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고 느낀 점을 적거나 자신의 게임을 소개하는 공간

기획 : 5
그래픽 : 4
사운드 : 5
완성도 : 4
재미 : 4

 

역시 초이 나오는 영화라서 봤다.

'이글라'는 러시아어로 '바늘'이라는 뜻이다.

로고에는 천연덕스럽게 옷을 꿰멜 때 쓰는 바늘이 나오지만, 사실 이 '바늘'의 의미는

주인공의 여자친구가 마약을 투약할 때 쓰는 바늘이다.

 

영화는 상당히 짧고 뒤죽박죽이며 불친절하다.

제대로 된 플롯보다 특유의 분위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 '모로'는 승무원에게 뻐큐를 날리고 여자친구를 다짜고짜 붙잡고 바다(였던 곳)로 여행을 가고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악의 무리들을 물리치는 쿨가이다.

주인공이 만나는 사람인 '스파르탁'은 굉장히 난해한 인물이다.

친구인데 모로를 보면 도망가고 마피아에게 해코지를 당하지만 자기를 구해준 모로 앞에서는 허세를 부리고

마지막에는 개똥철학이 담긴 일장 연설을 늘어놓다 자살한다.

모로를 차갑게 대하지만 결국 도움을 구하다 파멸하는 주인공의 여자친구 '디나'는 조금 알기 쉽다.

 

영화는 소련과 공산주의 체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겉으로는 미국과 어깨를 하는 강대국이고, 동구권 진영의 중심이지만

사실 속은 곪을 대로 곪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보여주는 장치가 마피아와 마약이고, 영화는 이로 인해 파멸해가는 사람들(스파르탁, 디나)을 보여준다.

또한 모로와 지마가 여행을 간 아랄 해는 소련이 목화를 기르기 위해 관개 작업을 했다가 메말라

결국 사막이 되어버린 곳이다.

모로는 사막이 되어버린 바다를 보고 안타까워 하고, 주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행동한다.

그 결과 모로는 타락한 체제를 대변하는 의사에게 나름의 복수를 하는 데는 성공하지만

결국 친구와 여자친구를 구하는 데에는 실패한다.
이러한 행동들로 미루어 보면, 주인공 모로는 이 실패한 시스템에 대한 저항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모로가 결국 주변 사람들을 구할 수 없는 것은 체제에 대한 개인의 저항이 가지는 한계를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의사에게 한 복수가 어설펐던 탓인지 모로는 자객에게 칼을 맞는다.

하지만 우리의 모로는 아무튼 쿨가이라 칼을 맞고도 아무튼 살아서 걸어간다.

그는 죽을 수 없고, 또한 죽어서는 안 되는 저항의 상징이고, 아이디어는 방탄이니까.

 

'레토'와 비교하면 조금 불친절하고 거칠거칠하지만, 더 깊은 맛이 있는 영화다.

분류 :
소감
조회 수 :
127
등록일 :
2019.05.21
08:56:19 (*.149.251.217)
엮인글 :
게시글 주소 :
https://hondoom.com/zbxe/index.php?mid=review&document_srl=81658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추천 수sort 날짜 최근 수정일
69 소감 TOME4 - Embers of Rage 후기 file 노루발 136   2020-12-13 2020-12-13 18:57
 
68 소감 Tales of Maj'Eyal (마즈에이얄 이야기) file 노루발 137   2020-12-14 2020-12-14 11:18
 
67 소감 Shattered Pixel Dungeon(녹픽던) file 노루발 552   2020-12-14 2020-12-14 11:32
 
66 소감 Dungeon Crawl: Stone Soup(던전 크롤:스톤수프) [1] file 노루발 2500   2020-12-16 2020-12-22 23:51
 
65 소개 트레즈터 2 : 열망의 길 (Treaster 2 : Way of Aspiration) [4] file 아싸사랑 2197   2011-07-02 2011-11-14 11:37
 
