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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창작물을 자유롭게 올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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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XXX년 -

극심한 환경오염으로 인해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물의 태반이 오염되어 버리고 만다.

처음에는 식물의 자체 정화능력으로 인해 동물들은 약간이나마 수분을 섭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오염도가 심해지면서, 식물의 정화능력으로도 커버가 불가능할 정도까지 물이 오염되어버리고 만다.

이에 따라 생존에 위협을 느낀 식물들의 대부분은, 동물을 사냥하여 몸속의 체액을 빨아내어 생존에 필요한 수분을 섭취하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런 식물들의 사냥감 목록에, 인간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인간들이 미쳐 알아차리기도 전에, 식물들은 사냥을 하면서 경험을 쌓고 빠르게 진화하여, 마침내 인간을 먹이로 삼을 수 있을 정도까지 진화해 버린 것이었다.

그것을 늦게나마 알아차린 인간들 또한 자신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식량이 될 동물들과 얼마 남지 않은 깨끗한 물을 식물로부터 보호하려고 스스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식물과 인류의 생존을 건 처절한 싸움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인간들이 식육식물들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듯 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인간들은 오랜 세월동안 식물과 더불어 살아오면서 축척해 왔던 기술이 있었던 것이다.

식육식물들은 약간의 제초제 만으로도 뿌리부터 썩어가며 시들어 갔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인간은 약간의 우위만 있어도 그 힘을 과신하고 방심하여 나태해 지기 마련이었다.

식육식물들이 제초제에 대해 내성을 키우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대처는 쉬웠다. 그저 그보다 더 강한 제초제를 사용하면 되었던 것이다.



- 이때부터 저주받을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인간이 약을 뿌리고, 식물은 거기에 내성을 만든다.

그렇다면 인간은 식물의 내성을 눌러버릴 강력한 약을 새롭게 개발해서 사용한다.

그러면 식물은 머지않아 그정도의 약에도 내성을 가지게 되어버린다.

그에 따라 더욱 더 강력한 약이 개발된다. 또 식물들은 그정도의 세기에도 내성을 가진다.

발상을 바꾼답시고 인간은 그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약을 개발한다.

식물은 당하는 듯 싶다가 결국 거기에 대한 내성을 만들어 낸다.

강력한 약을 만든다. 내성을 가진다. 더 강력한 약을 만든다. 내성을 가진다.

다른 형태의 약을 만든다. 내성을 가진다. 그것과 더욱 다른 약을 만든다. 또다시 내성을 가진다.



이런식으로 끝이 없으면서도 허무하게, 다람쥐가 챗바퀴 돌리듯 빙글빙글 악순환이 연속된 결과.

제초제가 강력했던 나머지 뿌린 장소 근처에 가기만 해도 곧 죽어버리는 인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인간은 드디어 (너무나도 많은 희생을 치른 뒤였지만) 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게 된다.

결국 인간은, 식물의 가장 근본적인 약점 ---- 불과 타격에 약하다는 것을 이용해, 식육식물을 물리적으로 제거해 나가기 시작했다.

정글 나이프로 잘라버리던지, 삽으로 뿌리를 파내던지, 화염 방사기로 일대를 불태워 버리던지, 네이팜으로 녹여버리던지.

인간들은 마침내 식물에 대한 완벽한 대응책을 찾아냈다며, 혹독한 환경을 꿋꿋하게 극복해서 살아나갈 미래에 대해 기뻐했다.



- 그리고 이야기는, 식육식물들이 물리적 타격에 대한 진화를 하고 있을 무렵에 시작된다....





"....결국 아무도 오지 않는건가...."

파괴된 문명의, 폐허가 된 도시 한가운데에서 남자는 절망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누구 없냐고 소리를 쳤지만, 그 물음에 대답하는 것은 길잃은 야생동물들 뿐이었다.

그럼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찾았지만, 남자는 결국 자신의 행동이 헛됨을 재차 알게될 뿐이었다.

그래서 이 남자는 그 사실에 잠깐 절망하고 있는 중이었다.

- 그렇다. 그저 잠깐, 아주 아주 잠깐 동안만 절망할 뿐이었다.

계속 절망하고 있다가는, 어느세 자신도 동료들과 도시민들처럼 헛되이 죽어버릴지도 모를테니까.



