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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1. 앞 길을 막는 자에게는 오직 죽음 뿐


시아게르타로 향하는 부랄리우스, 모리스, 그리고 박춘배. 부랄리우스는 필요에 의해 모리스를 고용했지만, 내심 이 도둑놈이 허일리우스의 첩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고 있다. 반면 인상좋은 사제 박춘배는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모리스는 아무리 봐도 흉악한 악당인 부랄리우스와 정체가 미심쩍은 교단의 사제인 박춘배를 깊이 불신하고 있다. 한 편, 박춘배는 고통의 신 호이겐스의 대리자로 안성맞춤인 신체를 지닌 부랄리우스를 호이겐스 교로 개종시키고 싶어한다.

서로에 대한 불신, 그리고 음험한 음모를 품은 채, 이 위태로운 일행은 시아게르타를 향해 눈 덮인 겨울 길을 걷고 있다.


일행은 여행길에서 시아게르타에 납품할 보급품을 취급하는 작은 상단을 만나 상단의 꼬리에 빌붙어 함께 여행한다. 시아게르타에서 나흘 거리 정도에서 멈춰선 상단은 추위를 이기기 위해 소소하게 술 연회를 벌인다. 부랄리우스와 모리스는 다음 날을 생각해서 술을 자제하지만, 박춘배는 미친듯이 술을 퍼먹고 떡실신하고 만다. 다음 날 아침, 주섬주섬 짐을 챙기던 일행에게 상단장 웨슬리가 다가와서 숙취 해소제를 건낸다.

“이보시오. 몸은 괜찮소? 나 원, 아무리 드워프라지만 겨울 노상에서 술을 그렇게 먹는 사람은 처음 보는군.”

박춘배는 술이 덜 깨서 그저 헤롱헤롱한다. 부랄리우스는 박춘배를 힐끗 보더니 답한다.

“뭐, 아무래도 드워프니까 괜찮아질 거요.”


하지만 속으로는 저렇게 무책임하게 술을 퍼먹는 놈들은 다 뒤져야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다행이오. 그것보다도 당신들, 시아게르타로 간다고 했는데. 요즘 시아게르타가 어떤 곳이 됐는지 알고 있는 거요?”

부랄리우스와 모리스는 전혀 모르는 눈치다.

“시아게르타에 마지막으로 간지 오래 돼서 잘 모르오만.”

“그렇군. 요즘 시아게르타는 경비가 무척 삼엄하오. 준비된 여행자 증서가 있지 않으면 출입이 통제되지. 혹시 가지고 있소?”


당연히 그런 건 없다. 부랄리우스는 모리스에게 묻는다.


“일단 나는 없는데. 모리스, 당신은 본래 허일리우스 공작령 출신이잖소. 그런 거 혹시 가지고 있소?”

모리스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아뇨. 없습니다. 제가 허일리우스 공작령 살던 때만 해도 그런 증서가 필요하다는 얘기는 듣지도 못했습니다.”

일행의 당황한 눈치를 살핀 상단장 웨슬리가 말한다.


“그렇다면 어디서든 여행자 증서를 받아야겠군. 우리야 다 가지고 있으니 이대로 시아게르타로 갈테지만, 당신들은 우리와 헤어져서 증서를 발급 받을만한 곳을 찾아보는게 좋을 것 같소.”


부랄리우스와 모리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대자로 뻗어서 푸른 겨울 하늘을 바라보던 박춘배가 몽롱한 목소리로 중얼 거린다.


“...... 그냥 얘네한테서 뺏으면 되는 거 아냐?”


일동은 얼어붙는다. 부랄리우스는 황급하게 손을 내저으며 말한다.


“취해서 그런 거요. 취해서! 하하하. 신경쓰지 마시오. 당신 말대로 하리다.”


웨슬리는 눈살을 찌푸린 채 박춘배를 잠시 노려보다가, 고개를 한 번 끄덕하고는 자신의 상단을 돌보러 떠난다.


