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내용을 기록하는 곳
꿈이 인생의 앞 길을 보여준다는, 예언의 기능이 있다는 것에는 반신반의하는 입장이지만
나름의 암시를 준다는 것에는 긍정하게 된 것 같다.
대부분 나의 꿈에서 내가 소재하는 장소는, 요즘 내가 살고 있는 현재의 집이 아니라
항상 초등학교 유년시절 보냈던 바로 옛 그 집이다.
옛 집이라고 항상 내가 기억하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현재 살고있는 집의 구조, 장식물, 바닥의 모습과
겹쳐진 복합적인 양상을 가지고 있다.
꿈 내용은 사실 별 거 없는데, 그 새집의 모습과 합성된 옛집에서 나는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무엇인지는 기억은 잘 안나지만 그냥 누워서 놀고 있던지, 글이나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머니가 버섯 요리를 해야되겠다면 장난스럽게, 짓궃게 얘기를 하신다.
어머니가 빈정 상한 일이 생기거나 상황이 좋지 않을 때면 쓰시는 말 버릇이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어머니는 집 벽에 버섯이 생겼다며 담담하게 얘기하신다.
담담하게 얘기했다는 것이 현실과 꿈을 구분짓는 부분이다. 실제 어머니같으면 대경실색을 하셨을 테니.
보니까 정말 나무 벽 아래 쪽에 버섯이 자랐다.
팽이 버섯같이 희고 작고 다닥다닥 붙은 놈들이 두 군데, 그리고 한 군데에는 광대버섯처럼
큰 녀석이 한 놈 있었다. 큰 광대가 작은 녀석들의 아버지라는 것을 나는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광대가 자란 쪽을 살펴보니 우리집 벽은 좀 이상한 구조로 되어있음을 알게 됐는데,
벽 아래쪽에 두툼하게 마감돌이 쌓여있었는데 마감돌이 두툼하게 튀어나와 작은 물건들을 올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고 그 위에 광대가 자리 잡았는데 딱 봐도 더러운 녀석이란 것을 알았다.
내가 한 건지 아버지가 한 건지 기억은 안나지만 마감돌 윗부분을 들어올리자 그 밑에 흙이 나왔다.
마치 화분과 같이 마감돌들은 가운데 공간이 있는 직육면체들의 구조였고
그 안에는 흙이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인지 어머니인지 누가 한 말인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말씀하시길
여기 이 흙에 버섯 종자들이 들어가 있으니 흙들을 전부 처분하고 새 흙을 담아와야 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참 귀찮은 일이 생겼구나... 생각하였는데 그것이 나의 일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굳이 설명 안해줘도 알 수 있었다.
그 때 머릿 속으로, 그 무거운 마감돌을 들고 들어서 흙을 비운 뒤,
다시 흙을 채워서 원위치로 옮기는 일... 지긋지긋하게 힘들고 귀찮은 일을 대략 시뮬레이션 해 보았다.
하지만 내 일이라는 것은 명확했다. 그런 피곤한 생각을 끝내고
다른 꿈으로 옮겨 탔는지 어쨌는지는 잘 기억은 안나지만 곧 꿈에서 깨어났고,
일어나서 내가 요즘 보낸 세월들을 생각하니 참 그럴싸한 암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은 죄 값과 과오를 무르는 것은 귀찮은 일이지만 나 밖에 할 사람이 없다.
이미 지난 세월 속에 죄의 종자들이 쌓여 있으니.
그것을 버려서 새 흙을 담는 수 밖에는 답이 없을 것 같다.
너무 알레고리적으로 이 꿈을 해석한 듯 싶지만 그래도 이런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열심히 살아야 겠다.
살아라 살아라 살려라 살려라. 이기지 말고 지지도 말고 서로 좋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