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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서 말했듯, 던전월드는 추상적인 룰입니다. 룰에 여백이 많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의 운신의 폭이 넓은 편입니다.

이는 플레이어들이 상상도 못한 짓들을 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면 마스터 입장에서는 참 피곤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기 때문이죠. 

억지로 상황을 원하는대로 끌고 가려고 하면 아예 RPG를 하는 의미가 없고,

그렇다고 이상한 짓들을 방치하면 사공이 많은 배가 산으로 가는 것처럼 이야기가 난잡해지고 맙니다.


플레이어들이 굳이 '루니'('미치광이'라는 뜻. 계속해서 상황에 안 어울리는 미친 짓만 하는 트롤러를 일컫는 말)들이 아닐지라도

TRPG 초짜거나, 장르 컨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어렸을 때 책을 도통 안 읽었거나, 그냥 눈치가 너무나도 없거나 해서 

아주 괴상한 짓들을 하곤 합니다. 결국 던전월드에서 이런 일들은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마스터도 초보인데 플레이어들도 초보라면

이런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정신나간 상황을 적절하게 수습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 힌트를 줘라


TRPG 초보들은 자기가 뭘 할 수 있는지 조차 몰라서 아예 입을 다물고 있거나, "어떻게 하나요?" 라는 마스터의 질문에

대답을 못 떠올리고 어버버하다가 진짜 아무 짓이나 하겠다고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보들을 데리고 RPG를 한다면, 웬만하면 암시와 복선으로 가득한 장면 같은 것은 굳이 만들지 마십시오. 숙련된 플레이어들과 한다면

그런 장면들은 플레이의 흥미를 돋울 수 있는 훌륭한 장치가 되겠지만, RPG 초보들은 당황해버립니다. 


그냥 이해하기 쉽고 대응도 뻔한 이벤트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무작정 "저 멀리 들판에서 고블린들이 괴성을 지르며 뛰어옵니다" 

같은 것으로 시작하란 얘기는 아닙니다. 캐릭터를 만들고 플레이를 시작했으면 그냥 평범한 장면에서 시작해서, 플레이어들이 여행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당장 직면한 애로사항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예 감을 못 잡는다면 장면에 등장하는 NPC를 통해 

조언의 형식으로 넌지시 힌트를 주십시오. NPC가 없다면 즉석에서 만들어서 등장시키십시오. 어느 경우에라도, 

마스터가 자기 입으로 직접 말하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합니다. 답을 그대로 알려주는 것도 절대 해서는 안됩니다. 

하다못해 자기들이 생각해서 결정을 내렸다고 착각이라도 하게 만드십시오. 그래야 재미를 느끼고 노련해질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예시: (모험을 시작했을 때) 부랄리우스, 모리스, 그리고 박춘배는 시아게르타로 가고 있다. 시아게르타로 들어가려면 통행증이 필요한데,

이들은 통행증이 없다. 상단 행렬에 껴서 여행을 하고 있다는 설정을 추가하고, 상단장인 NPC 웨슬리를 출연시켜 상황을 설명해준다.


2. 애초에 많은 준비를 하지마라


룰북에도 쓰여있는 내용이지만, 준비를 너무 많이 해봤자 당신만 손해입니다. 등장할 법한 적들의 종류와 꼭 출연시켜야하는 NPC, 

중요한 지역의 지명과 특징 정도만 준비하십시오. 무대만 큼직하게 만들어놓고, 플레이어들이 완전히 길을 잃지 않을 정도로만 가이드해줄

이벤트만 설정해놓는 것이 좋습니다. 정확한 형태를 갖추지 않고 원인과 결과만 있는 이벤트를 설정해놓은 뒤 상황에 맞게 변조하여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디테일은 많을 수록 손해입니다.


3. 인간적으로 안되는 건 안된다고 해라. 아니면 그냥 포기해라


"이걸 제일 먼저 얘기했어야 되는 거 아니냐?" 라는 말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1번이 아닌 이유는, 웬만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하는 일은

없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럴거면 드래곤퀘스트를 하지, TRPG를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진짜 미치광이들은 웬만해서는 절대 안될만한 짓들을 일단 하려고 듭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부터, 저지르고 나면 

불보듯 뻔하게 이야기가 엉망이 되어버리는 짓들도 당당히 하겠다고 합니다. 지는 그게 재밌는 줄 알고 말입니다. 참 곤란한 개자식들입니다.


물리적으로 도무지 말이 안되는 것이라면 당당히 안된다고 하십시오. 방귀를 뀌어서 그 추진력으로 하늘을 날겠다고 한다던가 ......

그런 사람이 진짜 있냐고 묻겠지만, 세상은 참 넓고 광기가 드러나는 모습은 너무나도 다양해서 정말이지 별의별 미친 놈들이 다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드문 편이긴 합니다.


미치광이들도 꼴에 생각이란 건 있어서, 자기가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들 중에 마스터를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들을) 골탕 먹이기 좋은

것들만 골라서 하는 경향이 큽니다. 캐릭터들은 건전한 모험가들로 설정되어 있는데, 다짜고짜 처음 가는 마을에 가서 "사람들을 칼로 찌르고 다니겠다" 하는 식이지요. 

"진짜로 그렇게 하나요?"라고 되묻고, 다른 정상적인 PC(Player Character)들에게 저 놈 좀 말려보라는 싸인을 보내십시오. 다른 PC들이 그거 노잼이니까 하지 말라고 설득하면 보통은 풀이 죽어서 관둡니다. 파티에 정상적인 PC가 아예 없거나 하는 경우에는 그냥 포기하고 미친 살인광 파티가

방화와 살인을 일삼다가 정의의 심판을 받는 내용으로 가버리십시오. 포기하면 편합니다.


분류 :
기타
조회 수 :
115
등록일 :
2019.01.20
00:36:56 (*.141.40.101)
엮인글 :
게시글 주소 :
https://hondoom.com/zbxe/index.php?mid=create&document_srl=815496

노루발

2019.01.20
00:53:10
(*.149.251.217)
알고보니 마스터가 제일 미친놈이었습니다.
PC들은 어떻게 하나요?

장펭돌

2019.01.20
01:59:55
(*.7.58.244)
다른 마스터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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