64 소감 혼둠배대회 출품작 소감) 현피왕 불주먹 박구업 노루발 40   2019-09-02 2019-09-02 06:16
횽은 자비가 없다. 0.017초라도 빠르면 그냥 존내 맞는거다. 부좆전쟁 스나질과 초치기로 단련된 시간감각으로 클리어 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 한 단어로 요약: 아마추어 스토리 0 (존재하지 않음) 그래픽 1 (대강 ...  
63 소감 혼둠배대회 출품작 소감) TALE of FANTASY 노루발 31   2019-09-02 2019-09-02 06:13
게임 한 단어로 요약: 도데체 스토리 0 (존재하지 않음) 그래픽 0 (RPG XP 기본 리소스를 그대로 사용함) 재미 0 (없음) 참신 0 (하지 않음) 저는 RPG 만들기 시리즈로 제작된 게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본 칩셋...  
62 소감 마왕유희 소감 [1] file 흑곰 1443   2012-03-18 2012-05-12 00:05
 
61 소감 듀얼 닷지, 두더지 정복자, 자그마한 이야기6 소감 [1] 흑곰 1110   2012-03-17 2012-04-06 19:24
1. 듀얼 닷지 소감 마우스를 눌렀다 떼면 원이 생기면서 점들을 없애고, 그만큼 점수를 얻는 게임.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보나 개인적인 취향 문제이지만, 엔딩이 목적이 아니라 점수를 따는 것 그 자체가...  
60 소감 중력장화4500 소감 file 흑곰 1863   2012-03-17 2012-03-17 11:28
 
59 소감 (스포일러) 영화 '레토' 감상문 노루발 32   2019-05-17 2019-05-17 21:08
빅토르 초이가 나오는 영화라고 해서 봤다. 음악하는 영화인데, 빅토르와 마크의 아내 나탈리아는 눈이 맞아 불장난을 친다. 마크는 쿨하게 'ㅇㅇ 둘이 놀아도 됨' 이렇게 말했지만 어쨌든 마크가 허락하지 않았어도 ...  
58 소감 마계전기 디스가이아4(PS3) 소감 [1] 백수전설 1682   2011-10-12 2011-10-13 02:50
디스가이아는 3말고 전부 접해보았지만 4만큼 제대로 빠진 적은 처음인 듯하네요. 일단 한글화라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러웠지만 간혹 어긋난 번역(발바토제->발바트제, 프레네일->프레인에어)등의 에로사항이 꽃피지...  
» 소감 (스포일러) 영화 '이글라' 감상문 노루발 127   2019-05-21 2021-06-30 14:46
역시 초이 나오는 영화라서 봤다. '이글라'는 러시아어로 '바늘'이라는 뜻이다. 로고에는 천연덕스럽게 옷을 꿰멜 때 쓰는 바늘이 나오지만, 사실 이 '바늘'의 의미는 주인공의 여자친구가 ...  
56 소감 고요속의 천둥소리 소감 [1] 흑곰 923   2012-01-04 2012-01-04 06:33
알만툴로 만든 게임은 안해보는 나이지만, (뭔가 물림) 이 게임은 똥똥배대회 소개글에서 스크린샷을 보니 특이해보여서 하게됐다. 제작자님께는 죄송하지만 내가 게임 만드는 과정에서 참고하려고 했던것이라 반드시...  
55 소감 자그마한 이야기6 file 똥똥배 1106   2012-01-05 2012-01-05 06:39
 
54 소감 보드게임 TAO 소감 [1] 흑곰 1040   2012-01-22 2019-03-19 23:09
뉴비스 님이 만든 게임 TAO에 대한 소감 최근 보드게임 제작에 관심이 있어서 다시 해봤다. 이번으로 3번째. 개인적으로 비주얼베이직을 사용하기 좋아해서 관심있게 해보았는데. 코딩 실력자체는 나쁘지 않으신 것 ...  
53 소감 뉴비전 소감 [1] file 흑곰 1266   2012-02-02 2019-03-19 23:09
 
52 소감 씰루오 더 ㅏ스트랄 [2] file 똥똥배 1720   2012-06-24 2012-12-15 00:46
 
51 소감 꽃을 든 요플레2 [2] 흑곰 1847   2012-06-30 2012-07-10 04:18
꽃을 든 요플레 1은 안해봤고, 이번에 2를 하게됐다. <좋았던 것> 1. 그래픽 아마추어 제작자가 이렇게 양질의 그래픽을 준비했다는 자체가 만점. 기존 RPGXP칩과의 이질감도 전혀없었다. 2. 사운드 적절하게 적재적...  
50 소감 페르시아 공주 file 똥똥배 1485   2013-04-29 2013-12-13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