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신의 창작물을 자유롭게 올리는 곳

링크1 :
링크2 :
공동 작업자 :

꼬마 아이가 들어왔다

손 세정제를 들이 밀며 바깥의 먼지를 닦아야 한다고 하니

아이는 겁을 먹었는지 손을 뒤로 숨긴다

아이 어머니가 먼저 세정제를 쓰며 무섭지 않다고 보이고

데스크를 맡은 선생님, 그리고 나 까지 모두가 손에 세정제를 문지르며

시원하다 시원하다 한 번 해볼래? 물었다

아이는 구긴 인상을 펴지 않고 말똥한 눈동자를 가지고 어머니에게 안긴다

아이, 아이들은 그런 존재다

분류 :
태그 :
조회 수 :
214
등록일 :
2015.07.30
19:28:31 (*.223.204.204)
엮인글 :
게시글 주소 :
https://hondoom.com/zbxe/index.php?mid=create&document_srl=802324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sort 날짜 최근 수정일
35 대화의 감옥 드루크엘라이 103   2015-05-26 2015-05-26 07:04
너의 감정 따위 듣고 싶지 않다 너의 지혜 따위 알고 싶지 않다 네놈의 생각은 감히 말할 시도도 하지 마라 나는 네가 얼마나 들으려고 애쓰는지 평가해 주겠다 얼마나 공감하려고 발버둥치는지 평가해 주겠다 변변찮은 모습을 보여주면 골수조차 마르도록 잘...  
34 아무것도 하지마 뒤지고 싶지 않으면 드루크엘라이 227   2015-05-02 2015-05-02 05:00
말하지도 마 네 목소리 들으며 내 청각 세포를 피곤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쳐다 보지도 마 네가 나를 인식하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불쾌하거든 괜히 친한 척 하지 마 부담스럽고 재수없어 잘난척 하지 마 네 그 잘난 면상을 차주고 싶은 충동이 솟아나 밥먹지...  
33 군체생물 드루크엘라이 139   2015-05-02 2015-05-02 05:01
흐물흐물 꿈틀꿈틀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의지가 있듯 사고는 영리하게 우리를 속이고 있고 뇌의 착각 속에 우리는 자유를 얻은 인간처럼 행동하고 있다 누군가의 배설물을 먹이 삼아 우리는 또 다른 배설물을 낳고 우리는 서로의 똥을 먹으...  
32 차가움 드루크엘라이 101   2015-05-02 2015-05-02 05:02
어떤 어설프고 뚱뚱하고 못생기고 병든 몸을 봤는데 정작 내가 그로부터 느껴지는 것은 동정심이 아니라 한 없이 차가운 마음이더라 경련된 입가로 인사를 하던 순간부터 안도의 이별 인사를 건내는 순간까지 녀석과 이야기 나눈 모든 순간은 그저 짜증나고 의...  
31 폭주기관차 드루크엘라이 181   2015-05-02 2015-05-08 06:59
앞에는 온갖 무기를 달아 놓자. 날카로운 칼날, 닿는 즉시 감전되는 온갖 트랩들, 장갑 차량 마저 뚫을 수 있는 기관단총들. 비밀 병기인 수류탄과 바주카포도 위에 싫어 놓을까? 좋지. 그리고 온갖 철판으로 차량 겉면을 뒤덮는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못에 ...  
30 노계(老鷄) [1] 드루크엘라이 109   2015-05-19 2015-05-19 05:47
주인 마님이 사랑하는 닭들은 전부 늙은 닭들 뿐이네. 주인 마님을 사랑하는 닭들도 전부 늙은 닭들 뿐이네. 모이를 주시니 늙은 닭들 아이고 마나님 감사합니다 하면서 다닥 다닥 달라 붙어 기름진 몸뚱아리 속의 모이주머니까지 곡식들을 채우려고 한다. 옆...  
29 정작 떠도는 것은 헛소리와 의미 없는 농담 뿐 드루크엘라이 113   2015-05-19 2015-05-19 03:05
지혜로운 자들은 알고 있다. 정말 위대한 말은 삶 가운데 녹아져 들기에 말로 변명하지 말고 진심으로 사랑하며 살아가고 영리한 자들은 알고 있다. 정말 돈이 되는 말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그들에게 제공해 주는 끊임없는 자극이기에 영리한 자들은 평...  
28 고독 드루크엘라이 82   2015-05-19 2015-05-19 03:05
그 사람은 생각보다 나이가 많았다. 얘기를 나누니 그 모든 내용이 금과 은과 같이 귀중했다. 이야기를 했다. 내가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들. 듣고 싶었던 진심들을. 그런데 다 듣고나니 차마 외롭더라. 미친듯이 외롭더라. 울고 싶었지만 살아야 하기에 웃으면...  
27 흡혈귀 [1] 드루크엘라이 113   2015-05-19 2015-05-19 05:47
거울에서 시뻘건 놈이 나를 바라보네 흉측하오. 애라도 잡아 먹었소 아주 많이 먹었다 이 양반아 피를 쭉쭉 빨아다가 남은 뼈랑 힘줄이랑 연골이랑 코 끝에 골수가 튀도록 굶주린 산이리처럼 씹지도 않고 삼켜버리고 내장이랑 간이랑 뇌 설랑 코로 후릅마셨소 ...  
