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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이야기를 적는 공간

마녀.


타닥  탁  타닥

빨갛게 탄 재들이 위로 퍼지는 모닥불을 언뜻 검은 그림자로 보이는 염소 머리의 사람형상과 망토나 담요를 걸친 지쳐 보이는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다.
추위에 지쳐 따뜻한 모닥불을 쬐는 사람들의 눈에는 피곤함에 지친 눈빛과 염소 머리의 사람 형상에 대해서 언뜻 보이는 두려움 마저 비췄다.
침묵이 밤의 품에서 그들을 감싸안아주는 이 때에 길고 구부러진 뿔이 두개 달린 염소 머리의 사람형상이 말했다.
"따뜻하지 않느냐?
낮의 뜨거운 열기와 땀에서 너희들을 이렇게 따뜻하게 감싸안아 주지 않느냐.
힘들고 지친 일상을 견뎌 내느라 많이 힘들었으리란걸 다 안다.
이제 못된 영주에게서 도망쳐 왔으니 밤의 품에서 편히 쉬면서 행복하게 살아도 되지 않느냐.
너희들의 땀방울과 피로 만든 포도주를 마시고 너희들의 살로 만든 빵을 먹은 것은 영주라는 못된 놈이지 않느냐.
사탄, 악마, 어둠.
이름을 붙여가며 자신들의 옷에 금실을 수놓고 다니며 하나님의 이름으로 행한것은 너희들의 피와 살을 인정없이 빼앗아 가는 것이구나.
이토록 가련하게 만들다니.."

타닥 탁

사람들이 둘러싼 가운데에 작은 모닥불은 그들의 얼굴을 비췄다.
밤의 품에서 편아내 하는 모습을.
그들은 조금씩 평안에 들고 있었다.
밤의 품에서 엄마 뱃속의 아기처럼 편안한 기분을 느끼며.
단 한사람, 검은색의 긴 머리가 눈을 조금 가리는 검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를 제외하고.
그 여자가 검은 긴머리에 매우 잘 어울리는 선홍빛 입술을 움직여 말했다.
"악마여, 내게 힘을 줄 수 있나요?
나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당신의 힘이라면 좀더 세상을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힘을 줄 수 있나요?"
염소머리의 사람형상.
모닥불의 앞에서 검은 그림자로 보이던 형상은 사탄이었다.
악마를 경배하는 이단자들의 보두교(Vaudois)에서 경배받는 자.
길을 나설때에 나무로 만든 따르라기로 소리를 내어 통행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나병환자들, 마법사라 불리는 악마와 계약한 자들, 이교도들의 지도자, 선의 담지자로서의 신과 세계를 둘러싸고 투쟁한다는 악의 담지자로서의 악마 말이다.
사탄이 고개를 돌려 이 여자를 응시하며 답했다.
"아아.
가련한 여인이여.
왜 네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겠느냐.
다만 내게 네 믿음을 보여다오.
나는 네 영혼의 진실함을 알고 싶구나."
시익.
악마가 기분나쁜 웃음을 지으며 여자에게 말했다.
"좋아요.
편하게 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어요.
사탄이여, 내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당신이 알기에 내 부탁을 들어주는 거라고 믿어요.
내가 어떻게 하면 되죠?
당신에게 믿음을 보이려면."
"가련한 여인이여.
네 영혼의 진실함을 보이기만 하면 된다.
너는 거짓된 신에게 네 마음을 보냈지만 거짓된 가짜 신은 네 눈에 눈물만 흐르게 하였구나.
그 거짓된 신을 만들어 자신들의 부를 채우며 네게서 모든것을 빼앗아간 그들마저 밤은 따뜻하게 품고 있지만 그들을 용서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 스스로 재물이 되어 죄악을 씻기를 기다려 줄 뿐.
네 말처럼 진실된 영혼을 가진 자들에게 힘을 주었고 그들은 거짓된 신을 만들어 네것을 빼앗아간 자들의 죄를 피로써대지에 흘려보내 씻어 주었다.
가련한 여인이여.
네 영혼의 진실함을 보이려면 너 또한 죄지은 그들의 죄를 씻어 주면 되겠구나.
그럼 너에게 사람을 치료하고 어리석은 자들의 죄를 씻어줄 마법을 주고 네 믿음을 고맙게 받겠다.
이곳에 거짓신을 만들어 너희들의 피와 살을 빼앗는걸 도운 자가 있으니 그의 죄를 영혼이 진실한 네가 씻어주면 되겠구나."

타닥  탁  탁  타악

모닥불에서 타오르는 재가 먼지가 묻어 회색으로 변한 밝은 망토를 걸친 어깨까지 오는 백발을 가진 매우 지쳐 보이는 한 노인쪽으로 날아 올랐다.
모닥불 근처에서 불을 쬐며 악마의 말을 드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 노인을 향해 갔다.
그 시선들에는 살기어린 눈빛과, 아무 감정 없는 눈빛..그리고 그 여자의 무표정한 얼굴이 있었다.
"그것이 내 영혼의 진실함을 보이는 길이라면 그의 죄를 씻어 주겟어요.
난 신에게 잃은 것이 많아요.
항상 기도를 거꾸로 들어 주셨기에 거꾸로 기도하는 습관도 생겼었죠.
이렇게 지긋지긋한 그 영지에서 나올 수 있게 한건 거꾸로 비는 기도를 가끔 들어주는 신이 아닌 당신이지만요."
그렇게 말하며 여자는 일어섰다.
여자가 일어선 자리에는 죄를 사할 세례에 쓰일 물을 위한, 손잡이가 검은 천으로말린 작은 단도가 놓여 있었다.

