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내용을 기록하는 곳
#장면1
나와 형은 어떤 방에 있었다.
밖은 밤이었고 방 역시 어두웠으며 아무 조명도 없었지만
음산한 푸른빛(달빛)으로 방 안은 다 보였다.
방은 아래와 같은 구조로
문
┌--------- -┐
│ AAAA │
│B │
│C │
└-----------┘
AAAA: 탁자
B: 책장
C: 장롱.
그 방안에서 우리는 영화를 찍으려고 했는데, 문 옆에 귀신이 나오는 씬이었다.
즉 AAAA 부분이다.
그곳에 탁자가 있어서 찍을 수 없는 관계로
형은 탁자를 들어내어 옮기려고했지만
탁자는 바닥에 들러붙어 꼼짝도 하지않았다.
그래서 다른것도 그런가 보려고
형이 책장(B)과 장롱(C)을 들어봤지만 마찬가지로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난 그것이 어떤 접착제 때문일거라 생각했지만 형은 점쟁이를 불렀다.
#장면2
점쟁이는 음산하게 웃고있는 표정이었다.
지금 생각해볼때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웃고 있었는데 이빨이 뾰족하게 드러나고 입이 길게 찢어진
상이었다.
그리고 얼굴의 음영은 마치 아래쪽에서 손전등으로 비춘듯이
빛과 그림자와 드리워 음산했다.
난 형과 있어서 그런지 전혀 무섭진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무섭게 느낄 만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난 원래 귀신같은건 믿지 않았서
귀신때문에 탁자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점쟁이는 무시하고,
그냥 탁자가 안 움직이는 건 내버려두고, C 옆 쪽에 귀신이 나오는걸로 하자고 했다.
그러자 점쟁이는 귀신은 나타나는 배경이 중요하다며 반대했다.
점쟁이 자신이 귀신을 쫒고 탁자를 움직일 수 있게 해주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귀신은 없는데?
#장면3(점쟁이의 손바닥 부분만 보임)
점쟁이의 손바닥이 보이고, 그 주변에 찌직거리는 전기가 생겼다.
한 대 여섯번 손바닥 주위로 그 작은 전기들이 생기더니
손바닥 중앙에 그 안에 쏙 들어갈만한 작은 유령이 생겼다.
유령은 귀엽게 웃고있었고 인간의 얼굴이 아닌 캐릭터같았다.
점쟁이는 그 유령을 없애버렸다.
왜 그런 행동을 한건지는 알수없었지만 난 무척이나 놀랐다.
왜냐하면 난 귀신같은건 전혀 믿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의 심장이 멈추고 뇌가 굳어버리면 더이상의 사고와 생각이 불가능하고
죽음과 동시에 인간은 끝이라고 언제나 확고히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앞에서 유령을 보니 혼란스러웠다..
#장면4
여전히 밤이었으나 내가 있는곳은 방이 아닌 밖이었다.
난 혼자 점쟁이를 찾아가고 있었는데
유령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점쟁이는 왜 유령을 불러냈을까.
아마도, 귀신의 존재를 보여주며 왜 믿지 않느냐고 나를 다그치는 것 같았다.
난 유령이 있다는건, 더욱이 유령을 불러낸다는건 다 마술이거나 속임수, 사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전기의 모양이 사이오닉 스톰과 완벽하게 똑같다는것을 기억해냈다.
그래, 이건 사기인 것이다.
생각해보라, 점쟁이가 유령을 불러낼때 왜하필 사이오닉스톰 모양의 전기가 나왔겠는가?
만약 5천년 전에 다른 점쟁이가 유령을 불렀다면, 사이오닉스톰 모양의 전기가 나왔을까?
아닐것이다. 그 점쟁이가 스타크래프트를 했기 때문에 그런 전기가 나온것이다.
5천년 전에 점쟁이가 유령을 부르든,
지금의 점쟁이가 유령을 부르든 유령을 부를 때는 같은 반응이 나와야하는데
사이오닉 스톰이 나왔다는 것은
점쟁이가 실제 유령을 부른게 아니고 그의 배경지식을 토대로 유령을 진짜로 부르는척 했다는 하나의 증거가 되는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점쟁이가 귀신을 부른것은 분명 사기라는 것을 확신했다.
#장면5
점쟁이와 일대일로 대화를 했다.
점쟁이가 있는 곳은 장면1의 우리방과 같은 환경이었다.
어둡고 푸른빛으로 방안이 보이며 음산한..
점쟁이는 놀라운 신기력으로 내가 대학에서 하고 있는 동아리의 08학번들을 말하며 한명한명의 특징을 말하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는데 이루말할 수 없이 놀라웠다.
그리고 마지막엔 '이만석'이라는 사람을 말하며 이 사람은 죽은 사람지만 너희 동아리이며 08학번이라고 했다.
난 정신을 가다듬고 이건 미리 조사한 것이지 신통력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한 죽은 사람이 동아리에 들수는 없는것이다.
세상에 점이나 사주, 전생이나 귀신같은 것은 결코 없는것이다.
참을 수 없어서 그럼 내가 대학교에 좋아하는 여자애들이 많은데, 어디 이름을 불러보라고 했다.
내가 속해있는 동아리의 08학번은 미리 조사하고 알아볼수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여자들은 나만 알수있고, 그가 미리 알아볼수없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것이다.
내가 이름을 불러보라는 소리를 하자마자 내 목에서는 소리가 점점 안나오기 시작했다.
난 '어디 말해보시지' 라고 하며
'알리가 없지.' 라고 말했다.
바람소리에 가까운 소리가 나고 목소리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난 질수없다는 생각에 그 쉰 소리로 계속 반복했다.
'알리가 없지. 알리가 없지. 알리가 없지.'
이것도 점쟁이의 능력인가?
하지만 과학적으로 생각해봤을때 어떤 물리적 영향없이 정신력만으로
남의 말을 못하게 하는 능력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곧바로 나의 몸을 둘러봤는데
푸르스름한 다리가 내 몸을 옥죄며 말을 못하게 하는것이었다.
그 점쟁이의 다리였다.
그럼 그렇지, 하고 생각하며 팔전체에 힘을 줘서 다리를 풀어냈다.
그제서야 내 목에서는 목소리가 나왔다.
꿈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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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원래 비과학적인 것을 믿지 않습니다.
이른바 초감각 지각력이나 외계인과의 만남, 집에 귀신이 든다던가,
텔레파시, 투시력, 예지력, 점성술, 환생, 전생, 죽은 자와의 소통, 종교같은 것들 말이죠.
자세히 왜그런지 알고싶으시면 토머스 키다의 생각의 오류(Don't believe everything you think)를 읽으시고요.
어쨋거나 저의 평소 생각이 극명하게 드러난 꿈이었습니다.
옛날에 귀신이나 전생을 조금이라도 믿었던 때에는
꿈 속에서 귀신이 나올때는 귀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고를 하지 못하다가
꿈에서 깨어나 그제서야 '에이 뭐야 꿈이었잖아. 귀신은 없는거야'했는데
이제 꿈 안에서도 '귀신은 없는거니까 이러이러하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것 같군요.
이렇게 생각을 많이한 꿈은 오랜만이었습니다.
길어요 ㅠㅠㅠㅠ 이렇게 세세하게 꿈을 쓴건 첨인듯 좀짱 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