26 액체는 생각보다 견고하다 드루크엘라이 114   2015-06-02 2015-06-02 04:09
여자와 싸웠다 대화를 모르는 나는 논리라는 검으로 그녀는 감정과 날카로운 직감으로 나와 맞섰다 논리로 그녀의 심장을 찌른듯 싶었으나 알고보니 내가 찌른 것은 내 머릿속 신경다발이더라 나는 분명히 질 것이다 이 싸움은 애초에 승산이 없었다  
25 타나토스 드루크엘라이 108   2015-06-02 2015-06-02 04:09
부족함이 죽음이 아니라 풍요로움이 죽음이다 너무 많은 것들을 돼지처럼 쳐 먹었고 즐거운 실루엣들만 시신경에 지지고 살다보니 이제 나의 뇌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로 어떠한 사고와 논리를 풀어내지 못한 채 있고 제발 누군가 나를 합당하게 죽여서 ...  
24 그 딴 얘기를 왜 하는데 드루크엘라이 136   2015-06-02 2015-06-02 04:10
녀석이 나에게 오더니 혹시 ○○○ 아니? 라고 묻길래, 그게 사람 이름인지 새로나온 레시피인지 몰라서 검색을 해 봤더니 옆 중국집 주방장 이름이더라 그런 사람 있는 줄만 안다 답했더니 그 사람이랑 친해지라고 얘기하더라 아니 왜 친해져야 되는데? 라고 물...  
23 사상과 상식 [1] 드루크엘라이 117   2015-06-12 2015-12-11 01:17
얼마 전 진짜 빨갱이를 만났는데, 모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눈에 불을 키고 얘기하는 녀석을 보니 아, 공산주의는 말 그대로 종교로구나 했다. 그럼 왜 북으로 안가시오? 물으니 이 미친양반아! 북이 무슨 공산주의야! 레닌도 김일성은 개새끼라고 한다 이 ...  
22 막스 브로트 드루크엘라이 146   2015-07-30 2015-07-30 19:27
나의 사랑을 그녀에게 전해주게 친구의 꺼져가는 숨을 지켜보며 단단히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친구의 감긴 눈 위에 손수건을 얹고 눈 덮인 바깥으로 나와 걷기 시작한다 절망만 가득했던 사랑 그 사랑을 이해하기에 나는 너무 부유하게 살았나 내 자신의 유복...  
» 사랑스러운 혼돈 드루크엘라이 214   2015-07-30 2015-07-30 19:28
꼬마 아이가 들어왔다 손 세정제를 들이 밀며 바깥의 먼지를 닦아야 한다고 하니 아이는 겁을 먹었는지 손을 뒤로 숨긴다 아이 어머니가 먼저 세정제를 쓰며 무섭지 않다고 보이고 데스크를 맡은 선생님, 그리고 나 까지 모두가 손에 세정제를 문지르며 시원하...  
20 순수의 비극 드루크엘라이 180   2015-07-30 2015-07-30 19:29
순수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자가 성자같은 삶을 산다고 생각지 마라 오히려 순수를 사랑하는 자 일수록 그가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그들의 빌어먹을 이상주의 때문이다 그들은 세상 속에 긁히면서 피부가 얼룩덜룩 ...  
19 사라예보 드루크엘라이 98   2015-07-08 2015-07-08 04:13
창고에는 상자들이 그득하게 찼다. 일개미인 나와 병정개미인 그녀는 이 상자를 옮기는 임무를 맡았다. 언제까지 이걸 다 옮기랍니까? 내일까지 랍니다. 별 말도 안되는... 무심결에 내뱉었던 말이 그녀의 성미를 건드렸다. 말은 똑바로 하십시오. 세상 일이란...  
18 종외 탐닉 욕망의 변천사 드루크엘라이 120   2015-07-08 2015-07-08 04:16
먼 옛날 인간이 짐승으로 세상을 떠돌아 다니던 시절에 인간에게 하늘을 나는 새들과 땅에 거니는 육중한 물소 떼들은 그들에게 경외감을 주는 신령이며 하늘의 권위였을 것이다. 몇 몇 인간들은 그 경외감에 못이겨 그들과 교접을 시도하다 갈기갈기 찢기지 ...  
17 아무 것도 없었다 드루크엘라이 110   2015-07-08 2015-07-08 04:17
질량은 스스로를 증명하고 있는 것일까? 아픈 두뇌가 물질에 녹아져 내려가 신이 없음을 삶이 없음을 네 인생은 결국 빈 공간에 불과함을 너의 인생, 너의 끈, 너의 원자, 너의 모든 것이 결국 아무것도 아님을 세상을 채우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말을 그 광활...  
16 그래도 중력은 존재하더라 드루크엘라이 166   2015-07-16 2015-07-16 00:58
한 밤 중에 모기에게 뜯기며 돌아오지 않을 과거들을 나도 뜯고 뜯었고 마침내는 자명한 진리,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깨달으며 잠이 들었다 직립원인이 되어야 할 아침이 되어서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자, 내 몸 속의 물질과 입자들 마저 부정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