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내용을 기록하는 곳
사랑나비 -무제-
42소꿉친구가 있다.
나와 그 소꿉친구는 자라서 결혼한다.
행복하게 살다가 늙어죽는다.
그런 이야기면 좋았을 건데..
죽기 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그 능력을 썼다.
사랑하는 그녀와 다시 만나기 위해..
하지만 돌아온 세계에서, 그녀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를 사랑하는 그녀는, 이제 미래에서 나 없이 홀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를 되돌리고, 다시 살 수도 있다.
처음에는 괴로웠다.
날 사랑하는 사람이 날 사랑하지 않는 기분..
세계의 절반이 좁아진 느낌이다. 어쩌면 내성적인 나에겐 그 이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죽는 건 무서웠고, 지금도 무섭다.
나는 그래서 능력을 쓴다.
몇 번인가.. 능력을 쓰면서 알게된 것이 있다.
사고사를 회피하는 방법.
같은 시간에 여럿을 사랑하면 그 횟수만큼 시간을 절약할 수가 있고
그 능력을 이용해 더 과거로, 혹은 사고사로 생명을 잃었을 때 자동으로 다시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눈을 뜨면.. 이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미래에 홀로 남겨진 그녀는 나를 원망하고 있을까?
거짓으로 사랑할 수는 없다는 점이 이 능력의 가장 괴로운 점이다.
언제부터인가 기계적으로 능력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 여기서 연인을 만들었으면 다음엔 10KM 밖에서.
그렇게 이동하면서, 마침내 내가 지구본을 뒤덮게 될 때까지 나는 가만히 살았다.
다음은, 더 과거로 도망갈 것이다.
언젠가 이런 생각을 했다.
수십억명분의 사랑을 저축하고, 그 시간을 한 번에 쓰면 혹시 세계의 기원을 알게되지 않을까?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신을 볼 수도 있을까?
그렇지 않더라도 조용히 혼자 늙어죽을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러나 나는 곧 이 생각을 그만두었다.
지구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을 사랑해도,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합쳐도, 나는 지구의 탄생조차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과거를 그만두고 대신 과학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과학으로 불로불사의 육체를 얻으면, 나는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 않아도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도 죽지 않을 것이고, 그녀 역시 죽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는 좀 더 빨리 과학기술에 매진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무작정 시내를 걷다가 눈에 들어오는 사람 중, 꼭 한 명 이상 내가 잃은 연인이 보일 때 쯤
나는 불로불사의 기술을 완성할 수가 있었다.
나 혼자서는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단지 나는 미래의 과학기술을 현대로 가져오고, 그렇게 더 발전한 미래를 현대로 가져왔을 뿐.
처음 불로불사를 시도할 때에만 해도 나는 그것이 곧 이루어 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세계 어디를 걸어도, 그 날 안에 서로 사랑했'던' 연인을 만날 수 있게 될 무렵에야, 나는 조잡하나마 불로불사의 육체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것으로 이제 괴로울 일은 없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먼 미래 다시 이 능력을 쓰게 되었다.
나는 불로불사의 육체를 얻은 덕분에, 내게 본래 주어졌던 수명을 아득히 뛰어넘을 만큼 살 수가 있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떤 기점을 경계로, 나의 존재는 갑자기 소멸했다.
충분히 사랑을, 수명을 '저축'해두었기에 망정이지,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내가 죽은 이유를 파악하는 것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결코 짧지도 않지만 적어도 불로불사의 육체를 만드는 것보단 훨씬 빨랐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의 몸이 언제부터인가 '나'를 잃었기 때문이다.
불로불사의 육체에 적응하면서, 나는 기계가 새 부품을 끼우듯, 과거의 나와 다른 새로운 나로 '교체되어' 가고 있었다.
그것이 어느 임계점을 넘은 순간 나는 더 이상 '나'는 아니게 된 것이다.
정확히는, '죽었어야 할 나'라고 인정되지 않을 만큼 미래의 '내'가 동떨어지면, 나는 죽은 것으로 처리되었다.
이것으로 하나는 명확해졌다. 논리학적으로 연속적인 존재에서 경계는 없다. 하지만 수학은 다르다.
수학은 분명히 임계점이 존재하며, 이 순간을 넘은 나는 분명히 '죽게될' 것이다.
실낱 같던 희망이 부숴지자, 나는 어둠 속에 빠졌다.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그러나 그렇게 정신을 놓으면 다시 시간을 돌아와 미칠 수도 없는, 이제 죽고 싶어도 너무 많은 사랑과, 시간과, 빚을 저축한, 그러나 때가 되어도 죽고 싶진 않을, 내가 남았다.
할 수 있는 일은 있었다. 불로불사의 육체와 발달된 과학, 그리고 더욱 미래로 연장된 시간축.
단순히 수명이 100년 늘어난다면, 나는 60억명, 혹은 그 이상의 '사람'과 '사랑'.. '빚'을 질 수가 있다.
이 능력이 '사람' 외에도 적용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 시간을 살 수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 무한의 가까운 시간도, 무한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차마 그토록 긴 수명동안에도 그것을 실험해 볼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러나.. 나는 그렇게 보이는 새로운 가능성에 '또' 실패하는 것이 두렵다.
모든 가능성이 실패로 닿아 있는, 마치 정해진 운명 같이 보였다. 운명이 없는 것을, 자신의 수명을 돌파하면서 스스로 깨달은 나임에도..
과학을 팽개치고 신앙에 빠졌다. 신앙은 한 때 내가 가장 부정하던 사상이다. 하지만.. 나는 신앙에 빠졌다.
신앙에 빠졌다.. 그대로 방치했다.. 그러나 매 순간마다 빚을 저축하면서, 나는 계속 살고 있다.
언젠가 종교가 끝날 것을 안다. 만약 종교가 있더라도, 무의식적에 그것을 조금씩 의식 위로 드러내는 나는, 진실한 믿음에 도달할 수는 없겠지.
그렇더라도 나는 지금, 신을 믿는다.
...
마침내 모든 순간이 다했다.
...
......
.........
모든.. 것을 끝낼.. 방법을 알았다.
최초의 사랑.. 그녀를..
모든.. 원흉.. 나나 사랑이 ..닌
그녀가.. 설득.. 것은.. 나였..
가장 괴로운 것이 그녀였으며.. 그녀는 무수한 '나'를 설득하고, 기다리고 있었음을..
이제.. 끝을 낼..
여기서 꿈이 끝났다.
꿈 같은 이야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