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내용을 기록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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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란 무엇일까
서기꿈이란 심상풍경의 반영이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이면, 당연히 그만큼 좋은 꿈만 꾸게 되는 것이고,
만일 그렇지 않더라도 그걸 이겨내고 좋은 꿈으로 이끌어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이런 부분이라면 자신 있었다.
내가 꾸는 꿈의 주인은 항상 나였고, 꿈의 주인인 나는 좋은 인간이라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전에 지옥에 떨어져서 알 수 없는 고통을 받았을 때 마저도, 끝은 좋았다.
하지만, 마음에 괴로움 한 점 없는 인간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이 깨끗한 아이들도 가끔씩 끝이 안 좋은 꿈을 꾸는 것이다.
물론 나이가 들고 마음이 안정되면서 이런 일들은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가끔 이런 꿈을 꿀 때가 있다.
그리고 바로 오늘이 이런 꿈을 꾼 날이다.
언제인지 정확히 특정할 수 없는 시대, 꿈에서 나는 무력하고 나쁜 성인이 되어 있었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나는, 일전에 친구에게서 갈취한 돈으로 하루하루 겨우 연명해 살고 있었다.
매일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점점 무언가 받는 일도 사라져갔다.
아마 나를 돌봐주는 이 '친구'가 없었으면 나는 이미 어떤 방식이든 죽고 말았을 것이다.
이 '친구'는 나에게 유일한 마음의 버팀목이자,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들어주는 착한 존재였다.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한 지는 모른다.
예전에는 그런 것에 대해 고민했었던 적도 있었지만, 점점 그런 것을 생각하는 일은 사라졌다.
아무튼, 이 친구 덕분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충실히 고철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고,
이런 날들은 언제까지라도 계속될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그것은 나의 평안한 날들도 다르지 않다.
(중략)
옆짚의 첫째 아이는 안경을 쓰고 만화책 읽기를 좋아하는 소녀였으며, 내게 자신은 감성이 깊은 소녀라고 항상 떠들고 다녔다.
요즘에는 바라카몬이란 만화에 빠졌는지, 하루 종일 자신과 거기에 나오는 소녀을 동일시 하는 일에 청춘을 쏟고 있었다.
둘째 아이는 집에 머물기 보다는 밖에서 운동하고, 쇼핑하고, 어울리는걸 좋아하는 소녀였고, 말은 적당히 하는 편이었지만
언제나 크고 우렁찬 목소리 때문에 항상 주변에 주목받는 씩씩한 소녀이다.
그리고 두 소녀 모두 나 같은 이웃에게도 관심을 가져 주는 착한 소녀 자매다.
셋째는 또 다른 집의 아이었는데, 아직 어린 아이의 깨끗한 마음을 간직한 좋은 아이였다.
(중략)
마음 좋은 두 소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한 아이 때문이었을까.
나의 주변에도 고마운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었다.
예전의 나약했던 나의 모습은 잊어가고, 나는 점점 좋은 사람이 되고 있었다.
적어도 스스로는 그렇게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약한 마음은 그렇게 깨끗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일이 계기만 된다면 쉽게 다시 끓어오르는 감정이다.
(중략)
한 번 의심이 피어오르면, 그것은 걷잡을 수 없이 피어오른다.
마음은 물통과 같아서, 나약한 인간일수록 그것은 빠르게 새어나온다.
(중략)
나는 두 소녀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녀들이 정말로 좋은 사람인지, 얼마나 깨끗한 사람인지.
(중략)
역시 나의 친구는 좋은 녀석이다.
언제나 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기 때문이다.
그것이 얼마나 나쁜 것이라도.
(중략)
나는 그녀들에게, 소녀로써 받을 수 있는 고통은 모두 주었다고 생각한다.
(중략)
꿈에서 깨어나고 알았다.
내가 '친구'라 생각했던 존재는, 외부 세계, 현재를 살아가는 '나'였다는 것을.
'나'는 불행한 환경을 살아온 또 다른 나를 묵묵히 돌봐줬다.
꿈의 주인은 그였지만, 그는 꿈 속에서 무엇 하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세계의 '나'라는, 모든 소망을 대신 이뤄줄 전능한 존재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꿈의 주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파멸적 욕망을 묵묵히 수용해 줄 수 밖에 없었다.
이제까지 스스로 인식하지 않는 꿈은 무수히 있었고, 끝이 좋지 않은 꿈도 적지 않게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능하게 세상을 다룰 수 있는 나는, 적어도 당장 내 기억속에선 항상 좋은 인간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일도 있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 전능을 갖게 되었어도, 그것을 나쁘게 활용하는 나도 있는 것이다.
항상 좋은 인간이라는 것은 없다. 그것은 교만이다.
이것은 그다지 잔인한 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주 비참한 꿈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