일행은 떠나가는 상단을 보며 잠시 회의를 한다. 모리스는 아무래도 부랄리우스의 신분이 저쪽에 노출되어 있으니 정식 여행증을 받아봤자 우리가 왔다는 걸 알리는 꼴이 될 거라고 말한다. 부랄리우스는 거기에 동의하고, 시아게르타에 몰래 잠입하는게 어떻냐고 제안한다. 모리스는 그보다는 도둑 길드의 연줄을 통해 위조 여행증을 얻자고 주장한다. 잠시 생각해본 후, 부랄리우스는 그렇게 하기로 한다. 박춘배는 숙취 때문에 아무 생각이 없다. 일행은 멍때리는 박춘배를 이끌고 블랙스톤이라는 소도시로 향한다.


----


마을에 들어선 일행은 주점에 들어가서 정보를 모으기로 한다. 주점의 이름은 ‘나의 작은 조랑말’. 훈훈한 모닥불 열기를 받으며 일행은 주점 탁자에 앉아 주인장을 부른다. 묵묵히 맥주잔을 닦던 중년의 주인장은 일행의 부름을 듣고 다가온다.


“뭐 드릴깝쇼?”


모리스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저는 어제도 술을 마셔서 … 피곤하니 우유나 한 잔 하고 싶군요.”


부랄리우스는 핀잔을 준다.


“주점까지 와서 우유는 무슨, 나약하게시리. 숙취에는 원래 술이 최고야. 주인장. 맥주 세 잔 주시오.”

“맥주 세 잔, 선불로 1닢입니다.”


유일하게 돈을 가지고 있는 부랄리우스는 1닢을 주인장에게 내민다. 주인장은 곧 맥주 세 잔을 가져와 탁자에 내려놓고서는 묻는다.


“더 도와드릴 건 없습니까요?”

부랄리우스는 모리스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쿡 찌른다. 모리스는 주인장에게 넌지시 말한다.


“사실 우리가 여기가 초행길이라. 간략하게 마을 얘기나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주인장은 머리를 긁적거린다.


“글쎄올시다. 보시다시피 조그만한 촌동네라서요. 별 다를 건 없구만요. 근래에 시아게르타로 가는 물자를 취급하는 상인들이 많이 찾아와서 마을회관 쪽은 북적북적 합니다만… 필요한게 있으시면 그리로 가보시지요.”

부랄리우스는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주인장에게 묻는다.


“거친 놈들이 모이는 곳은 어디요?”

“거친 놈들이라면….”
“무슨 말인지 알잖소. 좀 더러운 일도 좀 하고 … 그런 놈들 말입니다.”


주인장은 성실하게 장사해온 본인에게 그런 실례가 어디있냐는 듯이 모른다고 잡아떼고서는, 홀연히 바 쪽으로 되돌아가버린다. 허탕을 친 부랄리우스와 모리스는, “고문을 하면 입을 열지 않을까?” 운운하는 헛소리를 중얼거리는 박춘배를 무시한 채 다시 술을 홀짝거린다. 그러다 문득, 가게 주변을 둘러보던 부랄리우스는 어두운 구석에 앉은 남자가 일행을 주시하고 있는 것을 깨닫는다. 척봐도 도둑길드 관계자로 보이는 남자다. 부랄리우스는 모리스에게 남자를 가리키며, 가서 얘기를 해보라고 한다.


행운이 일행을 따르는 것인지 남자는 정말로 도둑길드원이었다. 처음에는 모리스를 경계하던 남자는 동업자 정신을 내세운 모리스에게 마지못해 마을에 위조문서를 취급하는 상인을 소개시켜준다. 정보를 얻은 일행은 재빨리 맥주잔을 비운 후, 소개 받은 상인을 찾아 나선다.


상인이 있다는 마을 회관 옆 작은 거래소에 도착한 일행. 부랄리우스는 문을 두드리지만, 안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다. 모리스는 거래소 문에 귀를 대고 가만히 들어본다. 모리스는 옅은 인기척을 느꼈다.


“안에 아무래도 사람이 있긴 있는 것 같습니다만. 하지만 영 반기지는 않는 것 같군요.”
“하지만 날도 늦었고, 강제로 들어가면 기회를 날려 버릴 수도 없는 일이니 … 오늘은 이만 어디서 묵고, 내일 낮에 다시 찾아오지.”


