원래 세탁도 700isk 받는데 그냥 쓰라함.
호스텔에 닭장이 있어 그 달걀도 파는데 그냥 먹으라고 함.
내가 500 쥐어주고 그걸로 퉁치기로 함.
장봐서 이거저거 사 먹고 놀면서 보냄.
도미 쓰다 호스텔을 다 맘대로 쓰니 천국이었음.
근데 그날밤은 구름 낌.
오로라 못 봄.

다음날 2월 23일.
마을로 가는 버스가 하루 한 대 뿐이라
비행기 시간이 오후 6시인데 아침에 옴.
버스도 아니고 벤이 었음.
손님은 나 하나 뿐.
그리고 친구 한 명 태운 듯.

에일스타더 돌아오니 할 일이 없음.
서브웨이가 보이길래 저기서 시간 떼울까 했더니 영업 안 함.
추워 그냥 공항 옴.
공항에 사람 없음.
이번엔 개인 공항.
맘대로 혼자 돌아 다님.

근데 오늘 이쪽 날씨 너무 좋음.
구름 한 점 없음.
하루 더 머무를걸 유혹이 있지만
하루 더 있으면 레이캬빅 일정이 하루 남고 비행기도 이미 예약해 놨고 숙박도 조절해야하고 일이 많아 결국 예정대로.
사실 날씨 좋아도 오로라는 운이고,
오늘 예보엔 콰이어트 레벨.
눈 부신 정도를 보고 싶은데 그건 정말 힘든 듯.
아이슬란드 한달 넘게 여행하며 계속 하늘 보거나 해야 할 듯.
어쨌든 일단 봤으니 돌아 감.
안 봤으면 대가를 치루더라도 일정을 바꿨을 것 임.
조회 수 :
1233
등록일 :
2013.02.24
16:58:16 (*.157.74.12)
엮인글 :
게시글 주소 :
https://hondoom.com/zbxe/index.php?mid=free&document_srl=681121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sort 추천 수 날짜 최근 수정일
공지 (대피소) 혼돈과 어둠의 디스코드 노루발 118   2023-09-05 2023-09-05 16:05
공지 글 작성을 위해서는 회원 가입이 필요합니다. 노루발 4683   2016-02-22 2021-07-06 09:43
285 핑계만 늘어가네 [2] 흑곰 48   2019-06-18 2022-10-02 19:54
다시 게임을 만들고자 유니티 공부를 시작했었습니다만 팀의 사원 한 분이 갑작스럽게 퇴사하게 되면서 새로운 업무가 추가됨. 덕분에 책을 또 샀고, 주말 내내 집과 카페에서 기술서적만 읽었습니다. 당분간 회사 일에 집중해야할 듯. 돌이켜 보면 할일은 언...  
284 부족전쟁 다시 하는 중 [3] 노루발 48   2018-09-13 2018-10-22 01:07
103세계 Sub7  
283 처음으로 오도바이로 출근한 후기 [1] 노루발 48   2019-07-23 2019-07-25 08:50
어제 오도바이 출근을 하려다 귀찮아서 안하고 오늘은 하기로 결심해서 평소보다 집에서 5분정도 일찍 출발.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시트를 정리하고 장비를 차고 열쇠를 꽂고 시동을 걸고 출발!! 경쾌한 엔진음과 함께 출발한 다음 정차 후 출발! 하려는데 시동...  
282 혼둠배 대회 많이 기대되네요. [1] 노루발 47   2019-04-26 2019-04-26 02:31
어차피 혼둠은 유령 사이트라 아무도 안 오니까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오랫동안 명맥이 끊겼던 똥똥배 게임제작 대회를 계승하는 의지가 엿보이네요.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에서는 심사위원보다 참가자로 참가하고 ...  
281 한가해졌으면 [4] 흑곰 47   2018-11-30 2018-12-03 20:23
지난달에 시간 많았는데 이런저런 개발한답시고 허송세월하고... 이번달에 시간없으니까 지난달에 혼둠 리뉴얼 할걸 이러고 있네요. 요새 너무 피곤하고 업무 스트레스도 너무 심해서 휴식이 간절합니다. 12월 중순엔 한가해졌으면.  
280 또 뒤졌네... 흑곰 47   2020-03-04 2020-03-04 08:12
아놔...  
279 크바스를 만들려고 레시피를 구글에 검색했는데 [2] file 노루발 47   2019-06-23 2019-06-26 05:54
 
