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내용을 기록하는 곳
꿈의 절반 가량을 쓴 지금, 아직도 이 글을 써야할지 망설여집니다. 지금 시각은 거짓없이 새벽 4시 49분. 아, 방금 50분이 되었네요. 에.. 거짓말입니다. 하려 했는데 진짜 되었습니다. 이 새벽의 혼란스런 사고조차 기록을 망설일 꿈입니다. 얼마나 무서울지 상상이 되세요? 뭐, 거두절미하고 바로 이야기를 합시다. 이제 폰을 들고 있는 것도 근육통이라 한계가 오거든요. 아무래도 좋지 않은 자세로 침대에 누웠나봐요.
자, 꿈 속입니다. 저에게는 친누나처럼 살가운 이웃집 누나 두 명이 있었습니다. 한 명은 밝고 경쾌한 타입, 한 명은 이지적인 안경녀. 그리고 친구들도 있는데, 거두절미하고 여차저차 여행을 갑니다. 이 내용은 꽤 길고, 기차여행, 마른 오징어, 해변의 PC방이란 나름 흥미로운 테마와 줄거리도 있지만, 꿈의 메인은 아닙니다. 그러니 여기선 생략하도록 할게요.
아무튼 여러 일들이 있고.. 어, 근데 갑자기 배경이 바뀌네요. 그러더니 우리 집 현관 유리문 너머에 약에 찌든 무언가가 있어요. 비밀인데, 그게 누군가가 아닌 무언가라 인식한 것은 사실 심오한 서술 트릭이죠. 대부분의 사람은 이 글을 끝까지 봐도 이 트릭을 눈치챌 수 없겠지만. 뭐, 엄청 중요한 것도 아니구요.
그래서, 나는 급히 유리문을 힘껏 닫습니다. 왜냐면 '그것'이 유리문을 열고 날 공격하려는걸 느꼈거든요. 그러면서 창문 너머를 보니 익숙한 이름이 보이네요. 클로람페콜, 데스플루란.. 이런, 강한 항정제성 마약이었습니다. (사실 이들은 의존성 높은 약물보단 오히려 부작용과 각성이 적기로 유명한 단순한 마취제인데 왜 그때 그리 생각했을까요. 어감이 센 단어들이라서? 아니면 이것도 무인가 상징인가?)
그게 유리문 너머 잡동사니 서랍에 빡빡했어요. 아무래도 상대는 마약 중독인가봐요. 나는 급히 안경녀 누나에게 119를 부르라 합니다. 마약사범 신고는 119 아니겠어요? 그러나 누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집주소를 까먹고 대답을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순간 그랬어요. 결국 불안하지만 누나와 제 발을 이용해 유리문을 봉하고, 그 틈에 제가직접 전화를 걸었어요. 음, 잠깐 딴소리인데, 이 새벽. 그니까 4시 55분에 전 이 대목을 쓰면서 전율을 느꼈어요. 아, 이제부터 정말 무서운 대목인가봐요.
아무튼, 제가 119에 전화를 걸었더니 상담원이 뭐라 한 줄 아세요? "아,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끊을 게요." 그리고 다시 전화를 걸자 "국혼씨, 자꾸 장난 전화하면 곤란합니다. 저흰 바빠요."
정확히 이 대사였는지는 사실 확신은 안 들지만, 아무튼 이만큼 소름 돋는 거부의 메세지였던건 분명합니다. 순간 전 동화에서 자주 봤던 숨겨진 다락방의 무력한 아이가 된 기분이었어요. 제 기분 아시겠어요? 하지만 저는 그 때 믿을 수 없는 행동을 합니다.
그러니까, 현재 이게 어떻게 된건지 냉정하게 분석을 시작한거죠. 후에 당신이 이유없이 국가의 도움, 그니까 112나 119에 요청한 도움이 거절 당했다면 저와 같은 이유를 생각할 수 있겠군요.
물론 꿈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안전해진--실제로 안전한지 어떤진 모르겠지만. 그리고 설마 이것도 꿈인건 아니길 바랍니다. 그럼 새벽에 안드로이드로 열심히 쓰는 제가 너무 허망하고 비참하니까요.-- 지금은 응대원이 미쳤다, 사실 그 응대원이 로또에 당첨됐다(앞의 것과 본질적으론, 그니까 반쯤 미칠만한 상황이란 점은 다소 비슷하군요.), 사실 누나가 평소에 장난 전화를 많이 했다. 그런 가설들도 여럿 떠오르지만, 그땐 단 두가지로 압축된 결론만 사고했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제가 이야기 한 것과, 그 당시 제 상황을 꼼꼼히 다시 검토해보면 이것만해도 면도날처럼 날카롭고 또한 냉정하기도 한 사고란 것을 알 수 있을겁니다. 음, 그게 뭐냐구요? 그것은.. 조금 나중에 이야기 하죠. 이 글을 쓴지 벌써 최소 40분 가량 지났습니다. 나머지 반 마저 핸드폰으로 쓰기엔 의식을 붙잡고 있기가 너무 힘드네요. 아무튼 지금은 새벽 한중이고, 나는 충분히 잠을 자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니 나중에 나머지 절반을 쓸 때 까지, 위의 2가지 사고 내역이나, (가능하다면) 꿈의 결말을 사고해보세요. 혹시 올바른 추측일지도 모르죠. 음. 전 그럼 이만 다시 자러갑니다. 이번엔 제발 무섭지 않은 꿈이길.
사실 제 꿈의 패턴은 조울증과 비슷해, 다음 꿈은 재밌거나 광적이거나, 아니면 재밌으면서도 광적이라고 추론할 수 있지만, 그것은 다시 자기 전 까진 알 수 없겠죠. 그럼 다들 댓글로 이유를 써주시고. 물론 안 써주시고 생각만 하셔도 좋습니다.
혹시 새벽에 이 글을 본 사람이 있다면 이것이 반만 써진것에 감사하면서 안녕히 주무십시오. 벌써 새벽 5시 22분이군요. 아마 그럴린 없겠디만 창문이 열린 것처럼 몹시 추워요. 그럼, 곧 다시 뵙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추신) 홈페이지 폰트는 최근 지원되는 나눔바른고딕이 참 좋답니다. 모바일에선 더욱 좋구요. 저는 이것과 나눔명조만 씁니다. 그리고 뒷편은 올릴지 말지 신중하게 좀 더 생각해 봐야겠어요. 지금은 많이 무섭지는 않지만, 사람으로써 금기의 영역을 왔다갔다 하는 내용이거든요. 그것도 두 개 이상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