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신의 창작물을 자유롭게 올리는 곳

링크1 :
링크2 :
공동 작업자 :

오래전에 공모전에서 떨어진 작품인데

공개 안하고 있었네요.


==========================================================


어릴 적 우리 동네에는 인형 뽑기 기계가 있었습니다.

그냥 인형 뽑기 기계라면 제가 이야기를 하지 않겠습니다만, 그 인형 뽑기 기계가 특이했습니다.

어떤 점이 특이했냐면 그 인형 뽑기 기계는 성인용이라는 겁니다.

아마 지금쯤 가슴이 풍만한 외국 여자가 찍혀 있는 라이터를 떠올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혀 그런 게 아닙니다. 상품으로는 여자 아이들이 가지고 놀만한 소녀 인형들만 잔뜩 있을 뿐이었죠.

물론 인형 옷을 벗길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걸 성인용이라고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여자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을 모두 회수해야 될 거 아닙니까? 하지만 여성부도 그런 일은 하지 않잖습니까?

그렇게 보통 인형 뽑기 기계와 별반 다를 거 없이 생긴 기계였습니다.

하나 특이한 점이라면 크레인이 없다는 점이었죠.

인형 뽑기 기계라면 크레인은 기본이건만 이리 보고 저리 봐도 크레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안쪽 벽에 구멍 하나가 있는데, 그 정체는 알 수 없었습니다.

어쨌든 이 특이한 인형 뽑기 기계는 어디가 성인용인지 알 수 없는 모습으로 커다랗게 19금 딱지가 붙어있었는데,

것이 매우 우스꽝스러워 보였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어린 시절의 저는 도대체 어떤 면이 성인용인지 궁금해서 주위에 사람이 없을 때 돈을 넣고 플레이를 해보려고 했었죠.

하지만 그때 갑자기 이놈!’하는 소리와 함께 건너편 피규어 가게 아저씨가 나타나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마도 그 아저씨가 그 기계의 주인이었던 거 같습니다. ‘어린 놈이 발랑 까져서는!’하고 호통을 치시는데

겁이 난 저는 도망치는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왜? 나의 어떤 면이 발랑 까졌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저는 달렸습니다.

그것이 그 기계를 본 마지막이었죠. 얼마 후 다시 그 길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기계는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아저씨가 팔아 치웠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기계는 다시 볼 수 없었습니다.

 

세월이 흘러서 저는 어른이 되었고, 직장을 구하게 되었고, 다른 지방에 취직하게 되어서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첫 출근을 하고, 신입사원 환영회를 마친 후 저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며 힘들게 걷고 있는데 그것이 보인 겁니다!

어린 시절 나에게 의문을 남겼던 인형 뽑기 기계가 말입니다! 어린 시절 봤던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저는 흥분되었습니다. 잊고 지냈던 지난 몇 년간의 의문을 풀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죠.

흥분해서 숨을 차 올랐습니다. 헉헉 숨을 내쉬며 상기된 얼굴로 기계에 동전을 넣었습니다.

너무 흥분했는지 술 때문인지 입가에서 침도 흘러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음악이 흘러나오며 기계가 구동되더군요.

드디어 어린 시절의 의문이 풀리는구나! 저는 가슴이 벅차 올랐습니다.

 

휘리리릭!

바람 소리가 나면서 검은 구멍에서 뭔가 뻗어 나왔습니다!

촉수다!

촉수가 뻗어 나오더니 소녀 인형의 옷을 갈기 갈기 찢는 게 아니겠습니까?

안돼! 그만둬! 아앗, 거긴!’

(자체 심의)

 

그렇게 저의 어린 시절의 의문은 모두 풀렸습니다.

겨우 이런 것이었나? 하는 생각에 허탈해진 저는 허허허 웃고 말았죠.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제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고, 그들이 제가 인형 뽑기 기계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는 걸 말입니다.

상기된 얼굴로 헉헉거리면서 침을 흘리는 모습까지도요.

 

서장님, 이것이 제가 마을에서 변태로 소문난 이유입니다.

다 읽으셨으면 아시겠지만 저는 결코 변태가 아닙니다.

단지 어린 시절의 미스터리를 끝까지 쫓은 끈기 있는 사람입니다.

요즘 우리 마을에 여자 속옷을 훔치는 도둑이 있었고, 제가 용의자로 몰린 건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글을 읽으셨으면 제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과 결백하다는 것을 아실 줄 믿습니다.

분류 :
소설
조회 수 :
1885
등록일 :
2012.05.06
08:35:42 (*.75.34.37)
엮인글 :
게시글 주소 :
https://hondoom.com/zbxe/index.php?mid=create&document_srl=558513

노루발

2012.05.06
18:16:35
(*.170.186.25)

예전에 본 적 있는 듯 한.. 그땐 콘티로 그리셨죠, 아마...

똥똥배

2012.05.06
18:29:59
(*.75.34.37)

네, 만화 콘티였는데 소설로 바꿔서 소설 공모전 냈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2585 게임 다이스 [2] file 백수묵시록 2010-02-28 1903
2584 그림 히카리 [6] file 死門 2008-11-13 1893
2583 만화 전설의 오타쿠 배틀 팬아트 [1] file 대슬 2009-12-20 1892
2582 아아아아아아아 [2] 대슬 2009-11-28 1890
» 소설 성인 인형뽑기 기계 [2] 똥똥배 2012-05-06 1885
2580 그림 간만에 이...잉여!롭게 그림 [3] file 원죄 2009-11-12 1880
2579 만화 빨간학과 진실 [12] file 뮤초 2009-04-14 1873
2578 만화 츤데레 징징이 [6] file 혼돈 2007-07-11 1871
2577 게임 COL - 고요속의 천둥소리 ver 0.3 [3] file 네모누리 2011-08-14 1868
2576 만화 나는 그것을 벽에 발라 넣었다. [2] file 똥똥배 2009-05-21 1866
2575 만화 드림이터 1화 콘티 [1] file 똥똥배 2010-10-04 1865
2574 만화 코스믹 피쉬 Cosmic fish [3] file 뮤초뮤초 2011-02-20 1863
2573 만화 피아노와 지구가 충돌하면 쌍방합의 [5] file 지나가던명인A 2010-01-12 1863
2572 그림 2월21일쿠로쇼우님축전 [2] file 폴랑 2009-02-22 1863
2571 만화 다음 작품은... [1] file 똥똥배 2010-07-02 1845
2570 일반 2D와 3D [3] 혼돈 2004-10-12 1833
2569 그림 샘 맨슨 [10] Mayday 2008-04-21 1832
2568 만화 게임 킬러 1화 콘티 [4] file 똥똥배 2010-05-16 1827
2567 그림 기브엔테이크 file 포와로 2009-06-08 1811
2566 고어 벌레뭉치 [2] file 뮤초 2009-03-17 1810