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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발의 개인 게시판

오토바이를 타면 무조건 중상을 입거나 죽는다는 편향적인 통념을 재생산하려는 의도나

스스로의 귀책으로 발생한 사고로 익명의 사람들에게서 관심이나 동정을 얻고자 하는 이유가 아닌

작성자가 일으킨 사고에 대해 기록하고 돌아보며

후일 본인이 동일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본문을 작성합니다.

 

때는 오토바이를 구입하고 딱 일주일째...

추석연휴동안의 운행으로 대강 오토바이에 적응되었다고 판단하고 바출(바이크를 사용한 출퇴근)을 하였고

일을 끝내고 집에 가려고 오토바이를 타고 지하주차장 출구로 나섰는데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왔다.

 

메고 온 가방이 방수 대책이 되어있지 않아 가방도 내용물도 모두 젖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오토바이를 돌려 다시 내려갔는데

다시 밖을 보니 비가 그렇게 많이 오지 않아서

이정도는 맞을만한가? 라고 생각해서 다시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갔는데

비가 맞고 가기에는 좀 많이 왔다.

그래서 다시 오토바이를 돌려 내려가려고 했는데

아직 코팅이 벗겨지지 않은 새 타이어라 접지력이 낮았고

빗길에서 유턴을 하다가 오토바이가 왼쪽으로 넘어졌다.

자전거였으면 충분히 지탱해서 안 넘어졌겠지만

운 나쁘게도 내가 타고 있었던 것은 140kg의 쇳덩어리였고-

 

정신을 차려보니 지하주차장 출입구에 나와 오토바이가 쓰러져 뒹굴고 있었다.

일어서 오토바이를 세우려고 했는데 도저히 왼쪽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혼자 세울 수가 없었다.

출입구라 계속 막고 있을 수가 없어서 건물로 들어가 데스크의 경비아저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자리를 비울 수가 없대서

혼자 힘으로 일으키려다 도무지 안 됐는데

마치 지나가던 아저씨가 한 분 계셔서 도움을 요청해 같이 오토바이를 세울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세상은 아직 살만한 것 같습니다...

 

오토바이를 끌고 지하주차장에 한켠에 세우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던 길에 너무 아파서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

택시에서 내렸는데 도무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엉금엉금 기어서 집으로 들어갔다.

 

아드레날린의 효과가 다 됐는지 고관절+허리+꼬리뼈가 미친 듯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엉치뼈가 쪼개질 듯이 아프고 눈앞에서 섬광이 반짝일 정도로 아팠다.

도저히 출근을 못할 것 같아서 연차를 내고 병원에 가기로 했다.

 

집에 들어가서 부모님께는 빗길에서 넘어졌다고 둘러대고 (일부의 진실일 뿐이지 거짓말은 아니니까...)

넘어가지 않는 저녁을 대강 먹고

사고 수습을 어떻게 할 지 막막한 마음으로 잠들었다.

 

다음날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엑스레이 상으로는 별 이상이 없고, 좀 더 지내보다 불편하면 다시 와서 MRI를 찍어보자고 하길래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근골격계 질환으로 병원에 가면 모든 의사가 똑같은 말을 하는 듯...)

 

이후 회사로 가서 오토바이를 확인했는데

레버가 휘고 바엔드가 나가고 미러에 기스가 나는 등 경미한 손상이 있었지만 다행히 탱크나 프레임에는 이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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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오토바이를 타고 갈 수는 없었기에 용달을 불러 오토바이를 싣고 10km쯤 되는 혼다 서비스센터에 갔다.

 

서비스센터에서 수리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센터에서 매입한다고 하기에 헐값에 헬멧과 오토바이를 팔고 대금을 입금 받았다.

사고 난 날짜가 10월인데 날씨가 슬슬 추워져서 오토바이를 중고로 내놔도 잘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고치고 + 용달 부르고 + 폐지하고 + 판매자 찾아서 파는 값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집에 와서 열쇠와 서류를 우체국에서 부치고

장갑 등을 처분해야 했으나 시즌오프라 살 사람도 없을거고

팔기도 귀찮고 정도 떨어지고 해서 모두 의류수거함에 넣어서 버렸다.

 

비록 사고를 당했지만 목숨에는 지장이 없고 팔다리 손발도 모두 멀쩡해서 농담삼아 조상님이 밀어서 도와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만약 주차장 입구가 아니라 도로에서 맨홀이나 낙엽, 페인트 등을 밟고 넘어졌다면? 그래서 2차 사고가 발생했다면?

거의 정차 상태에서 유턴하다가 깔아도 이렇게 아픈데, 시속 40~70km로 주행하다가 사고가 났다면?

아마 조상님이 오토바이를 그만 타라고 목숨과 신체에 최대한 지장이 없으나 아프기는 가장 아픈 곳을 다치게 밀어주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장비에 관해서... 아마 내가 사고 당시 부츠나 무릎보호대를 착용했어도 똑같이 골반을 다쳤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고 타면 안전하다는 생각을 버리게 되었고

(슈트를 다 갖춰입고 타거나 골반보호대까지 들어간 라이딩진을 입고 탔으면 골반이 작살나진 않았겠지만 출퇴근하면서 거기까지 입고 탈 생각은 없었기에...)

오토바이에 입문하면서 아무리 경미한 사고라도 한 번이라도 발생하면 바로 오토바이를 그만 타기로 다짐했기 때문에

미련을 버리고 오토바이를 그만두기로 하였다.

좆밥은 살아남을 수 없는 세계에서

스스로가 좆밥임을 알아버렸으니 떠나는 수밖에...

'2' 댓글

장펭돌

2023.10.12
12:03:08
(*.250.113.47)

그래도 말씀하셨듯이 크게 다치지 않고 졸업이라 다행입니다.

노루발

2023.10.12
17:28:14
(*.149.251.187)

철심안박고 졸업했으면 선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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