그때 부랄리우스의 눈에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는 박춘배가 들어온다. 그 맹한 표정에 짜증이 난 부랄리우스는 박춘배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후려친다. 하지만 박춘배의 매끄러운 대머리에 손바닥이 미끄러지고 만다.


“정신 차려, 이 친구야. 아직도 헤롱거려서 어쩌자는 거야.”


박춘배는 눈을 꿈뻑거리다가 둘러댄다.


“나무와 돌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네.”


거짓말이다. 그냥 취한 드워프일 뿐이다.


거래소를 떠난 일행은 마을에 있는 민박집에 들어선다. 민박집 주인은 영 째째해 보이는 중년 여성이었다. 주인은 부랄리우스의 흉악한 외모에 질려 영 방을 주기 싫은 눈치다.


“무슨 .. 일이신지?”


인상만 좋은 드워프 박춘배가 묻는다.


“묵을 방 있습니까?”

“방이야 있는데… 왜 …. “

“그야 묵으려고 왔지 왜 왔겠소.” 부랄리우스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인다.


주인은 마지못해 방까지 일행을 안내한다. 셋이서 이불깔고 잘만한 작은 방이다. 상태는 영 안 좋았지만 어쨌든 잘만했다.  일행의 물주, 부랄리우스가 주인에게 묻는다.


“삯이 얼마요?”

“두 닢만 주세요.”


박춘배는 “날도 추운데 이런 냉골이니, 더 따듯한 방을 주시던가 좀 깎아주시구려.” 라고 말하지만, 째째한 주인에게 박춘배의 착한 인상은 소용이 없었다. 흥정에 실패한 일행은 결국 두 닢을 지불하고 방에 들어섰다. 잠에 들기 전 부랄리우스가 일행에게 말한다.


“오늘은 내가 술도 사고 방 값도 냈지만, 계속해서 이렇게 여행 내내 금전적으로 지불하는 건 무리이니, 당신들도 약간이라도 돈을 구해 오는게 좋을 것 같소.”


앞으로는 더치페이를 하자는 얘기였다. 덩치는 산만하지만 생각보다 쪼잔한 부랄리우스였다.


----


모리스는 일행을 만나줄 생각이 없는 것 같은 위조업자와 접촉할 방법이 있는지 밤새 고민한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영 떠오르지 않았고, 대신 불면증을 얻었다. 모리스는 그렇게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겨우 두 시간 정도 잠을 잘 수 있었다. 아침은 고된 것이었다. 왜냐면 성미 급한 부랄리우스가 새벽 같이 일행을 깨웠기 때문이다.


“일어나! 일어나!”

“으윽. 두 시간 밖에 못 잤단 말입니다.”

“내 알 바 아니야. 갈 길도 멀고 할 일도 많은데, 자느라 시간을 버릴 수는 없지.”


그러면서 민박집 마당으로 나가 도수체조를 2회 반복한다. 부랄리우스 때문에 강제로 일어나게 된 박춘배는 민박집을 나서며 부랄리우스에게 말한다.

“여행 자금이 필요하다고 했으니, 마을을 돌며 시주를 좀 받아야겠네. 이 기회에 이 마을에 호이겐스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겠지.”


부랄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점심 쯤에 다시 민박집 앞으로 모이자고 하며 박춘배에게 인사한다. 박춘배는 그 길로 마을을 돌아다니며 시주를 받으려고 사람들을 불러세워 호이겐스의 말을 전한다. 촌동네가 인심이 좋다는 얘기는 아무래도 신화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블랙스톤 사람들은 박춘배를 정신 나간 대머리 드워프 거지로 보고서는, 단 한 푼도 주지 않았다.


한 편, 째째한 주인에게 섭섭한 대우를 받은 모리스는 주인을 골탕 먹일 겸, 여행 자금도 충당할 겸해서 주인의 금고를 노린다. 이른 아침이라 주인은 자고 있었다. 모리스는 주인 방에 잠입하여 주인의 금고 자물쇠를 따는데는 성공했지만, 자물쇠가 풀리는 딸깍 소리에 주인이 그만 정신을 차리고 만다.


“으응…?”