278 집에 와서 뭔가 하려고 했는데 [2] 흑곰 47   2018-12-28 2018-12-29 03:37
집에 와서 뭔가 하려고 했는데 뭐 하나 하고 보니 벌써 새벽 1시... 예전엔 3시는 물론 4시, 5시도 거뜬히 버티고 다음날 출근하곤 했는데, 점점 힘에 부치네요. 늙음...  
277 혼돈과 어둠의 땅 새 메뉴 공개 [4] 흑곰 47   2018-12-17 2018-12-18 20:05
혼돈과 어둠의 땅 새 메뉴 공개. 새 메뉴래봤자 게시판이지만... 아카이브 동굴. 쯤이 어떨까 합니다. 혼둠의 과거 자료(스크린샷, 그림, 만화, 게임 등)을 공유하기 위한 공간. 개인적으로 소장(?) 중이신 옛날 자료들을 심심할 때 업로드해주시면 되겠습니다...  
276 혼돈과 어둠의 채팅(혼둠팅) 요구사항 [3] 흑곰 46   2023-07-31 2023-08-01 19:12
혼돈과 어둠의 채팅(혼둠팅) 요구사항 다 처리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접수. 1. ㅋㄹㅅㅇ : 접속자 목록 만들어주세요 => 현재접속자 목록이 추가되었습니다. (2023/08/01) 2. ㅋㄹㅅㅇ : 한 계정은 한 채팅방에만 접속 가능하게 해주세요 => 브라우저별...  
275 곰마적님의 피의 발렌타인 [2] 흑곰 46   2022-02-08 2022-02-10 20:51
대비한다고 대비하고 있었는데 요 며칠 또 깜빡했군요. 오랜만에 와서 다시 부지런히 버튼 눌러놓고 갑니다. P.S. 무슨 얘기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혼둠지 얘기입니다.  
274 혼둠배대회 준비하는 사람 있을 것인가? [2] 흑곰 46   2019-05-15 2019-05-17 07:19
혼둠배대회를 연다고 공지사항에 걸어둔지 3주 정도 됐습니다. 과연 준비하는 사람이 있을 것인지. 8월 말까지 제출이니까 3개월 반 정도 남았습니다.  
273 에고에고 [4] 흑곰 46   2018-10-17 2018-10-22 01:14
또 혼돈과 어둠의 땅을 한동안 들어오지 못했네요. 허허.  
272 계속해서 개인 프로젝트 [4] 흑곰 46   2018-08-17 2018-08-22 00:54
계속해서 개인 프로젝트를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게임 제작도 그렇지만, 이 사이트(혼돈과 어둠의 땅) 리뉴얼도 제 개인 프로젝트에 들어갑니다.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계속 해볼 생각이니 지켜봐주세요.  
271 오랜만입니다. [3] 장펭돌 46   2022-06-25 2022-07-05 22:39
다들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저는 여전히 팟캐스트를 운영중이며   결혼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모두들 어찌 지내시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는 밤이네요.  
270 안과 방문 [1] 흑곰 46   2019-07-28 2019-07-28 04:06
안과 방문 점심 무렵 어머니와 밖에 나와 있었다. 왼쪽 눈이 가려워 5분 가량 계속 비볐다. 뒤늦게 거울을 보니 눈이 심각하게 충혈되어 있었다. 어머니가 크게 걱정을 하시며 각막염일 것 같다고 하셨다. 나는 아침에만 해도 멀쩡했는데 그럴 수가 있느냐며 ...  
269 개인건물 신청 접수 [4] 흑곰 46   2018-08-24 2018-08-24 10:39
개인건물 신청을 받습니다. 말이 건물이지 게시판 형태를 말합니다. 적어도 일주일에 1개 이상 글을 꾸준히 올려주실 분을 찾습니다. 특정한 주제가 있어야 하고요. 1. 건물이름 2. 주제 를 적어주시면 게시판을 내어드리겠습니다. 단, 정말 성실히 글을 꾸준...  
268 손님이 오셨나봅니다. [2] 규라센 45   2024-03-27 2024-03-28 12:08
환영해줍시다!  
267 오랫동안 혼둠을 돌보지 못했군요 [3] 흑곰 45   2024-03-26 2024-03-28 12:07
오랫동안 혼둠을 돌보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내 일이 바빠가... 혼둠 도메인 만료도 슬슬 다가오는군요. 비록 흐르는 물 아니고 고인 물 일지라도, 역사는 계속되길 바랍니다.  
266 예비군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6] file 노루발 45   2023-06-22 2023-06-30 1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