이 남자의 이름은.... 지금에서야 의미가 없으니, 그냥 C 라고 해 두기로 하자.

C는 과거, 살아남기 위해서 라는 공통된 목적 아래에서 동행하게된 동료들과 함께 떠돌아 다니다가 우연히 이 도시에 오게되었다.

그리고 이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동료들은 남는 쪽과 떠나는 쪽 두 패로 갈라지게 되었고, 그는 남는 쪽에 있기에 아직 이 도시에 있었다.

보통 이런 시대에 저런 식으로 떠돌아 다니는 사람들이 그렇듯, C 또한 이곳의 도시민보다는 더욱 강력한 무장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몇번은 육식식물로부터의 사냥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강해지고 변이된 야생동물들의 습격을 격퇴하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C는 잠시동안 도시민들에게 영웅으로 추앙받기도 했지만, 그들의 두목급이 무리와 함께 등장했을때는 그 흉악한 모습에 겁에 질려서 전의를 상실해 버렸다.

C가 먼저 도망치자 C의 도시에 남은 동료들이 눈치를 채고 도망치기 시작했고, 어리둥절하던 도시민들은 그 괴물들이 자신들에게 달려드는걸 보고서야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 C와 동료들, 그리고 운이 약간 더 좋거나 남들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었던 몇명의 도시민들은 무사히 도시의 벙커로 대피하는데 성공했었다.

그러나 그들에 비해 운이 덜 좋았더나 달리기가 덜 빨랐던 나머지 도시민들은 야생동물들의 흉폭한 이빨과 발톱을 피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한점 고깃덩어리로 바뀌고 말았다.

한동안 벙커에 숨어있다가 잠잠해 진듯 하자 같이 숨어있던 몇몇 용감한 도시민이 동태를 살핀다고 나갔었지만, 잠시후에 돌아온 기별은 그들의 희미한 단말마 뿐이었다.

식육식물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제초제에 내성을 키운 것 만큼이나 야생동물들의 지능은 발달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숨어있기를 일주일. 아니, 이주일에 약간 덜 미쳤을까.

제비뽑기에 당첨된 C가 거의 맨몸으로 벙커 밖으로 나갔을때는, 여기저기에 남겨진 핏자국과 골수까지 파먹혀서 산산조각이 난, 인간의 뼈였던 하얀 조각만 남아있었을 뿐이었다.

C는 같이 숨어있던 자들에게 야생동물들이 갔음을 알리고는 원레 자신의 물건이었던 무기와 도구들을 다시 챙겼다.

그리고는 동료들과 마을 사람들이 벙커안을 나오는 동안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 엄로를 하기도 했다.

이 지나칠 정도로 주의깊은 행동조차도 C에게는 그저 오랜 생존활동 중에 뼛속깊이 새겨진 본능적인 방어행동에 지나지 않았다.

마침내 별다른 일 없이 남은 생존자들은 벙커에서 나왔고, 머지않아 그들은 쑥대밭이 된 도시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가기로 협의했다.

C와 동료들은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반대를 했지만, 도시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그들의 뜻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들의 생각을 C는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생각은 일찌기 C 또한 했었던 생각 ---- 설마 지금보다 더 나빠지겠어? 였다.



---- 당연한 일이겠지만, 물론 그것은 도시민들의 안이한 생각만큼 수월한 일은 아니었다.

덩쿨을 밟고 넘어져서 잠깐 뒤쳐져있던 남자는 곧이어 나타난 수많은 덩쿨들에 의해서 몸이 휘감겨 풀숲으로 사라져 버렸다.

동료가 죽어서 울적하게 있던 여자는 예쁜 꽃을 보고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꽃의 달콤한 향기를 맡으려 하다가 그 꽃에 얼굴을 통째로 뜯어먹혔다.

공황상태에 빠진 여자는 발광하며 풀숲으로 들어갔고, 여자를 구하려고 한 남자가 따라갔지만 그것은 남은 자들에게 자신들의 비명소리를 들려주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그때까지 살아있었던 아이는 그것들을 보고 겁에 질려 울음을 터트렸고, 잠시후 음파를 감지한 거대 끈끈이풀들에 휘감기고 마구 당겨져서 연약한 몸이 산산조각 나버리고 말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도시민들 중 노인들은 식육식물들에 의한 참극을 겪지 않아도 될 수 있었다.

