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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이야기를 적는 공간

간지옷을 입고 가려고 했으나
여자가 아무도 안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패딩을 입기로 했다.

라컨과는 9시 20분에 이마트 앞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꾸물거리는 바람에 늦게 당도했다.

라컨은 이마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추워서 그렇다고 했다.
라컨에 따르면 지금 백곰이 남자화장실에서 자고 있다고 했다.
너무 일찍 왔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하철 역으로 걸어가면서 혼둠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라컨님은 어색해하며 눈을 맞추지 못했지만
조금 지나자 안정을 되찾고 눈을 마주치기 시작했다.

난 여러 번의 정모 경험 끝에 라컨님이 지금은 말이 많지만
사람들이 많아지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예감했다.

(나중에 보니 그 예감은 들어 맞았다)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약 30분을 가야했는데
처음엔 시간이 매우 안 갔다.

하지만 난 할 말이 없을 때에도 말을 만드는 신기한 재주가 있기 때문에
말을 마구 생성했다.
그러자 시간이 빨리 가서 급기야는 할 말이 많은데 신촌에 당도했다.
말은 시간을 빠르게 만드는 위력이 있다...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을 찾아갔다.
들어가보니 다섯 칸이 있고, 2번째, 4번째 칸이 닫혀있었다.
즉 OXOXO 이렇게.

난 의아하다는 생각을 했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가장 안쪽(입구와 정반대 쪽)을 앉는게 정석 아닐까? 하고.
XOOOO 이렇게 말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정석은 없는 것 같아서 넘어갔다.

근데 갑자기 라컨이 폰을 열어 문자를 보더니
5번 출구 옆 화장실에 백곰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낚였군"하며 서둘러 나와서 걸었는데,
또 알고보니 아까 그 화장실이 5번 출구 옆 화장실이었다.

다시 돌아가니 때맞춰 한 칸에서 어떤 사람이 나왔다.
이제 상황은 OXOOO.

안에 백곰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내가 옆 칸에 들어가서 변기를 딛고 보려 했으나
변기를 딛기만 했다.

밖에서 이상하게 쳐다보았고, 백곰이 있지 않으면 실례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린 전화를 걸었는데 백곰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낭패다, 여기 백곰은 없는가?" 싶어서 나와서 걷는데,
딱히 백곰이 어디 있을지 짚히지가 않았다.

그런데 번뜩 아이디어가 스쳐서 라컨님께 제안하니 동의하셨다.

그 아이디어란 문을 똑똑 두드려보고,
똑똑 소리가 나면 안의 사람이 깨어 있다는 것이니 그때 다시 전화하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다시 화장실에 가서 내가 똑똑 하자,
안에서는 기척이 없었다.

백곰이 자고 있다는 확신이 들며 다시 똑똑 하자 이번엔 안에서 똑똑이 들렸다.
전화를 걸자 백곰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참지 못하고 다시 똑똑 하자 뭔가 알아차렸다는 듯 "아-"하는 소리와 함께
백곰이 나왔다.

합류한 우리는 화장실을 나왔으나 내가 다시 돌아갔다.

500원을 넣고 작은 가그린을 샀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뚜껑을 따고 나 한 모금, 라컨 한 모금, 백곰 한 모금
차례로 들이켜서 작은 플라스틱 병을 비웠다.

난 왼손 다섯 손가락, 오른손 두 손가락(엄지와 검지)을 펴서 7을 만들었다.
지금이 24분이니 27분에 뱉자는 것이었다.

백곰은 동의했으나 우리는 괴로워졌다.

백곰에게 손짓하여 시간을 보았으나 25분이었다.
이젠 죽을 것 같아서 손가락을 다시 세워 26분으로 정정했다.

하지만 시간은 가지 않았고...
참고 참고 참고 참고 참고 참자 26분이 되어서 모두 토악질을 했다.

입 안이 시원해졌으나 백곰은 쓰다고 했고, 라컨은 표정이 말이 아니었다.

우린 3번 출구를 찾았다.
출구 안내 표지판을 보았더니, 바로 옆이었다.

   3번, 연세대학교

출구 이름이 마음에 안들었지만 우린 밖으로 나섰다.
조회 수 :
142
등록일 :
2008.01.15
20:27:16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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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가드

2008.03.21
19:07:19
(*.142.208.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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