저벅저벅

여자의 발에 신겨진 작은 리본을 단 빨간 구두가 흙바닥을 가볍게 울리며 세례식의 준비를 도왔다.
"으음.."
자신의 앞에 서있는 검은 드레스를입은 빨간 구두의 주인을 본 노인이 흙바닥에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신음소리를 냈다.



여자가 팔을 위로 높이 쳐들었다.
그리고 동공이 확대된 노인의 눈에 천천히, 아주 느리게 내려오는 나비가 보였다.
자신의 가슴으로, 자신의 춥고 늙고, 지친 마음에 날아와 앉으려는 은빛 나비가..
순간 노인의 머릿속에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모든 사물이 내려앉는 것이 느껴졌다.
허름한 마굿간에 핀 불꽃더미에서 올라가 다시 천천히 고중에서 먼지로 화해 내려앉는 재가 보였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세월이 노을진 붉은 하늘에 흐르는 주홍빛 구름처럼 그의 머릿속에서 흘렀다.
천천히, 천천히, 고요히, 무겁게, 언제나 이듯 있는 일처럼 고요히, 느리게 흘렀다...



『탕탕탕!
탕탕탕!
"예, 지금 가요."
웅성웅성
끼익.
퍼듯퍼듯
까악! 까악!
담쟁이 덩쿨이 덮여진 나무문이 귀를 거슬리는 꽤나 불쾌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문 옆에 달려있는 새장에서 까마귀가 시끄럽게 울며 날개짓을 했다.
"마..마녀다! 마녀야!"
"마녀다!!"
웅서웅성
"저 여자에요!
저 여자가 밤에 공동묘지에서 피묻은 손으로 엉겅퀴풀을 가져가는 걸 봤어요!"
작게 웅성거리던 소리가 외침들로 변해 크게 웅성거리는 소리속에서 앙칼진 소녀의 목소리가  한 줄기 섬광처럼 퍼지고, 시끄럽게 웅성대던 사람들의 소리도 멎었다.
그리고 세속재판관들과 서로 웅성거리던 마을 주민들의 고개가 담쟁이 덩쿨이 덮인 나무집에서 나온 지팡이를 짚고 놀란 표정으로 서 있는 한 노파에게로 향했다.
홱!
고개를 돌리는 소리가 들릴리는 없지만 여러명이 한번에 싸늘한 눈초리로 고개를 돌리니 그런 소리가 나기라도 한듯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을주민들의 시선에는 원망와 멸시, 증오가 깊이 박혀 있었다.
그들이 춥고 굶주린것이 이 노파의 탓이기라도 하듯이.
그 중에는 젊은 청년과 아가씨가 불릴 17세 정도의 소녀들도 있었다.
그들의 시선에서는 이 노파에 대한 호기심(진짜마녀일까 하는..)과 어떤 기대마저 보였다.
눈빛과 입김만으로도 농작물을 병들게 하고 가축을 죽게 한다는, 마술가루와 주문으로 저주를 한다는 무서운 마녀에 대한 기대.
그들은 뭔가 어떤 일이 벌어지길 마라는 것 같았다.
그 때, 한 손으로 검은색지팡이를 짚고 한 손은 칼을 찬 왼쪽 허리위에 뒷짐을 진체 근엄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세속재판관이 시선을 까마귀가 있는 새장에서 허름한 집에서 나온 한 노파, 마녀에게 돌렸다.
그리고 그 무거워 보이는 꽉 닫혀진 입을 열어 말했다.
"네가 마녀인가?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네 집을 방문하겠다."
뚜벅뚜벅
촥!
나무계단에 지팡이를 짚고 있던 노파가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지팡이를 떨어트리고 허리를 곧게 피고 두 팔을 펼쳐 세속재판관이 계단을 올라와 집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막았다.
"음..
왜 이러는 것이냐."
"마녀가 맞아!"
"맞아, 마녀가 맞아!!"
웅성웅성
어디선가 한사람이 외치자 주위 사람들이 다 같이 외쳤다.
주위는 또다시 시끄러운 소란이 퍼져나갔다.
"안되요!
여긴 들어갈 수 없습니다.
절대로 안됩니다!"
"으음.."
침울한 표정으로 세속재판관이 신음했다.
"안에 악마가 있나봐!
그래서 막는 걸거야!!"
"맞아, 안에 악마가있나봐!
확인 해 봅시다!"
우르르
세속 재판과 뒤에 서있던 나무 막대와 농기구 등을 든 마을 주민들이 세속 재판관들 앞에 있는 노파, 마녀에게로 몰려갔다.
털썩! 착.
움찔.
몰려 가던 마을주민들의 앞에서 노파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붙잡자 마을 주민들이 갑자기 멈춰 섰다.
"아아. 아버지..들..하소서..
아아. 아버지..."
노파가 무릎을 꿇고 앉아 두손을 잡고 무언가 중얼 거리자 마녀가 마법을 쓰려는 걸로 알고마을 주민들이 성난 목소리를 내며 노파에게 달려들었다.
"마녀가 마법을 쓴다!
우릴 다 죽이려고 해!!"
"마녀를 죽이자!!"
"마녀를 죽여!!"
푹, 푹, 툭, 쿵 쿵.
퍼듯 퍼듯 까악! 까악
마을 주민들이 들고 있던 농기구와 나무막대등을 마녀를 향해 휘두르고 찔렀다.
문에 붙어있던 담쟁이 덩쿨에 새빨간 피가 튀고 새장에서 까마귀가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날개짓을 했다.
조금 전만 해도 계단앞에 서있던 한 노파가 처참하게 변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세속재판관은 뭔가 회의에 찬 얼굴이 되었다.