-------- 그도 그럴것이, 힘없고 약한 노인들은 이미 야생동물 무리들의 습격에서 단 한사람도 살아남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식으로 또 다른 도시가 발견되었을때는, 이미 처음 수의 1/3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슬픔조차 결여된 피폐해진 얼굴의 도시민들은 도시를 향해 흐느적 흐느적 걸어갔다.

C는 도시 입구에서 뒤와 옆을 돌아보며 경계했고, C의 동료들은 시민들의 뒤쪽에서 무기를 들고 천천히 경계태세로 걸어갔다.

이쯤에서는 안전한것을 알고 있는 C는 약간 풀어져 있으면서도 만약을 대비해 무기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일행과 약간 멀어졌을때 쯤 C는, 문득 어디선가 많이 맡았던 불쾌한 냄세가 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몇번 두리번 거리지 않았지만, 그 냄새의 근원지가 도시 안쪽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 도시안에서는 어떠한 형태의 식물도 자라지 않고 있었다.



"위험해!!!! 어써 나와!!!! 빨리!!!!"

C는 드믈게 당황해서 깊숙히 들어가버린 자들에게 소리쳤지만, 도시민들은 그저 영문을 모른 체 돌아보고는 그대로 멈춰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C의 동료들은 C가 그런식으로 소리를 칠때의 상황이 어떤지 알고 있었기에, 멍하니 있던 도시민들을 데리고 C에게로 돌아갔다.

C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화염방사기를 꺼내들고는 눈앞의 모든 사물들을 불태워버리며 원레 있던 도시쪽으로 나아갔다.

동료들 또한 그제서야 어떤 상황인지 어림짐작했고, 도시민들을 데리고 C의 뒤를 따랐다.



-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났다.

도시민들중 가장 나이가 어린 청년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자기 거꾸러진 것이다.

놀란 도시민들은 그 청년을 일으켜 새우려고 했지만, 목이 찢어질듯 기침을 하더니 그대로 피를 왈칵 토해버린 것이다.

청년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어서는, 코와 입에서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런 무서운 형상을 한 청년에, 도시민들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이것이 어떤 일인지, C와 C의 동료는 너무도 자주 봐왔기 때문에, 그저 동정의 눈을 하면서도 담담히 보고있을 뿐이었다.



단순한 중독증상 인것이다. 인간이 식육식물을 퇴치하게 만들어낸 약에 의한.

제초제로 쓰였어야 할 약은 식육식물의 내성에 따라 한도 끝도 없이 점점 강해졌던 것이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이 뿌린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독기가 그대로 남아 가까이 오는 생명체들을 중독시켜 버리는 것이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더 오레 있었다면 아마 C 조차도 그런 비참한 꼴이 되었으리라.

어쨌건 그런 청년을 보던 도시민 중 몇명도 갑자기 거꾸러져서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C와 동료들은 담담하게 눈빛을 교환하고 ---- 총을 들어 거꾸러져 있던 도시민들의 머리를 쏘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그나마 멀쩡히 있던 도시민이 소리쳤다.

"이사람들은 이제 살아날 가망이 없어. 온몸의 혈관이 다 터져버려서 죽을꺼야."

담담하게 답하며 C는 한사람 한사람, 정확하게 머리를 겨냥하여 한방으로 끝내주기 시작했다.

"...당신들은 이 사람들을 살릴 노력조차 하지 않는겁니...........컥!!!!"

머리에 피를 올리며 대답하던 도시민 또한 결국 거꾸러져서 피를 토했다.

"....당신도 곧 죽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것 뿐...."

총알을 다 써서 장전하던 C의 동료중 하나가 말했다.

"....아, 안돼.... 사, 살려.....줘.... 난 아직.... 죽고싶지....않아...."

시뻘겋게 충혈된 눈에서 눈물이 흐르자, 곧 안구의 혈관이 완전히 터져서 피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원망하려면, 그 도시의 원 거주자를 원망하는게 좋을꺼야. 그럼."

C는 그렇게 담담하게 말하고, 마지막 남은 도시민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C와 동료들이 출발했던 도시에 돌아왔을 무렵, 셋은 극심한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셋 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서로가 약에 중독되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셋은 변이된 야생동물이나 식육식물들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자리잡아 노숙할때와 같이 자리를 깔고 누웠다.

