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내용을 기록하는 곳
추리하는 꿈
익명이 꿈은 게임과 비슷한 꿈이다.
(사실, 게임과 비슷한 꿈인지, 아니면 학생들이 어떤 가상현실 같은 게임을 한 것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음.. 어디가 게임과 비슷하냐면, 고등학교라던가 대학교 같은 것은 다 있지만,
특이하게도 던전이나 몬스터가 있다는 점이 달랐다.
건물 양식은 특이한 방식이었고.. 현대와 판타지가 적당히 섞인 느낌이었다.
(스팀펑크는 아님.)
마치 지금 당장 동네 뒷산 동굴에 들어가면 던전이 있고 몬스터가 있을 것 같은 느낌?
심심하면 던전에 사냥도 가고.. 아무튼 그런 느낌이다. 대략 '현대+바람의 나라 신부여성+RPG만들기 VX ACE' 정도.
(그러다 죽기도 하는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던전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입구부터 바닥까지 물이 들어 차, 매우 얕은 수심 같은 것을 형성한 주막같은 건물도 있었던 걸 보면, 나름 판타지는 판타지였나보다. 동양 판타지.
꿈에서 나는 모종의 이유로 학교에서 개최한 어떤 게임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유는 잘 생각이 안 난다.
음.. 대학생들이 이 게임을 받아들이는 정도는, '이걸 훌륭하게 해내야 별 탈 없이 무사하게 졸업할 수 있다.. 떨어지면 유급.' 정도. 그니까 꽤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 게임이 시작 전에, 이 게임의 룰에 대해 누구도 들은 적이 없었으므로, 어쩌면 해마다 게임의 종류는 바뀌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살인을 중하게 생각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의외로 별 알력없이 수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튼, 몇몇 말과 탈을 겪은 다음에, 어쨌든 이 게임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먼저 이 게임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전에 모의 게임을 했는데, 그것은 마피아와 비슷했다.
즉, 살인마가 하나 있고 그 살인마를 밝혀내는 것이 모의 게임이다.
모의 게임에는 룰이 하나가 있었는데, 그것은 게임도 수업의 일환이니, 1시간 반마다 바뀌는 다른 수업에도
꼬박꼬박 참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수업을 들으면서 찾아라.. 하는 것이 이 게임의 표면의 룰이고,
사실 여긴 대학교이기 때문에, 수업 듣다가 지겨우면 학관 컴퓨터실에서 땡땡이 치거나 하는 사람도 많았고,
그들은 이런 과제도 별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큰 일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들이 큰 일이 생기지 않은 것은, 수업은 안 들어도 출석만큼은 꼬박꼬박 했기 때문이다.
이 모의 게임에 대한 것도 나름대로 길게 서술할 수 있지만, 대충 생략하고..
(만화책이면 가볍게 책 반 권에서 한 권 분량은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하여튼 해가 질 무렵, 황혼과 함께 범인이 나타났다. 모의 게임이기 때문에 사람은 죽이지 않았지만,
대신 페인트칼을 써서 페인트가 묻은 사람은 어딘가에 감금..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특정 교실에 격리되는 것이 룰이었다.
학교 크기는.. 음 중학교와 고등학교 크기 합친 것과 비슷하다. 6층이 옥상이고, 층별로 교실은 다섯개 내지 여섯개.
교실 수가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교실 크기가 큰 것이 특징이다. 5층에는 컴퓨터실이, 1층에는 국고실이 있었다.
아무튼, 이제부터 본게임이 개시되는데, 게임의 룰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첫 살인마는 본게임 개시 후 1시간 뒤에 뽑힌다.
둘째. 살인마는 자신의 팀원을 한 명 죽여야 살인의 오명에서 자유로워진다.
셋째. 마을 곳곳에는 불상이 존재한다. 어떤 불상은 던전 깊숙한 곳에 존재하기도 한다. 불상의 위치에 대한 힌트는 전혀 없다. 불상은 위치나 위상에 관계 없이 랜덤으로 존재한다. 불상은 팀의 숫자만큼 존재한다.
넷째. 각각의 불상에는 「과제」가 존재한다. 이 '과제'를 해결해 낸 팀은 살인마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다섯째. 살인마(살인범)는「구원」받을 수 없다.
여섯째. 다음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하는 시점에서, 게임은 종료한다.
- 사람들의 인망을 모은다.
- 누군가 1000만원을 모은다.(외부 자금 유입은 불가능.)
- 살인마를 뺀, 모든 사람이「구원」받는다. 이 경우, 살인마는 유급한다.
(며칠이 지나면 이 게임이 모든 구성원들의 패배로 끝나는지는 꿈 중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이 게임에서 재밌는 것은, 한 팀이 하루종일.. 그니까 여섯시간 가까이 전력을 써 봤자 던전 하나를 겨우 탐색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모든 불상이 던전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던전은 그만큼 탐색이 어렵고, 실제로도 경쟁이 적기도 했다.