'과연 저럴 필요가 있을까?
너무들 하는구나, 아니, 세상이 그렇게 만드는 구나.
신관이라 하는 흰 옷을 입은 자들은 자신의 옷에 금실을 수놓고 그들의 배를 채우며 영주라 하는 돼지는 자신의 배를 채우는게 여념이 없구나.
아! 저 여인은 분명 악마가 아닌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었다.
나는 왜 그걸 듣고도 이들을 말리지 못했는가.
아아..'
그 때, 마을 주민들에게 의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뭉개지고 피투성이가 된 노파가 다시한번 근원을 알 수 없는 힘을 내 눈을 부라리며 고개를 번뜩 들었다.
"헉!"
불쌍한 한 노파를 구타하던 마을 주민들이 살엄한 노파의 기세에 헛바람을 들이키며 뒤로 물러섰다.
번쩍
피투성이가 된 노파가 두 파을 번쩍 들어 머리 위로 올리고 큰 소리로 말했다.
"저주받을 못난 사람들이여!
설령 악마가 있다면 네놈들의 영혼을 갈갈이 찢어 발길테다!
아아, 나는 그동안 무얼 믿고 서겨 왔던 것인가!
악마여!
이들에게 무서운 저주를 내려주시오!
이들의 모습보다 당신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악마여!!..."
눈을 부릅뜨고 마을 사람들을 내려다 보며 말하던 노파가 힘이 다했는지 크게 울부짖던 소리를 그치고 옆으로 스르르 쓰러졌다.
"마, 마녀가 저주를 걸고 죽었어!"
부들
"마녀가 우리한테 저주를 걸었어!!"
"아악! 어떻해!"
주위는 순식간에 공포의 기운이 넘실거리며 퍼져갔다.
응애! 응애!
노파가 쓰러진 문 뒤쪽에서 아기의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공포에 젖어 있던 마을 주민들이 모두 노파가 쓰러진 안쪽을 바라보았다.
누군가 말했다.
"안에 악마의 아기가 있다!
그 아기를 죽이면 저주가 풀릴거야!!"
그 목소리는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것처럼 작은 소리같으면서도 크고, 또 마을 주민들에게서 공포를 빼앗아 가고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을 실어주었다.
"맞아! 아기가 커서 악마가 되기 전에 죽이자!
아기니까 약할거야!"
"악마를 죽이자!!"
우당탕.
마을주민들이 문을 부시고 집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여..여러분!"
세속재판관이 꽤 크게 말했지만 마을주민들에게는 전해지지 않았다.
이미 마녀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기악마를 죽여야 한다는 마음이 가득한 마을 사람들에게는..
"꺄악!!"
"헉! 악마의 자식이다!!"
웅성웅성.
잘 모르겠다.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왜 가련한 노파를 마녀로 몰아 죽인 이 사람들이 걱정되어 안으로 들어 갔는지.
그리고 왜 불쌍한 노파의 죽음을 헛되게 하는 일을 해야 했는지...
탁탁탁
세속 재판관이 지팡이를 왼손에 들고 노파의 시체를 넘어 집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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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dynight와 같이 곧 군대로 향하시는 혼돔님께 보여드리고 싶어 이렇게 일부나마 올립니다.
군대 편안히 잘 다녀 오시구[늦은건가요?] 마녀는.. 아마 책으로 출간할 계획이니 나중에 더 긴 글로 찾아뵙게 될거에요[싱긋]
혼돈님의 평안한 생활을 위해 건배-[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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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등록일 :
2004.12.03
07:25:36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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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月

2008.03.19
09:37:12
(*.234.214.12)
bloodynight는 칼날산맥[하얀산]에 있어요^

lc

2008.03.19
09:37:12
(*.55.42.153)
오늘은 졸려서 내일읽어볼게요

혼돈

2008.03.19
09:37:12
(*.75.106.71)
흐음... 글 읽는 것을 귀찮아 하지만, 혼돈님께가 붙어서 읽어봐야 겠군요.

악마의 교주™

2008.03.19
09:37:12
(*.127.100.154)
제 신께서 마녀에게 힘을 주신거 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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