이번에도 셋 다 어떤 말도 하지 않았지만, 다음 해를 보는 것을 기약하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말야."

C가 문득 말을 꺼냈다.

"만약에, 만약에 말인데. 셋 다 죽지 않고 한사람이나 두사람이 무사히 다음에 뜨는 해를 봤다고 하자"

"...."

동료들은 차분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럼 말야, 살아남은 사람이 죽은 사람의 몸을 날려버리는건 어떨까? 난 그 빌어먹을 놈들한테 내 시체를 먹히고 싶지 않거든."

동료들은 그저 낄낄거리며 웃을 따름이었다.

C도 몇번 조용히 웃다가, 곧 눈앞이 흐려지고, 정신을 잃고 말았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셋 중에서 눈을 뜬것은 C 혼자 뿐이었다.

C보다 깊숙히 들어간 둘은 결국 깨어나지 못해버린 것이다.

C는 예전의 동료들을 찬찬히 훝어 보다가, 시체에게서 쓸만한 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 C를 욕할 일이 아니다. 죽은 자는 죽은 것, 살아남은 자는 죽은 자에게서 물건을 챙겨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C는 잠이 들기 전 멋대로 한 약속대로, 둘을 한곳에 가지런히 눞혀두고, 방을 나서면서 수류탄을 던졌다.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고, 폭음.

그 시대의 무기는 강력한 것이다. 건물은 무너져서 안의 참상이 C에게 보이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C는 자신과 같은 여행자가 도시에 나타났을때를 대비해서 도시에서 채류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식량문제였지만, 간간히 나타나는 야생동물들을 잡아먹거나 새끼를 키워서 잡아먹는 것으로 식량보급은 가능했다.

그리고 정 잡히지 않는다면 도시를 뒤져서 과거 문명의 통조림으로 먹으면 되는 것이었다.

- 하지만, 그런식으로 삶을 이어가도, 도시에 사람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하여 C는 더이상 기다리지 않고 찾기로 마음먹었다.

혹시나 찾아올 생존자를 위해 자신이 가지고 갈 수 없는 것들은 전부 광장의 밴치에 두었다.

그리고 C는 자신이 잘 쓰는 무기인 화염방사기를 통해 길을 뚫으며 숲을 지나기 시작했다.

가끔 식육식물의 경우는 키이이 키이이 소리를 내며 색색의 연기를 뿜기도 하였다.

하지만 대게는 그냥 풀이기 때문에, 검은 연기가 매케했지만 일단은 안전했기에 좀 참기로 했다.



탄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걸까.

C는 정신이 약간 몽롱해 지는 것을 느꼈다.

정신이 몽롱하면 그만큼 돌발상황에서의 대처능력이 떨어지므로, 잠깐이지만 무기를 내려놓고 쉬기로 했다.

위험도는 없었다. 주변은 전부 불태워버린 상태였고, 뭔가 다가온다면 바로 무기를 들 수 있을 거리였기 때문이다.

- 라고 생각한 순간,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무기를 집어들고, 경계하며 다가갔다.



그곳에는 거의 넝마조각이 다 되어서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듯한 옷을 입은 여자가 쓰러져 있었다.

C는 경계하며 다가갔다. - 여성형의 미끼를 이용해서 사냥하는 종이 있다고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경계하면서 총부리로 쿡쿡 찔러 보았다. 미끼인지 사람인지 아직 확실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으...음...."

"....!!!!"

신음소리를 낸다. 인간 여자의 목소리이다. 그렇다면....

"괘, 괜찮습니까!? 어디 다친 곳은....?"

C는 총을 내려놓고 여성을 흔들었다. 그러자 이미 옷의 기능을 잃은 천이 여성의 몸에서 흘러내렸다.

이런일은 경험한 적이 없었던 C는 조금 얼굴을 붉히면서 자신이 입고 있던 코트로 몸을 덮어 주었다.

그런 다음 여성의 얼굴을 본 C는 깜짝 놀랐다. 그 얼굴은 옛날에 야생동물의 습격에서 행방불명이 되었던 자신의 연인과 꼭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동안 당황했었던 C는 곧 정신을 차리고, 여성을 흔들어 깨우려고 시도했다.

계속 흔들고 있자 그 여성은 눈을 떴다. 그리고 C를 보더니....

" --- 으읍!?!?"

갑자기 자신을 안으면서 키스를 하는 것이었다.