게다가 어찌됐든 꽤 많은 지형을 돌아다녀 볼 수도 있고, 돌아다닌 곳을 두 번 돌아다닐 가능성은 적었기 때문에, 꽤 안정감 있었다.
또한, 불상은 팀의 숫자만큼 존재한다고는 해도, 다른팀이 먼저 불상을 찾아낼수록, 우리가 찾아내기 어려워지는 것은 자명했다.(단, 이걸 역으로 파고들어서 초반에 체력을 아껴, 후반에 탐색하지 않은 지형을 탐색하는 장사꾼이나 정보꾼도 있었다. 장사꾼이나 정보꾼에 대해서는 후술.)
그 외에도 많은 숨겨진 룰이 있었는데, 예를들어 내가 캐치한 것은 살인마에 대한 것이었다.
여기선 사람을 상대로 기술이나 무력을 쓰면 안된다는 말도 없었고, 그것은 살인마 뿐만 아니라 나도 그랬다.
일단 살인마를 잡으면, 최소한 살해 위협은 억제할 수 있고, 게다가 제 1승리조건인 인망을 모으는 것도 훨씬 수월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표면상으로 범인을 잡은 것은, 어디까지나 평소에도 인기 있고, 나이도 좀 있고, 카리스마 있는 사람이 좋을 것 같았다. 이를테면 국고장이라던가..
아무튼, 나는 최초의 게임 방침을, 불상을 찾아 임무를 수행하는 것과, 살인범을 찾는 데에 주력하기로 했다.
그래도 나도 살고 싶었기 때문에, 일단 실제로는 불상을 찾는 것에 더 주력했던 것 같다.
게임에 대한 설명은 이 쯤 하고, 다음에는 좀 인상적이었던 사람들.
음.. 기억나는 녀석 중에는 이런 녀석들이 있다.
먼저 장사꾼과 정보꾼.
이들은 제 2의 승리조건인 '1000만원을 모은다.'에 충실한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던전에 탐색했는데, 이 던전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면 그 정보를 사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적당한 가격으로 팔아, 차익을 남기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다.
이들이 팀 단위였는지, 아니면 혼자 일탈한 개인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몇명이었는지, 그런것도 희미하다. 꿈이라 그런가, 잘 기억나지 않아서 그런가.
주로 이들은 장사꾼과 함께 학교 앞 주막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주막은 평소에 뭐하는 곳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단지, 주모는 있었다. 바람의 나라를 생각해 봐라.)
그리고 장사꾼. 이들은 정보꾼과 밀접하게 관계하기도 했다.
당연하지만, 던전을 돈다거나 해서 돈을 모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이들은 먹거리나 여러 도구를 팔아 돈을 모았다.
(물론 누군가 흘린 돈이라던가, 몬스터에가 맞다가 떨어트린 귀중품 같은 것은 있지만.)
이 게임에서 돈을 모으는 방법은, 게임의 승리와는 전혀 무관한 '노동'으로만 획득할 수 있었고, 당연히 게임과는 일체의 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노동은 최소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때론 정보를 얻으려고 팀원 전체가 하루종일 노동을 하기도 하고.. 그런 느낌이다.
음.. 이들 장사꾼과 정보꾼을 빼면, 또 기억나는 학생이 있다.
일명 '살인범을 대비한 학생'. 물론 내가 그냥 붙인 이름이다.
생긴 것은 딱 봐도 똑똑하고 머리 좋아서, 어딘가에서 흑막으로 활동하고 다닐 것 같은 이미지었다.
게다가 정의감도 있고.. 깨보고 생각해보니, 왠지 미래일기의 아키세 아루가 생각나는 그런 학생이었다.
아무튼 이 학생은 자기가 살인마가 될 것을 대비해서, 이미 게임 개시 전부터 여러 준비를 해뒀다.
참고로 학생 수는 아마 40~130여명. 팀도 8팀인가 9팀인가.. 13팀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많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팀별로 5~6명 정도 됐던 것 같다. 적어도 모의 게임은 그랬던듯 한데..)
무척 다행인 것은, 산술적인 통계에 따라, 이 학생은 살인범이 아니었단 것이다.
(적어도, 이 녀석의 행동을 내가 매우 주의 깊게 봤기 때문에, 아니라고 99%정도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음.. 내가 이 꿈에서 깨어난게, 아마 이틀쯤 경과했던 무렵인 듯 한데, 첫 날은 허탕치고
둘쨋날은 정보꾼이나 장사꾼의 정보를 알고, 대략 어느 던전에 불상이 있는지 감을 잡아서,
해가 지는 황혼쯤, 거의 목적지에 도달한 상태에서 꿈에서 깨어났던 것 같다.
최초의 살인범은 이틀째까지 활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나는 살인범이 아니었다.
아마 이 꿈을 계속 꿨다면, 몇 달만에 나의 기본 능력인 '저공비행'을 쓸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나는 거의 모든 꿈에서, 내가 원하면 저공비행을 쓸 수가 있다. 맨땅에서 하늘로 날 수는 없지만, 하강 속도가 매우 느린 것이다. 건물을 박차는 방식 등으로 대충 날 수도 있긴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