모리스는 반사적으로 주인 방에서 튕겨져 나와 자기 방으로 숨어들어가 자는 척을 한다. 주인은 우당탕하는 소리에 그제서야 정신을 퍼뜩 차리고 “도둑이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를 듣고 도수체조를 하던 부랄리우스가 민박집에 들어와 모리스를 데리고 주인에게 간다.


“무슨 일입니까?”

“방에 도둑이 들었어요! 도둑!”


모리스는 부랄리우스 뒤에 슬쩍 숨어 얼굴을 가린다.


“그거 큰일이군요. 마침 저희가 여기 있으니, 저희가 잡아드리겠소. 착수금으로 세 닢을 주신다면 말이죠.”


부랄리우스가 참견하며 나선다. 주인은 당황한다.


“그렇지만 … 잃어버린 돈도 없고…. 도둑이야 마을 경비대에 얘기하면 …”

“아니아니. 요즘 경비대가 좀도둑 하나에 열을 올리겠소. 그리고 훔친게 없었다 하더라도 잡아서 본보기를 보여야지요.”


주인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한다.


“훔쳐간 돈도 없으니 착수금을 드리는 건 못하겠고, 잡아다 혼내주시면 적당히 사례하지요.”


부랄리우스는 어떻게든 착수금을 받아내고 싶었지만, 주인의 완강한 태도에 착수금을 받는 것은 포기한다. 대신 꼭 도둑을 잡아주겠다는 당부를 하며 모리스와 함께 민박집을 나선다. 그는 돈 벌 거리가 생긴 것에 희희낙락한다.


“그까짓 좀도둑놈, 이 조그만 마을에 숨어봤자야. 오전 내로 잡아주지.”


그 좀도둑이 바로 자기 옆에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는 눈치였다. 모리스는 비릿하게 웃고는 침묵한다. 구태여 말해주지 않기로 한 것이다.


흩어져 도둑을 찾기로 한 부랄리우스와 모리스는 시내에서 헤어진다. 부랄리우스는 오전 내내 마을 곳곳을 탐문하며 헛된 시간을 보낸다. 해가 중천에 뜰 때 쯤, 그의 둔한 두뇌에서 어떤 생각이 번뜩인다.


“아, 잠깐만.”


그제야 아침의 그 도둑놈이 모리스일 수도 있단 사실을 떠올린 것이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시내에서 부랄리우스와 헤어진 모리스는 할 것도 없으니 공원에서라도 쉬기로 한다. 햇빛이 잘 드는 곳 벤치에 앉은 모리스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그 때, 행색이 좋지 않은 모리스를 발견한 블랙스톤 경비대원이 모리스를 깨운다.


“어이 형씨. 여기서 뭐하시는 겁니까.”


잠이 덜 깬 모리스는 아무렇게나 둘러댄다.


“아… 나는 여행 중인 탐정인데. 도망친 도둑을 찾던 중에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보다시피 잠시 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비병은 행색도 초라하고 마을에서 처음 보는 모리스를 계속 의심한다.


“그 … 신분증이나 좀 봅시다.”


도적인 모리스는 신분증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탐정 일을 하려면 여러 위험이 따르는 법인데, 어찌 신분증 같은 귀중품을 지니고 다니고 있겠습니까.”

“그게 무슨 소립니까? 당연히 신분증을 가지고 있어야죠. 빨리 신분증 주시오. 안 그러면 경비대로 끌고 가겠소.”


모리스는 속으로 욕설을 뇌까리며 잠시 궁리하다가, 공원 밖으로 내달음질 친다. 어찌나 발이 빠른지 경비대원은 모리스를 놓치고 말았다. 모리스는 숨을 고르고는, 점심 때까지 으슥한 골목에 몸을 숨겼다가, 일행이 모이기로 한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

여기까지가 첫 세션 녹음 파일 50분짜리 한 개 분량이군요.
생각보다 소설 형식으로 적으니 양이 많네요. 두 번째 녹음 파일은 저녁 때나 내일 올리겠습니다. 힘들어서요...
분류 :
기타
조회 수 :
136
등록일 :
2019.01.02
22:18:16 (*.141.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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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발

2019.01.03
20:21:11
(*.221.164.156)
파티에 정상인이 없군

장펭돌

2019.01.04
06:57:14
(*.225.119.67)
1화 2부 오늘 올라오는거 맞죠?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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