C는 당황해서 팔을 마구 휘저었지만. 이상하게도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여성은 계속 자신에게 키스를 해 왔고, C는 정신이 점점 몽롱해 지면서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점점 사지의 감각을 잃어가면서, 들고 있던 총 조차도 떨어트릴 것 같았다....





- 잠깐, 총을 떨어트려....?

C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총을 떨어트릴것 같다니. 그것은 분명하게 이상했다.

분명 아까전에 "여성을 안기위해 내려놓았을 총의 감촉"이, 오른손으로부터 전해지는 것이었다.

"....!!!!!!!!"

C는 그대로, 잡고 있을리가 없는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키에에에에에에에에--------------"



- 세계가 바뀌었다.

문득 정신차려 보니 자신은 이미 절반이 식물에 먹혀 있었고, 그 상태로 입안을 향해 총을 마구 쏘고 있었다.

사력을 다해서 덩쿨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왔지만, 걸을 수가 없었다.

뭔가의 독에 당한것인지, 사지에 힘이 거의 들어가지 않았고 - 방금전의 발포에서 오른다리에 총을 몇발 맞았기 때문이었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정신을 가다듬으면서 C는 주변 상태를 보았다.

자신은 여성에게 안겨 있는것이 아니라, 사람모양의 촉수에 의해 휘감겨 있었던 것이었다.

여성에서 벗어줬던 듯한 코트는, 뒷편 바닥에 널부러져 있엇다.

자신은 지금까지 환각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식물을 불태우면서 나타났던 색색의 연기가, 환각작용을 하는 것이었나.... 점점 진화하고 있군.... 이녀석들...."

C는 생각했다. 자신이 살아남기를 원하는 만큼, 이녀석들도 살아남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그리고 - 인간은 결국 이 대재앙에 패배해 버릴 것이라는 것도 직감했다.

"....하지만, 아직 난 살아있어, 그렇지?"

늘어진 오른팔에 힘을 억지로 넣으면서 그는 자신을 먹으려던 식육식물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그리고....

" - 그렇다면, 있는 힘껏 발버둥 쳐 주지...."

방아쇠를 - 당겼다.



식육식물은 쓰러져 있고, 자신은 바위에 기대서 헐떡이고 있다.

총상은 대수롭지 않았지만 - 아무래도 독의 효과가 꽤 강했기 때문이다.

C는 하늘을 보았다.

아무리 땅이 오염되어서 이런 괴물들이 활보하고 다닌다고 해도 -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다.

옆에 널부러져있던 코트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붙이려고 했지만 - 방금전의 전투에서 식물의 수액에 젖어서 불꽃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려니 하고 라이터를 던졌다.

라이터는 무언가의 발치에 떨어졌다.

- 그곳에서는 도시를 전멸시켰던 야생동물의 두목과 그 무리가 있었다.

"....여어. 간만인데."

예전에는 두려워서 도망쳤지만 - 지금은 그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공포란것은 무언가 강한 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경보장치이다. 그 경보가 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 몸을 보호해 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겠지.

담배를 문 체 C는 빙긋 웃었다.

총을 들기 위해 무리하게 움직여서 그런지, 오른팔만은 어느정도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 굿바이다."

C는 그렇게 말하고 오른손을 뿌리치듯 앞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던져진것은 - 동료들의 시신을 매장할때 썼던.......





- 빛이 일었다.

폭음은 그 뒤에 있었다.

화염은 그 뒤에 있었다.



그리고, 그 일대는 화염에 휩싸였다.





C는 결국, 최후까지 알지 못했다.





자신이 마지막 남은 인간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인류는 멸종했다.







                                - End -



분류 :
소설
조회 수 :
484
등록일 :
2008.01.26
18:58:41 (*.181.)
엮인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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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dalin

2008.03.19
06:06:03
(*.181.44.191)
모르는 사람이 많겠지만 사실 나는 글쟁이.

보가드

2008.03.19
06:06:03
(*.142.208.241)
처음 고엽제를 전역에 다 뿌려버렸으면 다 죽일 수 있었을 텐데요.

포와로

2008.03.19
06:06:03
(*.206.209.102)
거절한다

보가드

2008.03.19
06:06:03
(*.142.208.241)
ㅍㅇㄹ// 투

폴랑

2008.03.19
0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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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마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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