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아침부터 멏가지 사건이 있었고, 그로인해 학교 건물이 조금 부서졌다는 것만은 기억난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일들은 곧 벌어지게 될 충격적 사건으로 거의 잊혀지게 됐다.
아마 난 이 일을 일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충격으로 사건 군데군데가 잘 기억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루 일과를 마친 하교길, 나는 좋아하는 여자(익명성 보장을 목적으로 N이라 하겠다.)를 몰래 뒤를 밟다가 우연히 어느 폐건물 앞을 지나게 됐다. 폭탄 테러라도 당했는지 건물 윗부분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고 단지 건물 상부에 남은 기형적으로 휜 철골만이 이 건물이 1층은 아니었음을 말해줬다. 그래서 잠시 눈을 팔고 있었더니, (나중에 추가. 난투가 있었고 나는 황인 청년의 머리를 파이프로 한대 찍었으나 온 몸이 빈사였다.) 나는 청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필사적으로 이곳저곳으로 도망다녔다. 그렇다기보단 반쯤 기어다녔다. 하지만 날 지켜주는 곳은 물론 없었고, 경찰에 신고해주는 곳도 물론 없었다. 그러다 어느 여자들이 셋쯤 있는 의원같은 문방구에 들렀을때, 청년의 동료로 보이는 흑인과 백인 몇몇이 그때는 정말로 허탈함과 함께, 평소에는 친해보여도 내가 위험할때 날 구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원망감이 들었다. 결국 머리를 부여잡히고 개처럼 끌려가려는 찰나, 갑자기 흑인 몇몇과 함께 경찰들이 난입했다. 그리고 경찰의 뒤에서 아까 지나쳐온 가게 중 하나의 점주-백인에 약간 마르고 키가 약간 크며, 상당히 겁을 먹었는지 쭈삣거리는-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아마 무서웠음에도 신고해준 것이겠지. 아무튼 나는 경찰을 보자마자 안도감에 자리에 주저 앉았고, 이대로 모든 사건이 끝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순순히 경찰을 따라 몇발자국 이동하던 패거리들이 갑자기 권총의 아랫부분으로 경찰의 머리를 내려찍었고 그와 동시에 다른 패들이 총으로 경찰을 쏴 쓰러트렸다. 황인 청년을 쳐다보는 갱들, 양손을 반쯤들고 너스레를 떠는 청년. 뭐가 뭔지 모를 일들이 계속됐디ㅡ. 단지 눈 앞에 어른거리는 빛은 사라졌고, 나는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걸 알게됐다. 패거리들은 곧 재빨리 밖으로 나가 주변 하교중인 학생 몇과 행인 몇을 잡아 다시 의원으로 돌아왔다. 돌아와 있었을땐 갱들의 숫자가 더 늘어나서, 60평방 크기의 의원은 6-7명의 나를 포함한 인질과 갱 수십여명로 꽉 찬 기분이 들었다. 그 중에는 아까 귀가했을 N과 아는 여후배 둘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몇분의 시간이 흘러, 이번엔 무장 경찰들이 대거 출동했고, 갱들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각종 중화기와 기관총, 심지어 수류탄까지 마구 쏴갈겼다. 당연히 내가 할 수 있는건 없었고, 그저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덧없는 소망만 들었다. 그 후 몇차례 공방이 끝나고, 쓰러트린 경찰에게서 뺏은 기관총을 다시 무기로 활용하는 연속, 결국 지금 내가 있는 곳 외의 장소는 전부 제압당했는지, 이쪽으로 경찰의 집중적인 공세가 이어졌다. 그렇게 교착이 당분간 계속되다가, 결국 무기가 떨어진 갱들이 경찰의 이어지는 공세에 밀려 하나둘씩 쓰러져갔다. 그리고도 꽤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경찰이 건물을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그 후 갱들을 체포하는 경찰들을 뒤로하고, 나는 온몸에 감도는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다른 인질들과 함께 학교로 향하고, 막상 도착한 학교가 너무 넓자 또다시 불안해져 몇번을 이동한 끝에 결국 학교벽에 등을 기대고서야 비로소 조금 안도감이 들었다. 그 후에도 여자후배 둘과 조금 이야기하고, 가엾게도 N은 너무 놀랐는지 아직도 입을 닫은 채 손톱을 자근자근 씹고 있었다. 가엾게도 아마 이 일이 평생 트라우마가 될 것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주변을 둘러보자 학교는 폭탄이라도 맞았는지 아예 꼭대기층 하나가 사라질만큼 대파해있었고 학교 뒤 절벽에선 강같은 물줄기가 옥상을 두드리고 있었다. 주변은 주홍색 노을 빛이 수많은 사람들과 혈흔을 덮고 있어서, 마치 신이 인간의 과오를 덮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후일 이 사건은 흑인 갱 집단 테러사건으로 명명되었는데, 왜 흑인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중에 몇번 조사를 받으러 경찰서를 들락거리다 들은거지만 만약 갱들이 인질극을 벌이지 않은게 그나마 다행이란다. 어쨌든 이 일은 앞으로도 잊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아주 작은 좋은 점중 하나로 이후 이 일에 연관된, 특히 인질들끼리는 독특하고 묘한 유대감이 생겨났는데 그건 또 다른 이야기.
어떤 분은 폰에서 안 된다던데
잘 되시나 보군요.
저도 잘 되던 거 같던데.
무슨 차이일지.
혹시 아이폰과 다른 스마트폰의 차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